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수호전 1권 지폭성(2) 북방수호전


반나절을 걷자 벌써 산이다.
산은 평지와는 또 다른 혜택을 주기 때문에 마을도 많았다. 노지심은 그런 곳에서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다. 바다 옆에서 자랐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때로는 놀랄 만큼 신선한 것을 만나기도 했다.
산에 들어선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노지심은 짐승이 자신을 노리는 듯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구태여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대로 계속 발걸음을 옮겼다.
나흘째의 노숙이었다. 노지심은 지니고 있던 육포를 모닥불에 구웠다. 기름기가 녹아내리며 좋은 냄새가 감돌기 시작했다. 불속으로 방울져 떨어지는 기름이 파지직 하고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그때 난데없이 등 뒤에서 칼날이 날아들었다. 노지심은 칼날을 피하며 손목을 움켜잡고 옆에 있는 거목으로 내동댕이쳤다. 완전히 정신을 잃은 것은 아직 젊은 사내였다.
모닥불에 굽던 고기를 뒤집고 장작을 새로 넣었다. 위를 보고 쓰러져있는 사내의 모습은 깔끔하면서도 어딘가 이상했다. 상의는 조잡한 것이었지만 하의는 고급품이었고 신발도 좋은 가죽이었다. 다만 허리에 두른 띠는 거의 누더기나 다름없었다.
노상강도짓을 해서 빼앗아 그대로 입은 거겠지. 바지나 신발을 빼앗은 것은 상체가 칼에 베이며 상의는 피로 더럽혀졌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노상강도 치고 방금 베는 공격은 대단했다.
노지심은 사내의 숨이 돌아온 것을 눈치챘다. 교활한 자다. 정신을 잃은 척하며 이쪽을 엿보아 기회를 노리고 있다. 노지심은 굽고 있던 고기에 가볍게 소금을 뿌렸다. 그때 갑자기 벌떡 일어난 사내가 덤벼들었다. 짐승과도 같은 민첩함이었다. 노지심은 사내의 몸통에 팔을 둘러 그대로 일어섰다. 그리고는 사내의 몸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가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두세 번 바닥에 처박혀 기절한 사내를 일으켰다. 급소를 찔려 눈을 뜬 사내의 얼굴을 주먹으로 두세 번 후려갈기자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노지심은 사내의 띠를 풀러 손을 묶었다.

"사악한 눈을 하고 있군. 이제껏 어지간히 악행을 저질렀겠어."

사람을 죽이는 것에 망설임이 없다. 사악하기보다 짐승에 가까운 것 같았다. 사내를 단단히 묶어놓았지만 어떻게 할지는 아직 생각하지 않았다.
고기가 마침 잘 익어있었다.
노지심은 모닥불에 장작을 더 집어넣어 불길을 크게 키우고는 고기를 입으로 가져갔다.
사내의 몸이 튀어 오르듯 움직였다. 아직 눈물이 흐르고 있다. 노지심이 한입 더 고기를 물어뜯자 사내는 다시 엉덩이로 바닥을 튀어 올랐다.

"뭐야, 너 배가 고픈 거냐?"

사내가 눈을 내리깔았다.

"이 고기가 먹고 싶은 거지?"

사내는 옆으로 얼굴을 돌렸다. 노지심이 사내의 코앞으로 고기를 들이밀자 갑자기 입이 날아들었다. 입만 날아온 것 같아서 슬쩍 피한 노지심은 크게 웃고 말았다.
이틀이 넘도록 인가는 보이지 않았다. 나아가고 있는 길도 터무니없이 좁다.

"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던 거냐. 마침 내가 그곳을 지나가니까 덮쳐온 거로구만."

사내의 눈은 노지심의 손에 쥐여진 고기를 향해 있다.

"노상강도 짓도 꽤나 저지른 것 같고. 사람도 죽였고. 보아하니 관리에게 쫓기다가 이 산까지 도망쳐와서는 길을 잃어버린 거겠지."

노지심은 다시 고기를 들고 일부러 천천히 물어뜯었다.

"어서 죽여라."

사내가 처음으로 말을 꺼냈다.

"허어, 짐승 밥이 되고 싶은 거냐."

사내는 입술을 깨물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다.

"이 고기가 먹고 싶은 거라면 조금은 먹여줄 수도 있지."
"정말이냐?"
"허나 비싸다. 이런 산속이야. 싸게 먹히리란 생각은 마라."
"돈 같은 건 없어. 돈이 있었다면 너 같은 걸 덮쳤겠냐."
"돈으로는 살 수 없어. 넌 내 종자가 되는 거다. 내가 뭔가 말하면 아무 말 말고 따라야 해. 죽으라고 말하면 죽는 거다."
"뭐든 하겠어. 그러니까 그 고기 좀 줘."
"알겠다. 이건 맛있다고. 그전에 해야 할 일부터 알려주지. 뭐든지 해야 한다고 했다. 자, 그럼 죽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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