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수호전 1권 천웅성(2) 북방수호전


표자두 임충

세 명을 거느리고 이부(李富)가 들어왔다. 예전처럼 소름이 돋진 않았다. 고문을 당할 때도 바라보고 있던 이부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죽을 때까지 하진 마라. 이 사내에게 죽음이란 고통스럽지도 않을 것이니. 그런 말을 마치 차라도 가져오는 듯한 말투로 지시할 뿐이었다.

"지하 감옥은 조금 질렸겠지, 임충. 거기 여러 달 들어가 있으면 대부분의 놈들은 죽는다네. 아니면 미쳐버리지. 자넨 정말이지 잘 버텨냈어. 이제 슬슬 털어놔도 좋지 않겠나?"

이부는 허리를 숙이곤 차가운 시선으로 임충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노지심이란 중은 누구인지.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지. 소금길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 하나라도 좋아. 털어놓는다면 풀어주겠네."

소금길이라 하는 것에 대해선 잘 모른다. 하지만 노지심은 분명 소금에 얽매여서 어둠길을 찾고 있었다.
다시 말해 소금길을 만들어내는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것인가. 그리고 이부는 그걸 노지심과 그 위에 연결된 누군가가 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이다.

"밀주에서 7천 석의 소금을 빼앗겼네. 지금으로선 어디에서도 소금이 나오지 않아. 어둠길로 흘러들어갔겠지."

이부는 임충의 반응을 살피듯 떠들어댔다. 입을 열지 않는 사람에겐 고문을 가한다. 이 자들이 가진 것은 그런 방법뿐이었다.

"부인에 대해선 지금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네. 뒤에 조사해보니 고구 님의 사자가 부인 혼자뿐인 방에 들어갔다지. 이건 분명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었으니 의심했던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걸세."

장람의 모습이 떠올랐지만 임충은 이부의 눈을 응시하며 간신히 그것을 감추었다.

"원래대로라면 처단을 피할 수 없지만 사정을 봐줘야 한다는 의견도 군부 내에 있는 것 같더군. 할 말이 있거든 해보게, 임충. 그리하면 석방해줄 수 있어. 그렇지 않으면 형벌을 피할 수 없게 될 테지."

이부의 어조는 온화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이 사람은 이런 식으로도 말할 수 있구나 임충은 생각했다.

"표자두(豹子頭) 임충. 금군에서도 표자두라 불리며 두려워하던 무술가가 세상에 이름도 날리지 못한 채 비참한 죄인으로서 죽어 없어질 셈인가. 나는 그것이 안타까우이. 안타깝기에 죄상(罪状)을 정하기 전에 이렇게 만나고 있는 것이네."

임충은 이부의 눈 속 깊숙한 곳을 바라보았다. 거짓은 아니다. 그렇게 느꼈다. 그러나 진실도 아니다.
갑자기 방에 고구가 종자 몇을 거느리고 들어왔다.

"임충의 마지막 조사라고 들었다. 끝나면 이놈은 나한테 넘겨주겠지, 이부?"
"무슨 말씀이십니까, 고구 님."
"이놈은 내 사자를 베어 죽였단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조사하고 있습니다. 고구 님의 사자가 부인 혼자 있는 방에 들어간 것도 확실하고 말이죠."
"무슨 소리냐, 이부. 그건 네가."
"고구 님, 사람들 앞에서 말해서 좋을 건 없을 텐데요. 그 사자는 고구 님이 보내신 겁니다."
"그건."

고구는 불쾌한 듯이 몸을 돌렸다.

"조사가 끝나면 형벌을 결정할 겁니다. 지하 감옥에 들어가야 할 자는 그 밖에도 있고 이제부터 염적도 잡아들일 수 있으시겠죠. 고구 님, 염적은 곧 잡을 수 있을 겁니다"
"밀주에서는 고양이 하나 빠져나올 수 없어. 서서히 그물을 좁혀가면 염적이 있을 거다."
"그러길 바랍니다."

