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수호전 1권 천미성(2) 북방수호전


사진은 노지심을 위해 가장 좋은 객실을 준비했다.
각지를 여행하고 있는 사람답게 노지심은 전국 정세에 무척 훤했다. 개봉부에는 풍류를 좋아하는 황제를 위해 막대한 지출이 쓰이고 있는 것 같다. 도적들이 활개치고 있지만 도적 집단과 현이나 주의 관리에게 반항하는 두 종류가 있는 것 같다. 관리에게 반항하는 도적들이 손을 잡고 있다고도 한다.
노지심의 말 하나하나가 사진에게는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매일 밤 마시는 술이 즐거웠다. 노지심은 무술에 대해서도 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도 석장(錫杖)을 지니고 있지만 몇 년 전부터 가지고 다니는 것은 관뒀다고 한다.

"창이나 봉에 대해서라면 아마 금군 창술사범을 지낸 임충이 최고일 걸세. 창이라면 그 왕진 님과도 호각일 거야."
"그렇군요. 그렇게 강한 사람이 정말 있다니 역시 세상은 넓구나. 저는 선생님께 맞고 쓰러졌을 때 저보다 강한 사람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거든요. 그전까지는 근처 마을의 양아치들을 상대하고 있었을 뿐이죠. 그런데 임충이란 분은 지금 어디 계신 겁니까?"
"창주의 감옥에 있네."
"무슨 일을 저지른 겁니까?"
"아무것도."
"그런데 왜 감옥에 있어야만 하는 거죠?"
"그런 거라네. 왕진 님이 금군 무술사범에서 쫓겨나 반란죄에 엮일 뻔한 것에도 이유라 할 만한 것도 없었지. 엄한 면이 있어서 미움을 산 거야. 금군의 개혁을 부르짖은 것도 마찬가지고."
"좋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게다가 듣기로 선생님의 말씀은 모두 옳은 말이었는데요."
"옳은 말이기에 미움을 사는 거지. 지방의 주나 현의 관리는 모두 썩었거든."
"그건 좀 심하군요. 대개 돈으로 돈으로 통하긴 합니다만."
"개봉부는 더 심하다네. 위에서 아래까지 온통 썩어버렸지. 옳은 것이 옳기 때문에 미움을 사기도 해. 나는 이 나라를 한탄하지도, 백성의 곤궁함을 슬퍼하지 않아. 누군가 나서서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네. 하지만 상대는 나라야. 쉬운 일은 아니지."

사진은 노지심의 말을 잘 알 수 있었다. 사가촌조차도 현이나 주의 관리에게 뇌물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으면 말도 안 되는 소작료를 내걸어온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항상 고생했고 화를 내는 사진을 타이르곤 했다.

"선생님은 금군의 개혁을 위해 나서려고 하셨던 거죠?"
"금군만 개혁한다고 해봐야 사실 도리가 없네. 왕진 님은 백성을 위해 이 나라를 바꿔야 한다는 데까지는 시야가 넓어지지 않았어. 아니, 넓히려 하지 않았다고 해야 하나. 무술이란 것에 얽매여있는 자신을 깨닫고 씁쓸해하기도 했지."
"무술뿐인 인간이 되지 마라. 그렇게 자주 말씀하시곤 했죠."
"왕진 님은 무척 순수하신 분이라고 생각하네. 중이 이런 얘길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지만. 그래서 금군을 내부에서 개혁하려는 방향으로 가셨던 거지."
"임충이란 분도 그렇게 하셨던 겁니까?"
"아니, 나라 자체를 바꾸자 그리 생각했네."

노지심도 그렇겠거니 사진은 생각했다. 어쩌면 자신을 권유하기 위해 찾아왔을지도 모른다.
그건 그것대로 좋다. 사가촌 보정이란 자격 같은 건 자신에게 없다. 아버지가 보정이었기 때문에 자신도 보정이 된다는 것은 썩은 현의 관리들과 다를 바가 없다.
게다가 나라를 바꾸기 위해선 반드시 전쟁이 필요하고 전쟁터에서는 훈련한 봉술이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다.
문득 전쟁이란 것이 사진의 머릿속에서 현실성을 띄기 시작했다. 마음껏 봉을 휘두르고 싶다. 나라를 바꾸기 위해서라기보단 그런 생각이 먼저 앞섰다. 하지만 사진은 노지심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적을 가장한 반란은 여럿 있었겠지만 진정한 전쟁은 아직 어디서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지심이 저택에 머물기 시작한 지 엿새째 되는 날, 사연이 창핵한 얼굴을 한 채 뛰어들어왔다.

소화산(少华山)의 도적이 사가촌을 지나가게 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 양해를 구하고 다닐 일당일 리가 없다. 역시 이전에 홀로 십 수명의 일당을 쓰러뜨린 사진을 신경 썼다고 밖에 볼 수 없었다.
주(州)의 군이 몇 번이나 소화산의 도적을 공격했다가 쫓겨왔던 일을 사진도 알고 있다. 제법 하지 않은가 하고 생각했지만 그 이상 신경 쓴 적은 없다. 사가촌을 공격하려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길 지나가게 두지 않을 거다. 한번 지나가면 그게 당연한 일이 될 거야. 소화산에서 여길 지나가겠다는 건 아마 현의 관청(役所)이 목표겠지. 현의 관리들에게 의심받는 것도 곤란해."
"하지만 강제로 지나가겠다고 한다면."
"멈출 때까지야. 마을 사람 중에 젊은이들을 모아둬. 그 정도로 큰일이 되진 않을 거야. 만만찮은 녀석이 있거든 내가 상대하지."
"하지만 소화산은 요즘 3명의 우두머리가 나타났다는 소문입니다. 3명 모두 누구도 거역하지 못할 호걸이라고 들었습니다."
"신경 쓰지 마. 한데 모아서 내가 목을 날려줄 테니까."

사연은 불안해 보였다. 농경에 대해서는 온갖 것을 자세히 알고 있지만 어려서부터 담이 큰 사내는 아니었다.

"알겠어? 소화산 도적들 편을 들어줘봐야 주의 군이 공격해오면 도와주지도 않을 거야. 여기선 무리를 하더라도 이 사가촌이 현이나 주에 반항할 생각이 없다는 걸 관리들에게 가르쳐주는 게 나아."
"알겠습니다."

사연의 얼굴은 굳어져 있다. 싸움을 좋아하지 않는 사연은 소화산 도적의 요구도 들어주고 현과 주의 관리들 말에도 거스르지 않는 방식을 취할 것이다. 그리되면 고통받는 것은 사가촌 마을 사람들이지만 사연은 싸우는 쪽을 택하지 않는다.

"논을 봐줘, 사연. 도적 쪽은 내가 잘 정리하지. 마을 젊은이들의 힘은 있지만 목숨까지도라는 건 나 하나면 충분해."

사연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은 그 이상의 일은 말하려 하지 않았다.

1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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