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삼국지 일문일답 (5) 영웅삼국지

Q. 3권에서 여포가 죽었죠. 독자들에게서 여포를 죽이지 말아달라는 편지가 쇄도했다면서요?

A. 그랬었죠. 삼국지라는 소설이 된 건 정사와는 달라요. 삼국연의 속에서 그려지는 여포는 아버지 두 사람을 죽인 악인이죠. 극악무도하고 난폭하기 짝이 없어서 멸망했다는 식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사 여포전을 살펴보면 최후의 순간까지 여포와 함께 하던 사나이들이 있었어요. 장료 같은 사람들도 그렇죠. 연의라는 건 꽤나 과장해서 썼지만 아버지 두 사람을 죽였다는 부분은 사실 부자의 연을 맺었을 뿐인 상대 두 사람을 죽인 거에요. 연의의 배경에는 유교 사상을 담고 있어서 여포가 악인으로 되어 있지만, 그가 정말 악인인지 어떤지 전부 살펴보면 동탁을 죽인 것은 여포죠. 여포가 동탁을 죽이지 않았다면 역사는 바뀌었을지도 몰라요. 훨씬 더 심해졌을지도 모르죠. 그래서 여포라는 인간을 다시 한번 검토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연의라는 건 조금 의심스러운 점이 있어요. 의심스러운 점 투성이죠. 정사 여포전을 보면 여포는 군사적으로 여러 재능을 지닌 화려한 남자로서 가족애가 상당히 강하다는 것처럼 쓰여있어요. 거기서 저는 여러가지를 분석해서 여포를 마더콤플렉스로 만들었죠.
어머니에게서 자라면서 모성의 크기나 다정함과 엄격함들을 배우게 됩니다. 하지만 부성(父性)이라는 건 배우지 못해요. 어찌해봐도 이해할 수가 없죠. 어머니 같은 아내를 두고 동탁에게서 "늙고 못 생겼다"는 말을 듣고 화가 치밀어오르기도 합니다. 부성이라는 건 전혀 이해하지 못하죠. 그래서 아버지를 죽이는 건 아무것도 아닌 거에요. 어머니를 죽일 수 있냐고 하면 여포는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그런 인격으로 설정하고 글을 썼습니다.
부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선 사람으로서 슬픈 거죠. 결핍된 부분을 가지고 있고 그 부분을 마더콤플렉스로 채우고 있어요.
군사적으로 뛰어났지만 역시 그 부분에 있어서도 결핍되어 있는 게 사상이죠. 정치적 사상이라는 게 없었어요. 그래서 항상 아슬아슬한 곳에 서있으면서 역사를 크게 움직이는 건 동탁을 죽일 때 뿐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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