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수호전 1권 천웅성(3) by 뇌세척


2.
상반신이 벗겨진 채 머리 옆으로 구멍 난 통나무에 양 손목이 묶여있었다.
태형 20회 형벌이다.
그저께 이부가 떠난 뒤 돌아온 감옥은 지극히 평범했다. 어제의 신문에도 이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내용 또한 임충이 고구의 사자를 베어 죽인 사정에 대한 질문뿐이었다.
그리고 태형 20회, 창주(滄州)로의 귀양이라는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통나무에 묶여있음에도 사형에 처해지지 않은 자신이 이상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몽둥이를 쥔 병사가 나타났다. 임충은 10번의 몽둥이질에 죽은 사람을 알고 있다. 30번을 맞고도 견뎌낸 죄인도 있다. 20번이 죽음의 갈림길이라고 흔히 알려져 있지만 임충은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자신이 때린다면 2번만으로도 살아남을 자는 없을 것이다.

"시작하라."

목소리가 들리더니 징이 울렸다. 먼저 바람이 느껴졌다. 그리고는 떡갈나무 몽둥이가 등에 내리꽂혔다. 바람을 느꼈을 때 본능이 전신의 근육을 긴장시켰다.

"이 자식."

몽둥이를 내리치는 병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봉을 튕겨내고 있다고."

2번째. 전신을 울리듯 몽둥이가 내리꽂혔지만 임충은 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3번, 4번째 봉을 휘두르는 병사의 숨이 거칠어졌다.

"이 새끼 미친 거 아냐. 살이 찢어지고 피가 터져 나오는데."

10번째에 때리는 자가 바뀌었다. 바뀐 사람도 마찬가지로 중간부터 숨이 거칠어졌다. 12번째가 끝나자 손목을 묶고 있던 포승줄이 풀리고 임충은 스스로 일어설 수 있었다. 감옥으로 돌아오자 옥졸이 말없이 물을 내밀었다. 임충은 그걸 받아 마셨다. 역시 소금물이었다.
감옥 안에 앉아 하루 동안 꼼짝하지 않았다. 등의 터져나간 살에서도 피가 굳었다.
다음 날, 조잡한 옷을 걸치고 수갑과 칼을 쓴 채. 2명의 호송 관리와 함께 개봉부를 나왔다. 물론 배웅하는 이는 없다.
점심은 없었고 저녁은 밥그릇의 절반 정도 되는 죽뿐이었다. 이튿날, 사흘째도 그뿐이었다.
창주까지는 하수(황하)를 타고 내려가는 배가 있었지만 죄인에게는 허용되지 않았다. 어쨌든 걸어가는 수밖에 없다. 공복의 고통도 나흘이 되자 사라졌다.

"당신 식비로는 그것 뿐이고 나머지는 돈으로 사는 수밖에 없어."

관리는 죽 그릇을 건넬 때마다 그렇게 말했다. 호송 관리에게 돈을 쥐어주면 대우가 좋아진다는 것은 알고 있다. 이 나라에선 대부분의 관리가 그렇다.
하지만 배웅하는 이도 없었는데 돈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었다.
5일째 되는 날, 짚신이 닳아서 끊어졌다. 관리들은 새 짚신은 주지 않았고 수갑이나 목에 찬 칼도 풀어주지 않았다. 수갑은 아직 괜찮았지만 목에 칼은 잘 때도 방해가 되어 그 고통스러움이 조금씩 쌓여갔다. 그때마다 장람이 겪었을 고통은 그런 것과 비교도 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맨발이 된 발은 금새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그것도 곧 단단해져갔다.
7일째 되는 날, 운성 근처를 지났다. 저 사람이 어떻게 있는 건가. 문득 생각했다. 난 이미 죽은 게 아닌가.
운성에 들를 여정은 아니었지만 특별히 아쉽다는 생각은 없었다. 자신이 포박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저 사람은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서 어딘가로 이동했을 터였다.
10일째가 되자 걸어가며 눈앞이 하얗게 변하게 되었다. 쓰러지진 않았다. 밤에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는 것이 체력을 쇠약하게 만든 것 같았다.
목에 칼만이라도 떼어달라고 말해봤지만 관리들은 그저 웃고 있을 뿐이었다. 숙박 비용도 아끼겠다는 것인지 노숙만 했는데 자기 전에는 항상 발도 꽉 묶었다.
11번째 날이었다. 갑자기 눈앞에 큰 몸집이 튀어나오더니 관리들을 후려쳐 때려눕혔다.
노지심이었다.

덧글

  • 2019/05/12 12:00 # 답글

    아.. ㅠㅜ 고통받는 부분 묘사가 너무 절절하네요..장람...........
    그래서 마지막 줄의 희열이 더 큰가 봅니다
  • 뇌세척 2019/05/13 18:57 #

    저는 어릴 적에 티비에서 해준 드라마 수호전에서 이 부분을 너무 세세히 다뤄줘서 질겁했던 기억이 선해요.
    피투성이가 된 발 씻겨준다고 끓는물을 붓질 않나.
    어린 마음에도 노지심이 저놈들 대갈통을 깨부수어주길 고대했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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