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수호전 1권 천웅성(8) 북방수호전

3.
말이 10기 정도였다.
창주(滄州)가 가까워지고 있다.
노지심은 임충에게 눈짓을 했다. 임충은 목의 칼이 방해가 되어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마찬가지로 눈짓으로 대답했다. 호송 중에 목칼까지는 역시 떼어낼 수 없었다. 그래도 호송 관리 일이 형편없는 일로 알려져 있어 다행이었다.

"난 여기서 헤어지지. 이제 곧 창주야. 돈은 충분히 쥐어줬으니 심하게들 굴지 말라고."

관리들에게 그 말만 남기고 노지심은 옆길로 사라졌다. 기마 10기는 길을 가로막듯이 선 채로 움직이지 않는다. 관리 둘은 불안한 듯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일행의 중앙에는 화려한 겉옷을 입은 백마 탄 사내가 있었다.

"나는 횡해군(横海郡)에 저택을 가진 시진(柴進)이란 사람이오. 그 죄인은 금군의 창술사범을 지낸 임충 님으로 알고 있소. 호송 중인 것은 알고 있소만 내 저택에 하룻밤 초대하고 싶구려. 이 땅을 지나는 장사는 대부분 내 저택에 들러간다오."

한 사람이 말에서 내려 관리들에게 은 1냥씩을 건네는 것 같았다.
저택까지 걸어서 갈 정도의 거리는 아니었다. 1명을 길잡이로 남겨놓고 시진 일행은 흙먼지를 일으키며 떠났다.
저택에 들어섰을 땐 이미 술자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아까처럼 10명 정도가 늘어서서는 수갑과 목칼을 쓰고 있는 임충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인근의 무예를 좋아하는 자들인데 내 저택에 드나들고 있다오. 그보다 관리를 불러서 임충 님의 수갑과 목칼을 풀어드리게."

은을 쥐어준 게 효과가 있는지 관리는 간단히 수갑과 목칼을 떼어주고는 별실로 향했다.
주연(酒宴)이 시작되었다. 나오는 이야기는 대부분 창술에 관한 것으로 임충은 짤막하게 대답하기만 했다. 시진은 말없이 술을 마시고 있다.

"전 머리 위로 창을 100번은 휘두를 수 있습니다. 그 사이에 적은 다가오질 못하죠."
"100번이 넘어가면 어찌 됩니까?"
"그전에 적의 빈틈을 찾아내 쓰러뜨려야죠. 실제로 전 창주성의 시합에서 이겼습니다."
"그건 언젠가 한번 보고 싶군요."

그런 별것 아닌 이야기뿐이었다.
모두 자신이 강하다는 것을 자랑한다. 어느 정도 수행을 쌓은 자라면 그런 것은 보통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도 빈틈인 것이다. 진정한 승부를 가리고자 하는 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이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은 시진 한 사람뿐이었다. 그다지 강한 것은 아니지만 예전부터 몇 번이나 진심으로 승부를 겨뤄왔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렇게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실내에선 등유가 타오르고 바깥에선 소작인들이 화톳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때 문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6명. 임충은 발걸음 소리로 그렇게 판단했다. 발걸음에 침착하지 못한 기색이 있었던 것이다.

"오오, 홍 사범."

시진이 말했다. 홍 사범이라 불린 사내는 서슴없이 실내로 들어섰다.

"이쪽은 임충 님이라 하는데 금군의 창술사범을 지내셨던 분입니다."
"죄인이라 들었소, 시진 님. 죄인이면 죄인답게 있을 것이지, 수갑과 목칼도 떼어내고 술 따위나 마시고 있는 겐가?"
"제가 떼어내게 했습니다. 사정이 어찌 되었든 장사로서 제 저택에 초대한 것이니까요."
"장사는 무슨. 쫄아서 쭈그러들지 않았소."

홍 사범은 차려져있던 술병을 보더니 그대로 입으로 가져가 들이켰다.

"이 중에서 내게 이겨본 자가 있소? 아니, 내 제자들에게라도 이겨본 자가 있나? 정말이지, 시진 님은 사람이 좋단 말이야. 내 눈에는 이 사내가 별것도 아닌 도둑질이나 벌인 피라미란 것이 아주 잘 보이오."

임충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시진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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