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수호전 1권 지폭성(5) 북방수호전

다음날 아침, 걷기 시작하자 곧 숲이 사라지고 시야가 훤히 트인 곳으로 나왔다. 시냇물이 흐르고 있고 그 건너 평평한 곳에 집이 한 채 있었다.
노지심은 숲을 나오자 발걸음을 멈추었다.
뱃속 깊숙한 곳까지 기운이 느껴졌다. 왕진이 봉을 휘두르고 있다. 그 기운이 숲까지 압도하고 있다. 포욱은 겁먹은 듯 몸을 낮추고 있다.

"가자."

말하고는 노지심은 걷기 시작했다.
시냇물까지는 암벽이라 그곳을 내려가 물가에 섰다. 산속에서는 물의 흐름이 완만하다. 평탄한 곳이 잠시 이어지고 차가운 물을 건너 다시 한번 암벽을 올랐다.
왕진은 다가오고 있는 두 사람을 이미 눈치챈 것 같았다. 봉을 휘두르고 있을 때 맨몸이던 상반신에는 깔끔한 윗옷을 입고 띠도 두르고 있다.

"산을 타고 오셨는가, 노지님 님?"
"가도가 없는 곳에선 우연히 마주치는 일도 있기에."
"초라한 집이네만 들어오시게. 지금 어머니께서 차를 끓이고 계시니 식사는 그 후에 하세."

왕진의 표정은 온화했다.
노지심은 안내받은 대로 밖이 내다보이는 방으로 들어갔다. 방 귀퉁이에는 책이 쌓여 있다. 집 앞의 평지는 밭이고 그 이랑에는 이미 녹색의 싹이 움트고 있다.

"이거야말로 청경우독이군요."
"편지는 받았네. 임충에 대해선 처음 알았다네. 지금은 창주의 감옥에 있는 건가?"
"조만간 빠져나올 겁니다."
"나 때문에 일이 그렇게 되어버리다니. 무엇보다 부인의 일이 견딜 수가 없다네. 마음이 아프다던가 하는 말도 가벼이 할 수 없어."
"어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단 말인가 하는 부르짖음도 이미 이 나라에선 헛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임충은 잘 살아남았어요."

모친이 차를 가져왔다. 검소하지만 비참한 살림살이는 아닌 것처럼 노지심은 느껴졌다. 오히려 검소함 가운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풍요로움이 있는 것 같았다.

"노지심 님의 편지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네. 송강이란 분의 말씀을 노지심 님이 옮겨 적었다는 책도 읽었지. 뜻은 가히 탄복할 만하더군."
"저는 왕진 님 스스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주셨으면 했습니다. 그 바람이 가장 컸지요. 왕진 님을 이 산에서 끌어내겠다는 생각 같은 건 없습니다."
"생각해봤네. 깊이 생각해보고 나 자신의 옹졸함을 잘 알 수 있었지. 허나 그걸 억지로 바꿀 수는 없다네. 내 무술은 세상을 바로잡는 일에는 어울리지 않아. 조금의 씁쓸함과 함께 그걸 깨달았지."
"더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처음부터 권할 생각을 했던 것도 아니고요."

노지심은 차에 손을 뻗었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