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수호전 1권 천죄성(7) 終 북방수호전

금모호 연순.

"그건 그렇고, 연주 지도를 펼쳐놓은 건 무슨 일 때문이오, 연순 님?"
"자네가 염적이 따로 있다는 걸 놈들에게 알려줬잖아. 여기서 연주의 병량고를 해치워두면 청풍산 일당은 단순한 도적이라는 것이 더 명확해지겠지."
"과연 그렇군. 그렇다면 나도 함께 하겠소."
"그런 것보다 배는 개봉부에 들어가보지 않아도 괜찮은 건가, 완소오?"
"괜찮네, 정천수. 아직 열흘 이상 여유가 있어. 개봉부에서 석탄을 나르던 중에 배가 당해서 말이지. 바위에 부딪쳐서 3척 중에 1척이 가라앉을 뻔했네. 지금 사주(泗州)에서 수리하고 있지."
"잔꾀를 부렸구만. 덤으로 7천 석의 소금이 사라지게 되면 개봉부에 옮길 것도 부족해질 테지."
"어때, 나도 끼어도 되겠소? 관리나 군대는 밀주에 집결 중이니 연주는 주인 없는 집이나 다름없겠지?"
"우리가 정탐한 바에 따르면 목장에 말이 있네. 백 마리 정도인데 아직 훈련이 끝나진 않은 것 같더군. 그것들을 빼앗고 하는 김에 병량고 하나라도 습격해볼 작정일세."

연순은 가져온 술을 완소오에게 권했다. 돼지고기 같은 것도 가져왔다. 청풍산은 먹을 것으로 불편하진 않은 것 같았다.

"언제 하는 거요, 연순 님?"
"내일 출발해서 습격은 이틀 후. 나와 왕영이 50기를 지휘할 거네. 빼앗은 말을 이곳으로 옮기기 위해 정천수가 20명 이끌 거고."
"나도 데려가 주시오. 말을 빼앗아 정천수에게 넘겨주고 떠나리다. 사주(泗州)에서도 해야만 하는 일이 있으니까."
"같이 가세. 물 위에서만 있을 게 아니라 가끔은 초원을 내달리는 것도 좋지."

술자리가 되었다.
역시 3천의 대군을 앞두고 긴장은 됐겠지. 세 사람 모두 안심한 표정을 한 채 술잔을 입으로 옮기고 있다.

"그 사람은 어떻게 지내나?"

문득 생각난 것처럼 정천수가 말했다.
조개를 말한 것이다. 조개라는 사내는 사람을 끌리게 하는 뭔가를 가지고 있다. 매혹되는 것을 피하려고 해도 깨닫고 보면 홀려있는 것이다.
조개가 이 주변을 여행한 것은 언제쯤이었을까. 네다섯 명의 사나워 보이는 자들을 거느리고 있었다고 한다. 조개와 이 세 사람이 어떤 식으로 만나게 되었는지는 들어본 적이 없다. 말해준다면 모를까 이쪽에서 물어볼 생각은 없었다. 아마 세 사람 모두 그것이 소중한 추억이기 때문일 것이다. 노준의가 나타난 것은 그 후라고 한다. 노준의는 이미 작은 소금길을 만들어가고 있었던 것 같다.
완소오는 제주(済州) 동계촌의 보정인 조개 밖에 모른다. 명사(名士)이면서 때로는 동료를 모아 도적질을 하고 빼앗은 것은 그 땅의 백성들에게 나누어주는 사내.
도적질을 할 때 조개는 항상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빼앗기 위해 빼앗는 게 아니라 주나 현의 관리들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기 위해서라고 반드시 설명했다. 빼앗은 것을 개인의 물건으로 삼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도적질을 해서 세상을 어지럽힌다. 어지러워진 세상을 백성의 힘으로 때려 부순다. 그리하면 그 너머에 새로운 나라의 모습이 보인다. 조개는 완소오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다. 이 세 사람에게도 말했는지도 모른다.
부수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말은 완소오가 가슴속에 품어왔던 것을 확실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안개가 걷힌 듯한 기분이 들었던 게 지금도 생각난다.
이 세상이 관리들의 것이라고 해서 괜찮을 리 없었다. 그걸 아무리 떠들어봐야 허무해질 뿐이다. 부패한 관리는 죽인다. 그러지 않으면 이 세상이 관리의 것이라는 이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조개는 개봉부의 황제나 고관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그것은 완소오에겐 먼 이야기였다. 완소오에겐 마을과 현의 부패한 관리들만이 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거기서 위로 올라가면 한층 더 썩은내를 풍기는 것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 거기까지는 모르겠다고 조개에게 말했더니 그걸로 괜찮다며 웃었다.
어딘가의 현에서 길을 걸으며 스쳐가는 관리들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썩은 냄새를 풍기고 있다. 그것이 이 나라의 냄새 그 자체라고 생각해도 좋다고 말했다.

