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수호전 1권 천죄성(6) by 뇌세척

금모호 연순

4.
검정 일색의 모습을 했다.
완소오는 얼굴도 검은 천으로 가리고 눈만 내놓고 있었다. 말도 탈 수 있는 사공과 노수가 10명. 노수이면서 사주(泗州)에 남아 있던 동료가 16명. 합쳐서 36명의 염적(塩賊)이었다.
청풍산 근처에는 청주군(青州軍)이 펼쳐져 있어서 도저히 접근할 수 없었다. 청풍산의 산채에서도 방어를 단단히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다시 말해 청풍산 도적들은 산 위에서 발이 묶인 셈이다. 청주군이 청풍산을 염적의 중심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였다. 보통 도적을 상대로는 이 정도의 군병을 출동시키지 않는다.
밀주까지 나아가며 닥치는 대로 제염소를 습격하기 시작했다. 저장고에서 대량의 소금을 빼앗아도 그걸 옮길 필요는 없다. 바다에 버리면 소금은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밀주군의 중심도 청풍산 공격을 위해 동원되서 제염소는 어디든 허술했다.
12곳의 제염소를 습격, 7천석(약 49톤) 정도의 소금을 빼앗아 바다에 버렸다. 그걸 이틀 만에 해치운 것이다. 관리들의 눈에는 밀주가 동시다발적으로 염적에게 습격당해 대량의 소금을 빼앗긴 것처럼 보일 것이다. 소금을 버리지 않을 경우에는 조금만 빼앗았다. 그러나 빼앗은 소금을 버렸으리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다.
청풍산을 향해 전개되었던 군대가 황급히 밀주로 돌아온 것은 4일 후였다. 북경대명부에서도 군대가 급파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 무렵, 동료들은 모두 사주로 돌려보내고 완소오는 혼자 청풍산 근처에 있었다.
염적이 청풍산에 있음을 확신하고 대군을 동원한 관리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차피 개봉부의 허가를 받았을 테니 꽤나 엄한 처분이 있을 게 분명했다. 어찌되었든 7천석의 소금이니까.
모두가 검은색 차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흑적(黒賊)이라고도 부르기 시작했다.
청풍산의 도적을 상대하려는 자는 없어졌다.
5일째 되는 날, 완소오는 청풍산을 올랐다.
연순과 왕영(王芒), 정천수(鄭天寿)는 연주(兗州)의 지도를 둘러싸고 뭔가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원, 7천석의 소금을 바다에 버리다니 노준의도 아까운 짓을 한다니까."

완소오의 얼굴을 보며 연순이 말했다. 원래 금모호(錦毛虎)라 자칭하는 도적이었지만 언제부턴가 노준의의 소금길에 합세하게 됐다.
완소오는 하고 싶어서 도적을 하는 사람은 적다고 생각했다. 뭔가를 빼앗고도 목적과 의미를 부여하자면 그쪽으로 기울었다. 청풍산의 두목 3명은 이제 도적이라 할 수 없었다. 자기들에게 아무 이득도 되지 않는 소금길의 입구를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만간 노준의 님이 직접 청풍산으로 올 거라더군, 연순 님."
"그럴 필욘 없어. 7천석의 소금을 왜 바다에 버렸는지도 알고 있으니까. 자네가 밀주에서 해주지 않았다면 청풍산은 꽤나 어려워졌을 테지."
"7천석에 대한 설명만이 아니라 노준의 님은 소금길을 더 어렵고 복잡하게 만드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소. 그 방책을 세 사람과 의논하려는 거겠지. 아무튼 내 일은 끝났고 청풍산도 조용해진 것 같으니 세 사람 얼굴이나 볼까 싶어서 말이오."
"흑적이라니. 하얀 소금을 검은 도둑이 빼앗은 건가. 그렇다 쳐도 7천석이라고."

왕영이 말했다. 작은 키에 짧은 다리가 두드려져서 왜각호(矮脚虎)라 불리고 있다. 정천수는 반대로 큰 키에 잘생겨서 백면낭군(白面郎君)이라 했다. 완소오는 도적이 되지 못한 이 세 사람이 싫지 않았다.

"7천석의 소금을 모으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고 있나, 단명이랑."
"정천수, 자네들 고생을 생각하니 짠 눈물이 나더군."

세 사람 중에 연순만 10살 정도 나이가 많다. 연순을 보좌하는 식으로 젊은 두 사람이 잘 움직여주었다.
연순이 소리질러 술을 가져오게 했다. 이 산채에 있는 것은 백 여명으로 청주군은 이를 토벌하기 위해 다른 주의 군대까지 요청해서 총 3천의 규모로 산기슭에 전개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염적을 토벌하라는 개봉부의 강한 명령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염적은 따로 있었다. 청풍산에 병력을 집중시킨 사이, 7천석에 달하는 소금을 빼앗긴 것이다. 지금쯤 개봉부에서도 큰 난리가 났을 것이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