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수호전 1권 지폭성(9) 북방수호전

괭이질 같은 건 포욱에게 있어 처음 겪는 일이었다.
매일 아침 괭이질을 해야 했다. 한번은 도망칠 생각도 해봤지만 생각만으로 왕진에게서 비겁한 짓이란 말을 들었다. 비겁하다는 말의 뜻을 제대로 알 수는 없었지만 왕진이 그걸 극단적으로 싫어한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식사는 소박했지만 제시간마다 주어졌다. 먹을 수 있을 때 가능한 배에 밀어넣던 생활과는 전혀 달랐다.
산에서 도망쳐온 이후로 이상한 일뿐이었다.
노지심이라는 거한을 만나 2번이나 두들겨 맞고 쓰러졌지만 죽이진 않았다. 뿐만 아니라 고기의 반을 나눠주고는 포욱의 배가 덜 찼다는 걸 알고선 자신의 몫까지 내주었다.
작은 마을에서 얻은 음식도 반드시 반으로 나누었다. 그렇게 심하게 두들겨 패면서 왜 죽이진 않는지 포욱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왕진의 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매일 3번의 식사가 당연한 것처럼 차려졌다. 처음엔 내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왕진의 어머니가 엄한 목소리를 냈을 때는 먹을 걸 보여주기만 하면서 괴롭히려는 건 아닌가 의심했다. 하지만 고기를 손으로 집어먹으려 했던 걸 꾸짖었을 뿐이었다.
이후로도 왕진의 어머니에게서 여러 번 꾸중을 들었지만 왠지 싫진 않았다.
왕진은 그저 무서웠다. 가만히 있어도 나보다 강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왕진이 괭이를 잡으라 하면 잡았고 흙속에 있는 돌을 파내라 하면 하루 종일 흙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도망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왕진은 알아챌 것이다.

"포욱, 거기 봉을 잡아라."

여기서 지낸지 열흘 정도가 지났을 무렵 왕진이 말했다. 왕진도 봉을 쥐고 있다.

"어디서든 좋다. 날 쓰러뜨려보거라."

왕진의 말에 포욱은 정면으로부터 치고 들어갔다. 하지만 왕진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몇번을 덤벼들어봐도 옆이나 뒤에 있었다. 봉 같은 건 배워본 적이 없다. 어린 시절에 봉을 들고 싸워본 게 처음이었다. 질 뻔한 적도 있었지만 순간적으로 돌을 던지거나 달라붙어서 어떻게든 지지 않고 끝났다.

"제법이구나. 실전으로 몸에 익힌 봉술이야."

포욱은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왕진은 봉을 짧게 잡은 채 태연한 모습이다. 울컥한 포욱이 돌을 집어 던졌지만 바로 배에 충격이 몰려왔다. 왕진이 봉으로 돌을 쳐낸 것이다. 엎어진 채 포욱은 믿을 수가 없었다. 왕진의 봉은 그저 아주 조금 움직였을 뿐이다.

"지금은 봉을 익힐 시간이다, 포욱. 돌을 던지는 연습이 아니야. 일어서라. 일어서서 내게 덤벼보거라."

포욱은 두들겨 맞기만 하는 게 아니라 연습을 시키고 있는 거란 걸 간신히 이해했다.

봉을 고쳐잡고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크게 휘두르지 않고 조금씩 찔끔찔끔 공격했다. 하지만 역시 모조리 막히고 포욱은 무릎을 끓었다.

"더 강해지고 싶으냐, 포욱?"
"강해지고 싶어."
"얼마나?"
"저 중을 때려눕힐 정도로."
"지금 실력으로는 10년이 걸려도 무리일 게다."
"당신 기술을 가르쳐줘"
"그것만으로 노지심에겐 못 이겨. 얼만큼 기술을 갈고닦아도 인간으로서 못 이길 게다. 뭐, 노지심은 너를 가리켜 짐승이라고 하더라만."
"나 짐승 아냐."
"그렇구만. 확실히 인간처럼 생겼어."

포욱이 또 울컥해서 봉을 휘둘렀지만 왕진은 모조리 피해버렸다. 왕진이 정말 강한 건지, 아니면 피하는 것만 잘하는 건 아닌지 포욱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한심하구나. 숨 좀 가다듬거라, 포욱."

그제서야 포욱은 자신이 어깨로 숨을 쉬고 있음을 깨달았다. 잠시 멈춰섰자 간신히 숨쉬기가 편해졌다.

"이제부턴 내가 너를 공격하마. 처음은 왼쪽 어깨, 다음은 오른쪽 어깨, 그리고 가슴 중앙의 명치다. 무슨 수를 써도 좋으니 피해보거라."

왼쪽 어깨를 치겠다니. 또다시 울컥한 포욱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공격하겠다는 말을 듣고 가만히 앉아 얻어맞을 바보는 없다.

"화가 났구나, 포욱. 나쁘진 않아. 허나 지금의 네 왼쪽 어깨를 치는 건 쉬운 일이야. 분하거든 피해보아라."

포욱은 봉을 잡았다. 왼쪽 어깨는커녕 몸 어디에도 닿지 못할 거다. 왕진이 짧게 봉을 쥔 채로 한 걸음 내딛었다. 한 걸음이 아니라 바로 옆까지 다가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봉 끝이 희미하게 움직였다. 다음 순간 왼쪽 어깨를 찔린 포욱의 몸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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