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수호전 1권 천죄성(4) 북방수호전

연청은 아무 말 없이 노준의의 다리를 주무르고 있다. 노준의가 팔을 조금 들어올리자 그 팔을 다시 주무르기 시작했다.
뭔가 지나치게 생생한 광경을 본 기분이 들어 완소오는 눈을 돌렸다.

"노지심이 보여준 건 송강이 젊었을 적에 쓴 책이라고 하네. 나도 1권 가지고 있는데 자신을 책망하는 점이 마음을 흔들어놓더군."
"노준의 님은 그 송강과 만나보셨습니까?"
"아직 없네. 실은 이제부터 운성에 가려는 건 송강과 만나기 위해서야. 조개로부터 그 이름만은 들어왔지만 이제 만날 때가 됐다고 판단한 모양일세."
"제 형제들도 만나보지 않으셨죠."
"아직 아무도 만나지 않았네. 정부에 맞서겠다는 2개의 집단 모두가 운성이란 땅에서 시작됐어. 뭔가 인연이 있는 거라고 생각하네."

조금씩 움직임이 드러나고 있다. 완소오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변하의 소금 길은 살아남을 수 없다.

형 완소이(阮小二)와 아우 완소칠(阮小七)은 양산호에서 계속 어부 일을 하고 있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조개 옆에 있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완소오 자신 만이 조개 이외의 것을 생각했다. 조개의 꿈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더 큰 움직임을 보여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을 꿰뚫어본 조개가 노준의와 만나게 해주었다. 그때 노준의는 소금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완소오 역시 조개는 좋아하지만 그의 꿈을 위해 자신이 살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전 사주(泗州)로 돌아가려 하는데 뭔가 해둘 게 있습니까?"
"당분간 밀주(密州)에서 래주(莱州)에 걸쳐 경비가 허술한 제염소를 흔들어주지 않겠나?"
"그렇군요. 청풍산에 군대의 시선이 쏠려있는 겁니까."
"정말이지, 자네는 척하면 척이군. 청풍산이 제염소를 털고 있는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면 되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소금을 빼앗을 필요까진 없어. 빼앗은 소금은 아깝지만 버리게. 바다로 돌려주면 되겠지."

청풍산의 연순은 소금과는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 한바탕 저지르고 오겠지. 정부든 군대든간에 소금이 최우선인 것이다.
청풍산에 모은 소금을 전혀 별개의 장소에 숨기는 것은 노준의의 일이다. 어쩌면 군대의 병량고 옆에 숨겨두었는지도 모른다. 언제나 발상이 대담한 사내였다. 그리고 그 대담함이 지금까지 없었던 소금길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소금을 모으는 것은 어디까지나 연순의 역할이고 완소오는 그것을 운반한다. 비록 완소오가 소금을 손에 넣었다고 해도 그것은 바다에 버리게 한다. 결코 역할을 바꾸지 않는 것도 노준의의 일하는 방식이었다.
그제서야 노준의는 연청이 팔 주무르는 것을 멈추게 했다. 연청은 어쩐지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을 짓고 있다.

"배는 1척은 옆구리에 구멍을 뚫고 2척만 끌고 가겠습니다. 해류에 밀려 바위와 부딪쳤다는 걸로 하죠. 배 수리에 15일 정도 잡는다면 제가 움직일 여유는 충분할 겁니다."
"그런 부분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나을 테니 자네에게 맡기겠네. 조금씩 사태가 움직이고 있어. 그런 때가 왔다고 생각하네."

조개가 우두머리였다. 주의 병사들을 쫓아 흩어버리거나 도적 일을 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도적이라고 해도 백성이나 나그네로부터 빼앗는 것이 아니다. 주의 관청(役所)에서 모아 개봉부로 운반하는 세금 등을 습격한 것이다.
돈 때문에 하는 게 아니란 것은 조개 자신이 살기에 풍족한 보정(保正)이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조개는 혼란함을 더욱 더 혼란스럽게 만들려고 했다. 혼란스러움에서 뭔가가 일어난다. 조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빼앗은 것을 분배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하면 정말 도적이 되기 때문이다. 분배를 요구하는 자를 조개는 용서하지 않았다.
조개는 뜻(志)이란 말을 자주 꺼냈다. 뜻이 없는 자는 떠나라. 뜻이란, 이 혼란한 세상을 때려부수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완소오는 뜻이란 꿈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꿈을 완소오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형이나 동생에게 그런 꿈은 없을 것이다. 그저 조개가 너무 좋은 나머지 조개의 뜻이 자신의 뜻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삼형제 중에서 둘째 완소오만이 하수(河水)의 어부였던 백부에게로 보내졌다. 완소오의 나이 14살 때였다. 호수가 아닌 물의 흐름이 있는 강에서 완소오는 배를 다루는 법을 배웠다.
백부는 호방한 성격이었다. 중개인을 통하지 않고 가난한 마을에 생선을 팔았다. 그래서 항상 중개인과 분쟁이 일어났지만 신경 쓰는 기색도 없었다. 그래서 갑자기 관리들에게 끌려갔을 때 완소오는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열흘 후 박주(博州)의 감옥에서 백부는 맞아죽었다. 직접 생선을 팔면 저런 꼴을 당한다며 중개인이 어부들을 협박하는 것을 들은 것은 그 직후였다. 그 중개인과 백부를 끌고간 관리가 친한 사이라는 것도 곧 알게 됐다.
중개인을 배로 데려와 뱃머리에 묶어놓고 모든 사실을 토해내게 했다. 중개인은 관리에게 돈을 주고 백부를 죽이게 한 것이다. 완소오는 중개인을 물속에 처박아 죽였다. 다들 그가 실수해서 강에 빠졌겠거니 생각했다. 완소오의 나이 17살 때였다.
완소오는 형제들에게로 돌아와 양산호에서 어부 일을 계속했다. 그리고 조개라는 사내를 만난 것이다.

"자넨 곧 소금 길에서 빠질 걸세."
"왜죠?"
"조개가 자네를 자신의 휘하에 두고 싶어하네. 뭔가 물 위에서 할 것을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지."

조개가 부르는 거라면 이의는 없었다. 변하의 소금길은 이미 완성되어 있다. 지금 있는 사공들 만으로도 충분히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이 나라를 부숴버리고 싶었다. 관리들의 목을 전부 베어버리고 싶었다. 부수는 것뿐만이 아닌, 부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함으로써 부순다는 행위가 용서되는 거라고 가르쳐준 것이 조개였다.

"내일 나는 운성으로 가겠네."
"말씀하신 건 전부 끝내두겠습니다, 노준의 님."

연청이 술을 꺼내왔다. 노준의가 여관에서 술을 마시는 것은 무척이나 드문 일이었다.


천죄성 2장 끝.

덧글

  • 2019/02/07 19:28 # 답글

    복 많이 받으셨지요? 덕분에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_ _)
  • 뇌세척 2019/02/11 23:41 #

    이번 설은 감기 덕분에 본의 아니게 누워만 있었죠. ㅎㅎ
    그리고 데뷔전 정말 축하드립니다.
    올려주신 글이 정말 당시의 감격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아서 저도 조금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다시 한번 축하합니다!
  • 2019/02/13 04:31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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