"저 사람은 언젠가 큰일을 벌일 거야. 우리가 여기 있는 것도, 노준의가 열심히 소금길을 만들고 있는 것도 언젠가 할 일이 있기 때문이지. 나도, 왕영이나 정천수도 그걸 믿는 한 신기하게도 살아있다는 생각이 든다네. 나그네를 습격해 짐을 빼앗고 죽인 자의 고기를 먹는 것밖에 모르던 우리들이, 살아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단 말일세, 완소오."
"그 언젠가가 가까워오고 있다는 생각이 드오. 노준의 님의 움직임이 확연히 달라졌거든. 이건 움직일 전조가 분명해. 게다가 운성에서 그 사람을 중심으로 몇 사람이 모인 적도 있소."
"누가 모였나?"
"우리와 같은 것을 생각하는 자들이 그 밖에도 더 있을 거요. 난 노지심이라는 중을 만났는데 분명 우리와 같은 분위기를 지닌 자였소. 동지라 생각해도 좋다고 노준의 님도 말했고."
"그 중 얘기는 나도 들어본 적이 있지. 9척은 될 덩치 큰 녀석인데 18근(약 18kg) 짜리 석장을 휘두른다더군."

왕영이 말했다. 완소오가 만났던 노지심은 무기가 될 만한 것은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저 어디에도 틈이 없고 고요한 기척을 띄우고 있었다.

"그 사람이 뭔가 시작한다면 여러 사람을 만나게될 거요. 그때까지는 노준의 님의 지시를 따라야지."
"노준의는 그렇다치고, 난 어쩐지 옆에 있는 연청이란 놈이 맘에 들지 않아, 완소오. 그 두 사람이 남녀처럼 다정하게 지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구역질이 날 것 같다고."

정천수는 그렇게 말했지만 겉보기에 인상은 연청과 제법 닮았다.

"어이, 그런 건 별로 말하지 않는 게 좋을걸."

고기를 뜯으며 왕영이 말했다.

"그 자식, 체술을 할 줄 알아. 노준의와 인부들 싸움이 났을 때 눈 깜짝할 사이에 사람 넷을 집어던지는 걸 봤다니까. 그럼 무기를 써도 상당하겠지. 그에 비해 넌 그냥 은 세공 장인이지, 도적이 되고 나서도 그다지 수행하지도 않았잖아."

왕영의 말에 정천수는 고개를 숙였다. 연청은 완소오도 좋아하지 않지만 솜씨가 상당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싸워본다면 물속에서 밖에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어쨌든 나도 시기가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네. 그래서 청주군의 공격을 받고 싶지 않았던 거야. 만약 그 사람이 움직인다면 이번 전리품은 쓸모가 있을 지도 몰라."

연순의 말대로라고 완소오도 생각했다. 무기 같은 것보다 말을 얻기가 더 어렵다.
다른 이들에게도 술을 나눠주기 시작했는지 와아 하고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3막 천죄성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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