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수호전 1권 천웅성(9) 북방수호전


"이 중에서 내게 이겨본 자가 있소? 아니, 내 제자들에게라도 이겨본 자가 있나? 정말이지, 시진 님은 사람이 좋단 말이야. 내 눈에는 이 자가 별것도 아닌 도둑질이나 일삼던 피라미란 게 아주 잘 보이오."

임충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시진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볼 생각이었다.

"무예에 관해선 초심자인 우리가 사범들과 정면으로 싸울 수 있을 리가 없죠. 여기 임 사범께선 틀림없는 천하제일이십니다. 그랬기에 금군 사범을 지내셨던 거고요."

시진은 일부러 홍 사범의 비위에 거슬릴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도 창주에서 창과 봉을 가르치고 있소. 겨뤄보면 바로 알 수 있지. 이 자식은 피라미란 걸. 시진 님의 호의에 들러붙어선 돈이나 몇 푼 뜯어먹을 속셈이 뻔해. 그 증거로 아까부터 한 마디도 못하고 고개만 푹 처박고 있는 게 아니겠소. 도전을 받았으면 이에 응해야 사내라 할 수 있거늘."
"그건 재미있을 지도 모르겠군요."

시진은 임충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도 사범들의 시합을 볼 수 있을 테고 말입니다. 어떠십니까, 임 사범. 이번에 부디 사범의 실력을 보여주시지 않겠습니까?"
"시진 님이 원하신다면."
"허어, 나와 겨뤄보겠다는 건가? 꼬리를 말고 도망치지 않은 건 좋다만 허세나 부리다니 역시 피라미야."
"상금을 걸죠. 이긴 분께 은 스물닷냥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스물닷냥이란 말을 듣자 홍 사범의 얼굴이 느슨해졌다.
다들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화톳불을 늘리고 봉도 10개 정도 준비했다. 밖에는 달빛도 있다.
시진은 임충 쪽을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홍 사범과 그 제자들은 이미 각자 봉을 쥐고 있었다.

"제자들 따위와 싸우고 싶지 않소. 홍 사범, 당신과 겨루는 걸로 하지."
"꺼지는 게 좋을걸. 죽어도 난 모른다."

임충은 말없이 정원으로 내려섰다. 다들 그럭저럭 봉은 쓰는 것 같다.
봉을 하나 쥐고 임충은 화톳불에 둘러싸인 곳으로 나아갔다.

"스물닷냥이오. 잊지 마시오, 시진 님!"

홍 사범은 임충에게 봉을 들이밀며 소리쳤다.
서로 마주 보고 섰다. 그 순간 홍 사범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임충이 한발 내딛자 홍 사범은 좌우로 봉의 양 끝을 휘두르며 공격해왔다. 임충은 피하려고도 하지 않고 그대로 두 걸음 나아갔다. 그리고 홍 사범의 손에서 봉이 날아갔다. 구경하던 이들 모두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모르는 것 같았다. 홍 사범만이 필사적으로 손목의 통증을 참고 있었다.

"다들 이놈을 죽여라! 어차피 죄인이다. 죽이면 스물닷냥이야!"

홍 사범이 소리 지르자 제자들이 제각각 임충을 둘러쌌다.
임충은 먼저 달려들어 하나를 봉 끝으로 쳐올렸다. 사내의 몸이 머리보다 높이 떠올랐다가 땅바닥에 처박혔다. 두 번째, 세 번째도 공중으로 쳐올렸다. 상대의 힘을 이용하면 어려운 기술은 아니다.
다섯이 쓰러지고 홀로 남은 홍 사범이 갑자기 마구잡이로 공격해왔다. 공포에 휩싸여있다는 게 눈에 선했다. 임충은 가볍게 홍 사범의 코를 찔러 으스러뜨리고 아래에서 위로 쳐올린 뒤 다시 정강이를 후려쳤다. 뼈가 부러지는 감촉이 봉을 통해 똑똑히 전해져왔다. 문득 임충은 잔인한 생각에 휩싸였다. 웅크리고 앉아 눈물을 흘리는 홍 사범의 관자놀이를 향해 봉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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