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수호전 1권 천미성(5) 북방수호전

3.
노지심은 묶여있는 진달과 마주 보고 있었다.
어제부터 정원에 내던져진 그대로였지만 진달의 눈은 아직 죽지 않았다. 앉아서 마주 보고 있는 노지심에게 강한 시선이 꽂혔다. 사진은 방에 틀어박힌 채 나오려 하지 않는다.

"스님은 뭐야?"
"노지심이라 하네. 이 저택에 이제 열흘 정도 신세 졌으려나."
"그러니까 무슨 일이냐고 묻잖아. 난 곧 목이 떨어질 텐데 스님 상대 같은 건 하고 싶지 않거든."
"아마 목이 떨어지는 일은 없을 걸세."
"관리에게 넘겨지는 것도 마찬가지야. 그렇다면 날 쓰러뜨린 구문룡에게 죽는 편이 낫지."
"관리에게 넘기지도 않을 것 같은데."
"적당히 하쇼, 스님. 노지심이라 했나. 솔직히 나도 죽는 건 무서워. 언제 목을 내밀게 될지 벌벌 떤다고. 그걸 재미 삼진 말아줬음 싶은데. 혼자 있게 해줘."
"사진은 아직 젊어. 지나칠 정도로 강하지만 아직 스무 살이야."
"그러니까."
"도적이란 얘길 듣는 것만으로도 싸워지고 싶어지지. 그리고 싸웠다. 하지만 어제 자네가 떠들어댄 건 꽤나 충격적이었던 것 같더군. 방에서 나오려 하질 않으니 말이야."
"어차피 죽게 될 거 생각했던 걸 말한 거요."
"그게 좋았던 거야, 진달. 젊기 때문에 무엇이 정의인지 그저 말로써 정해버리지. 그게 어제 자네가 떠들어댄 덕분에 진정한 정의란 무엇인지 생각하기 시작한 걸세. 그런 점도 사진의 젊음이로군."
"당신 뭐야?"
"노지심이라고 했잖나. 머지않아 송강, 조개라는 이름과 함께 그 이름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몰라. 자네가 죽지 않는다면 말이지만."
"노지심이라니 기다려봐. 혹시 무송의 형님 되는 분이오?"
"그래. 조만간 어디선가 만나고 싶군, 진달."

무송이 알게 된 도적 중에서도 주무, 진달, 양춘은 제법 괜찮은 자들에 속해있었다. 적어도 관리에 대한 반감은 상당히 강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 노지심은 망설이고 있었다. 방 안에서 나오지 않는 사진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에 달렸다. 정원에는 열명 정도의 소작인이 있지만 저택 밖에는 더 많이 모여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과는 별개로 백 명 정도가 공격에 대비하고 있을 것이다.
출입구에서 한 사람이 뛰어들어오더니 저택 안이 긴장감에 휩싸였다.

"말이다."

소리치며 사진이 뛰어나왔다. 소화산에 남아있던 두 수령이 사가촌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

"두 사람뿐이라고?"

다음 보고를 들은 사진이 다시 소리쳤다.

"뭔가 계략인지도 모른다. 전원 각자 자리로 돌아가라. 그리고 척후를 보내. 도적의 본대가 어디 있는지 확인해야만 한다."

사람들이 흩어져 갔다. 사연은 당황한 나머지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다. 사진은 말에 타지 않은 채 뭔가 생각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이봐, 구문룡! 날 데려가. 형제들에겐 내가 돌아가라고 말하마."

진달이 외치기 시작했다. 절박함이 담긴 목소리였다.

"듣고 있는 거냐, 구문룡! 날 데려가지 않으려거든 목만이라도 들고 가라! 내 목을 보고 나면 형제들도 단념할 거다."

사진은 진달을 흘낏 쳐다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들고 있던 여러 개의 봉 중에서 하나를 골라잡고 오른쪽 겨드랑이에 낀 채 말에 올랐다. 노지심은 그 봉이 철제임을 눈치챘다. 60근(약 30킬로그램)은 될 듯하다. 쓰러뜨리는 것으로 끝나기는커녕 제대로 일격을 맞았다간 죽는 수밖에 없을 터. 멈출 방법이 없는 것 같다.

"노지심, 부탁이야. 멈추게 해줘."

진달이 외쳤다.

"뭐, 자네 형제들 실력 좀 볼까."

노지심은 진달의 곁에 쭈그리고 앉아 그리 말하고는 사진의 뒤를 바라보았다.
두 기만으로 당당히 다가오고 있다. 이미 준비가 끝난 마을로 들어왔다가 양쪽에서 공격을 받으면 잠시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사진은 말위에서 가만히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주변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다가오는 말의 발굽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구문룡이라 불리우는 사진 님이신가?"

사진이 조금 고개를 끄덕이는 듯 보였다.

"난 주무라고 하네. 여긴 셋째아우 양춘. 둘째아우가 붙잡혔다고 들어서 돌려받고자 왔네."

주무는 콧수염을 기르고 있는데 몸집이 작고 가냘퍼 보이는 인상이지만 말투는 침착하다. 양춘 쪽은 흰 피부의 예쁘장한 사내였다.

"도적을 잡았을 뿐이다."
"이 마을에서 도적질을 했다면 붙잡혔어도 할 수 없지. 하지만 그런 짓은 하지 않았을 걸세. 사진 님은 관리를 대신하는 건가?"
"아니."
"그렇다면 얘기는 해볼 수 있겠군. 이렇게 둘이서만 왔다네. 물론 죽을 각오도 되어 있지. 하지만 불합리한 죽음은 받아들일 수 없어. 대화하는 것에는 응해주길 바라네."

주무는 들고 있던 창을 버리고 말에서 내렸다. 양춘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이 사진을 향해 다가왔다. 사진의 봉이 살아있는 것마냥 꿈틀하고 움직였다.
노지심은 자기도 모르게 사진의 말 앞으로 나섰다.

"여기선 이 중이 쓸모가 있을 것 같구만. 이렇게 각오한 자를 때려죽이는 일 따위 왕진 님은 가르치지 않았을 걸세."

왕진의 이름이 나오자 사진은 자신을 되찾은 것 같았다. 겨드랑이에 끼고 있던 봉을 내던졌다. 그 묵직한 소리에 순간 모든 것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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