이부의 어조에 담긴 빈정거리는 울림을 임충도 느낄 수 있었다. 고구는 또 불쾌하게 몸을 돌렸다.

"고구."

임충이 말했다. 몇 달만에 말을 내뱉어서인지 입속에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나를 죽여라. 살아있는 한 나는 널 노릴 것이다. 다리가 끊어지고 손이 잘려나간다 해도 네 모가지를 물어뜯어 죽여버리겠다."

고구를 노려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고구가 웃기 시작했다.

"이봐, 이부. 이놈은 어차피 처형할 테지만 우선 손과 다리를 잘라보지. 그래도 날 물어뜯을 수 있을지 어떨지 시험해보지 않겠나?"
"처형은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사정을 봐줘야 한다는 의견이 군부 내에 있기도 하고, 나름대로 결정을 내릴 생각입니다."
"날 죽이겠다고 말하고 있잖나."
"고구 님은 다 죽어가는 죄인의 말로 죽는단 말입니까?"
"흥, 너도 채 태사(蔡太師) 마음에 들었다고 해서 꽤나 위세를 부리는군. 뭐 좋아. 석방이든 뭐든 하려면 해봐. 이봐, 임충. 네 마누라가 죽은 것은 절개(操)를 지키려고 따위가 절대 아니야. 짐승만도 못하게 변한 자신의 비참함을 부끄럽게 여겼기 때문이지. 풀려나거든 나를 죽이러 오거라. 언제든 내 직접 상대해주지."

제 할 말만 해버리고 고구는 방을 나갔다.

"자네를 죽이기 위해선."

잠시 후 이부가 말했다. 변함없이 표정의 변화는 없다. 지금의 대화로 그가 고구의 부하가 아니라 채경(蔡京)의 직속 부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풀어주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군. 그리하면 자넨 고구의 부하에게 죽겠지. 허나 그걸 정하는 것은 내가 아니야. 내 질문에 자네가 대답해준다면 자유롭게 해주는 정도는 가능할 것을."

임충은 이미 입을 다물고 있다.
그 뒤로 몇 가지 질문을 계속하던 이부가 갑자기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는 웃기 시작했다. 임충은 이 사내가 웃는 모습을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사내로군, 임충. 그렇게 사내다움에 얽매여서 뭐가 있냐고 말하고도 싶지만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군. 이 나라는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해서 각지에 도적들이 날뛰고 있어. 채 태사는 그걸 우려하고 있네. 자네 같은 사내가 백 명만 있으면 이 나라의 군대는 정강해지고 군법도 철저해져서 도적들도 날뛰지 못하게 될 테지. 애석하지만 자네 같은 사내이기 때문이야말로 정부로부터 멀어졌다고도 할 수 있네. 허나 아직 혼자지. 게다가 붙잡혀 있어. 다른 아흔아홉 명마저 정부를 떠나게 할 수는 없네. 이 몸을 바꿔서라도 그리할 작정일세."

99명이라는 것은 그저 비유고, 군을 일으켜 세우겠다고 이부는 말하는 것 같았다. 그것은 곧 채경의 의지일 것이다.

"도적들 중에 몇 안 되지만 정부를 뒤집어엎으려는 생각을 가진 자들이 있네. 난 그걸 골라내서 하나하나 때려 부술 생각이야."

임충은 이부를 바라보고 있었다. 고구보다 훨씬 더 만만치 않다. 권세를 탐내는 것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국가(国)는 이미 존재하네, 임충. 그렇다면 내부에서부터 바꿔나가야 하는 게 아닌가? 밖에서 파괴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지?"

그 국가가 이미 썩어버렸다고 임충은 생각했다. 말을 함으로써 이부의 술책에 넘어간 듯한 기분도 들었다.

"또 만나세, 어딘가에서."

한참 말이 없던 이부가 몸을 일으켰다.


1장 끝

덧글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