북방수호전 1권 천미성(6) 북방수호전

노지심은 두 사람 쪽으로 몇 걸음 걸어가선 그대로 땅바닥에 앉았다. 두 사람에게도 권하자 순순히 따랐다.

"사진 님도 이리 와서 앉는 게 어떤가. 얘기 좀 한다고 해서 해가 될 자들은 아닐 걸세."

잠시 생각하던 사진은 말에서 뛰어내려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두 사람을 마주 보는 형태로 앉았다.

"먼저 물어보고 싶군. 동생은 아직 살아있는 건가?"
"살아 있어."
"그런가, 다행이다. 아우가 죽었다면 우리도 죽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네."
"아무래도 소화산의 세 사람은 그런 맹세를 한 모양이네, 사진 님."
'어째서지?"
"우리 세 사람은 2년 전 경조부에서 말단 관리 하나를 때려죽였네. 그 일에 대해 부끄러움은 없지만 쫓기는 신세가 됐지. 때문에 소화산까지 흘러들어와 도적이 된 거라네. 하지만 도적에 끼어있었어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 마을을 습격하면 여인은 범하고 노인이나 아이는 죽였으니까. 사람으로서 할 짓이 아니지. 결국 참다못해 세 명이서 도적의 중심 격인 일곱 명을 죽였네. 부하의 반 이상은 우리를 따르겠다더군."
"오호, 어떤 일을 하고 있나?"

노지심이 끼어들었다. 그때까지 사진을 계속 바라보고 있던 주무가 노지심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지금까지 공격한 건 경조부의 대상인 일행과 남쪽 상주(商州) 관청의 곡물저장소(穀物倉), 섬주(陝州) 호성(湖城) 강변에 모아뒀던 연공미였네. 이번에는 현의 관청을 공격하려던 계획이었지만 반드시 사가촌을 지나가야만 해서 나도 둘째 아우도 망설이고 있었지. 소화산에서 구문룡 사진의 소문은 공포와 함께 오르내리고 있었으니. 하지만 내가 한눈을 판 사이 혈기 왕성한 큰 아우가 혼자 출진해버렸다네."
"역시 현청 관리들을 용서할 수 없는 건가?"
"관리는 관리라는 것만으로 이미 죄를 짓고 있어. 좋은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다른 자의 횡포를 막으려 하지 않는 한 똑같은 악일세."
"모두가 악이라는 건 또 극단적인 생각이군, 주무 님. 하지만 뭐 그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이 나라는 몸의 중심이 썩어 죽어가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니 말일세."
"귀하는 사가촌의 손님이신가?"
"노지심이라 하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지금은 우연히 사진 님 저택에서 지내고 있을 뿐이야. 진달과도 얘기해봤지만 그렇게 형편없는 도적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지."
"다혈질이지만 아우는 절대 하늘에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았네."
"내가 묻고 싶은 건."

사진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

"한 사람이 죽으면 왜 남은 두 사람도 죽어야 하는가에 대한 거다. 그런 맹세에 무슨 의미가 있지?"
"우리 세 사람은 각자 모자란 점이 있네. 셋이서 부족한 부분을 메워서 간신히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한 사람이 빠지면 우리가 쓰러뜨린 도적의 우두머리처럼 되지 않을까. 나그네나 마을을 덮치기만 할 뿐인, 세상에 해만 끼치기만 하는 도적으로 전락해버릴지도 모르네. 그래서 하나가 죽으면 남은 사람들도 죽기로 결심한 거지. 원래 관리를 때려죽여 사형에 처해졌을 몸이야. 죽음이 늦게 찾아왔다고 생각하면 돼."

사진은 크게 숨을 내쉬더니 다시 팔짱을 끼고 입을 다물었다.

"그렇다 쳐도 당신은 제법 하던걸. 1천이나 되는 주의 군대를 두 번이나 쫓아내버렸다는 소문은 들었지."
"그건 계책으로 속여넘긴 것 뿐이라네, 노지심 님. 난 그런 계책 세우는 건 제법 솜씨가 좋거든. 아우들은 싸우는 솜씨가 좋지. 하지만 그것만으로 소화산의 우두머리를 해내는 건 솔직히 무겁다네. 이번에도 큰 아우가 폭주하는 걸 막을 수 없었고."
"세 사람이 함께 죽는다. 난 이해가 안돼."

사진이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그건 사진 님이 지나치게 강하기 때문일세. 부둥켜안고 서로의 약함을 메워줘야 하는 자들의 마음을 모르기 때문이야."
"내가, 지나치게 강하다고?"
"그래. 하지만 호랑이가 강한 것과 같은 그저 강함일 뿐이지. 애처로운 강함이라고 난 생각하네만."
"뭐라고?"
"형님, 관두시오."

양춘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말하는 것은 서투른 것 같다.

"내가 여기서 사진 님과 겨룬다면 한 손으로 가볍게 죽일 수 있겠지. 하지만 그 강함에 무슨 의미가 있나. 고작해야 도적들에게서 이 사가촌을 지키는 것 정도일 테지. 지키지 못하는 것보단 낫지만 역시 내겐 그 강함은 애처롭게만 느껴지는군. 말로는 잘 못하겠지만."
"애처로운 강함인가."
"사진 님, 그래서 아우는 돌려받을 수 있겠나.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여기서 죽어야만 하네."
"그건."
"사가촌은 승패에 구애되겠지. 하지만 난 진달이 제법 실력은 있지만 무술가는 아니라고 생각하네. 솔직해지는 것도 사내일세, 사진 님."

노지심이 말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사진이 갑자기 얼굴을 들더니 벌떡 일어섰다.

"기다리시오."

그렇게 외치고는 말을 타고는 달려가버렸다. 멀리서 포위하고 있던 마을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애처로운 강함인가. 사진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군, 주무 님."
"젊지만 우두머리의 그릇이군."
"인간 세상에는 연(縁)이란 게 있지. 그게 어떻게 살아가느냐는 것이네."

주무가 의아한 얼굴을 했지만 노지심은 더 이상은 말하지 않았다. 양춘은 원래 과묵한 것인지 입을 다물고 있다.
잠시 후 말 두필이 돌아왔다. 한 사람은 묶여 있던 진달이었다.

"풀려났다고, 형제들. 붙잡은 건 잘못이었다며 사진 님이 사과했어."
"그런가."

양춘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은 말에서 내려 세 사람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마을 사람들에게 흩어지라고 말했다.

3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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