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수호전 1권 지폭성(4) 북방수호전

2장.

포욱의 몸을 내리누르며 장작으로 모아뒀던 나뭇가지를 들어 내리쳤다. 하나가 부러지고 나면 다른 나뭇가지를 들어 휘둘렀다. 그렇게 삼사십 번 휘두르자 피를 토하며 쓰러진 포욱은 움직이질 못했다.
함께 여행을 시작하고부터. 그렇게 말하기보단 포욱이 제멋대로 따라오기 시작하고부터 닷새째 되는 밤이었다. 사라지라고 말해도 자신더러 종자가 되라고 한 건 당신이라며 포욱은 버텼다. 확실히 그렇게 말하긴 했으니 따라오도록 놔둔 것이다. 다만 포욱은 마음을 놓아선 안될 것 같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노지심이 자고 있는 사이 짐 꾸러미에 손을 대려 한 것이다. 도중에 마을에서 먹을 것을 구한 적이 있다. 그때 짐 꾸러미 속에 돈이 제법 많이 들어있다는 것을 눈치챘겠지.
포욱을 때려눕힌 노지심은 다시 모닥불 옆에 누워 잠들었다. 가끔 포욱의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다음날 아침도 노지심은 평소와 같이 출발했다. 자오산(子午山)도 거의 가까워졌다. 앞으로 이삼일 정도면 도착할 것이다.
포욱은 기다시피하며 따라왔다.

"훔치려다가 실패한 건 내가 졌어. 죽었어도 할말 없고. 그런데 왜 날 패는 거야?"

등뒤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중얼거림에는 괴로움에 헐떡이는 소리가 섞여 있었다.

"훔칠 수 있는 건 훔친다. 난 그렇게 하면서 살아왔어. 실패하면 죽는 거고. 그렇다면 훔쳐도 되는 거잖아."

포욱은 어쩐지 두들겨 맞은 것에 화가 나있었다. 죽인다고 해도 이의는 없다. 그런 말을 늘어놓고 있다.

"너 부모님은 있냐?"
"없어. 아니, 없어졌지. 내가 어렸을 적에 관리가 와서 데려가고는 그 이후로 돌아오지 않았어."
"어째서? 네 부모가 무슨 일을 했길래?"
"그딴 걸 어떻게 알아. 우리 집은 돈 한 푼 없는 가난해빠진 집이었어. 소작을 했는데 아버지가 해 뜰 때부터 해질 때까지 흙투성이로 일하던 건 기억이 나."

노지심은 발걸음을 늦추었다.

"네가 혼자가 된 건 언제부터였지?"
"대충 8살 정도였을걸."

노지심이 어머니를 잃고 혼자가 된 것은 12살 때였다.

"훔치다가 걸리면 죽는 거야. 그렇다면 훔쳐도 되는 거지. 어쩔 수 없는 거잖아. 훔치지 않으면 죽어. 훔치다가 절대 잡히지만 않으면 돼. 살아남을 수 있는 건 그것뿐이라고."
"일해보려고 하진 않았나?"
"글자도 몰라. 정신 차리고 보면 떠돌이가 되있었고 관리들은 날 상문신이라 불렀어. 무슨 뜻인지는 몰랐지만."
"역병신인가. 아니, 그것도 조금 다르려나. 가까이하지 않는 게 좋을 놈이라는 거다."
"난 죽어도 상관없으니까 훔친 거야. 그게 뭐가 나쁘다는 거지?"
"사람도 죽였겠지?"
"대드는 놈이라면."
"인간이 해선 안될 짓이야."
"인간이 아니어도 상관없어. 인간이면 누가 뭐 먹을 거라도 준다던가? 난 쓰레기 새끼라 아무도 다가오지 않아. 지금까지 먹을 걸 준 건 당신이 처음이라고."
"동료는 없었나?"
"가끔은. 하지만 조금 지나고 나면 다들 날 죽이려고 들었어."
"역시 그랬군."

노지심이 소리 내어 웃자 포욱은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날 밤은 아무 말 없이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포욱은 피가 섞인 소변을 보고 있었지만 그것도 줄어든 것 같다.
다음 날은 하루 종일 걸었다.

"넌 내 종자야. 2번이나 도둑질에 실패한 것도 용서해줬지. 목숨을 2개 빚진 거나 마찬가지야, 알아듣겠나?"
"그래."

포욱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죽을 때까지 내 말을 들어. 두 번 다시 어기면 안 돼."

포욱은 고개를 숙인 채 끄덕였다.

"약속해라. 어떠한 일에도 내 말을 듣겠다고. 약속을 어긴다는 게 어떤 건지 언젠가 너도 배우게 될 거다."
"죽는 건가?"
"아니, 스스로를 부끄러이 여기게 되지. 난 그게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뿐이었다. 해가 지면 노숙을 하고 얼마 안 되는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깊은 산이었다. 밤의 고요함은 마음속의 짐승을 떠올리게 한다. 모두 살아있는 것이다. 노지심은 잠든 포욱의 숨소리를 들으며 왠지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다. 차가운 달빛이 노지심의 손을 비추고 있다. 이 손으로 어느 정도의 일을 해낼 수 있을까. 달빛이 비추는 모든 것들 가운데 아주 조금이라도, 여기 존재하는 가치를 가지고 있는 걸까. 힘없는 손이 아닐까.
여행을 계속해왔다. 뭔가 나아간 것 같기도 하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기분도 든다.
포욱이 괴로운 듯이 몸을 움직였다. 8살부터 혼자였다니 잘도 살아남았다 싶었다. 자신이 혼자가 된 것은 12살 때 일로 머리를 깎고 절에 들어갔다.
절이 없었다면 자신이 도둑질로 목숨을 연명했을까. 노지심은 모닥불 옆에 누워 차가운 달빛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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