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수호전 1권 천죄성(2) 북방수호전

"꺼져주겠나, 스님."
"노지심이라 하네. 화화상이라고도 불리지. 내 얘기 들어줄 텐가?"
"난 분명 사주에서 개봉부까지 소금을 가져왔어. 돌아갈 땐 다들 싫어하는 석탄을 나르지. 그만큼의 돈을 받는 것뿐이야."
"내 아버지는 밀주(密州)의 소금 장인이었네. 관리들이 소금을 부정하게 유출시킨 죄를 뒤집어쓰고 목이 잘렸지."
"흔한 일이지. 드물 것도 없어."
"죄 없는 사람의 목을 벤다. 그게 흔해빠진 일이 되어버린 이 세상을 난 바로잡고 싶네. 넉넉했을 이 나라의 백성이 왜 세금에 허덕이는지. 왜 도적들이 활개치는지. 나는 그걸 바로잡고 싶어."

웃어넘길 수 없는 절실한 울림이 있었다. 완소오는 노지심이라고 이름을 댄 중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혼자 뭘 할 수 있느냐고 비웃겠지. 허나 뭐든 간에 처음에는 혼자야. 나는 그렇게 생각하네. 우직하다면 우직한 거겠지. 허나 난 마음이 끌린 사람에겐 반드시 내 자신의 얘기로 말을 걸고 있네."
"알았다고, 노지심. 다만 난 이런 얘기가 질색이란 말이지."
"그렇게는 안 보이는데. 선착장에 들어오는 배의 뱃머리에 서있던 자네를 봤어. 소금, 아니 흙 자루 내리는 일을 지휘하고 있는 걸 봤지. 내 얘길 들어줄 만한 사내라 생각했네. 그것만으로 자네에게 말을 건 거야."
"고기라도 좀 먹으라고."
"고맙게 먹지. 맛있는 걸 먹을 때 사람의 마음은 평화로우니까."
"여행을 계속하는 건가?"

대화를 나누기엔 좋지 않은 상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완소오는 말을 꺼냈다.

"떠돌이 중이라네. 다만 개봉부에는 못 들어가.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서 말이지. 차라리 잘 됐어. 밖에서 개봉부를 보고 있으면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되거든. 어둠길도 말이지."
"난 딱히 양고기가 아니어도 좋아. 소든 돼지든 말이라도 말이지. 어렸을 적에는 생선 밖에 못 먹었어. 어부의 집이었거든. 형님과 아우는 지금도 양산호(梁山湖)에서 생선을 잡고 있어. 난 조금 정도는 형제들과는 다른 걸 해보고 싶었을 뿐이야."
"배를 움직이는 건 정말 대단했어. 뱃머리에 서서 노수에게 말을 거는 것만으로도 아무 일 없는 것마냥 선착장에 도착했지. 그것만 보면 배 모는 게 쉽구나 싶었지만 다른 2척은 고생하고 있더군."

완소오는 돼지 넓적다리 부분을 베어 물었다. 기름져서 특히 좋아하는 부위다. 입안에 점점 퍼져가는 이 기름은 생선에는 없는 것이었다.

"석탄을 싣고 운하를 내려가는 건 어렵지 않나?"
"배는 그 이상 없을 정도로 무거워지지. 그런 게 흐름을 타면 멈출 수도 없고 조종할 수도 없어."
"그래서, 어찌하는 건가?"
"급류를 탔을 땐 각오해야 해. 흐름을 피하려 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게 하는 거지. 처음엔 그 속도에 기겁을 하지만 그것도 익숙해져."

완소오는 이 사내에겐 사람의 마음을 열게끔 만드는 것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언제까지고 떠들고 있을 생각은 아니었다. 이 자는 흙 자루 속에 든 게 실은 소금이란 것을 눈치채고 있다. 정말 그렇다면 죽여야만 할 상대겠지.

"소용없을걸."
"뭐?"
"날 죽이려는 거."

완소오는 쓴웃음을 지었다. 소금은 이미 이곳에 없다. 배에는 석탄이 쌓이기 시작했을 뿐이다.

"읽어보겠나."

노지심이 품에서 뭔가를 꺼내들었다.

"여행하는 동안 시간이 나면 이걸 베껴 써서 마음이 끌린 사람에게 건네준다네. 목판으로 찍어낼 수도 있지만 베껴 쓸 때마다 뭔가 새로운 걸 발견하게 되거든."

완소오는 노지심이 내민 것에 무심코 손을 뻗었다. 기억이 있다. 운성에서 한번 읽어본 적이 있다. 국가가 있고, 백성이 있고, 백성의 하나로서 나 자신이 있다. 거기부터 쓰여있다.
11살에 난 백성으로서 이 나라에 무엇을 했는가. 12살에 무엇을 생각했는가. 13살에 무엇을 한탄했는가. 나이를 쫓아가며 백성과 나라에 대한 생각이 쓰여있지만, 자신이 나라에 대해 무엇 하나 한 게 없다는 자책이 16살 때부터 시작되고 있다. 그것은 점차 격렬해지고 곧 뼈에 사무칠 듯하게 되어 간다.
사람이 이렇게나 자신을 부끄러이 여기고 나라라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것인가 하면 나 스스로가 작아져 보여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쓰여져있는 것은 그것뿐으로, 그러니까 어떻게 하겠다거나 하는 내용은 없다. 그러나 생각한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진심으로 고민한다. 정말 살아있는 것인가 하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다 읽었을 때의 감정을 완소오는 지금도 분명히 떠올릴 수 있었다.
그것은 그것대로 좋다. 실제로 싸우는 것은 또 별개의 일이니까. 힘을 가진 자와 말만으로는 싸울 수 없다.

"이런 건 필요 없어."
"어째서?"
"글자 읽는 걸 좋아하지 않아."
"그렇게 보이진 않는데 필요 없다니 하는 수 없군. 이름만이라도 알려주겠나?"
"완소오(院小五). 미친 짓(無茶)을 자주 해서 단명이랑(短命二郎)이라고도 불리지."

낮은 목소리로 노지심이 웃었다.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으리란 느낌이 드는군. 난 알 수 있어. 다음에 만났을 때는 내가 한턱 내지."
"그거 좋지. 남은 고기는 싸줄 테니 가져가라구."

완소오는 급사를 불렀다.
이 사내와 너무 길게 떠들고 싶진 않았다. 뭔가 위험한 냄새가 난다. 반면에 좀 더 이 사내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기도 했다.

"또 만나세, 완소오."

급사가 대나무 껍질로 포장해온 고기를 들고 노지심은 몸을 일으켰다.
완소오는 좀 더 술을 마시다 갈 참이었다.
죽여야만 했다. 그러나 어떻게 해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겨우 완성시킨 변하의 어둠길. 노지심은 그걸 간단하게 간파했다. 하지만 그가 관리들에게 고할 리는 없다고 완소오는 자신했다.
그러나 그외에 알아차린 인간이 또 없는지 문득 그것이 걱정됐다. 겨우 완성시킨 어둠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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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염(闇の塩)이랑 어둠길. 적절한 단어 추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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