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수호전 1권 천고의 별(9) by 뇌세척

4장.
강함에 한계는 없다. 사진은 절실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왕진은 지금까지 아버지가 돈을 주고 고용한 스승들과는 전혀 달랐다. 모자 두 사람이 매일 얻는 양식만으로 충분하다며 교습비도 받지 않았다.
돈을 위해 가르치는 무술이 아니다. 왕진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자신에게 전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느꼈을 때부터 사진이 품고 있었던 왕진에 대한 증오 비슷한 감정은 사라졌다.
처음 열흘은 필사적이었다. 자신이 지금까지 해온 건 대체 뭐였나 싶을 정도로 왕진에게 때려눕혀진 것이다. 그건 곧 어두운 증오가 됐다. 틈을 노려 죽여버리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덤벼들 때마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일어서라, 사진. 아홉 마리 용이 다 죽어가는 판에 뭐가 구문룡이냐."

그 말이 귀에 박였다. 몸에 새겨진 자랑스러운 아홉 마리의 용마저 바보 취급당했다. 그러나 아무리 몸부림치고 뭘 어떻게 해봐도 왕진을 이길 수는 없었다. 연습이 끝나면 왕진의 어머니에게서 예의범절에 대해 배웠다. 대나무 막대기로 손이나 다리를 때려가며 말투부터 행동 하나하나까지 귀찮게 굴었다.

"전 금군 무술사범 왕승(王昇)의 아내로 아들 왕진을 이렇게 키워냈답니다."

사진은 어머니의 엄함 같은 건 알지 못했다. 희미한 기억만 남아있을 뿐 길러주셨던 기억도 없다. 매일 몇 시간씩 훈련받으며 생각한 거지만 왕진이 가르치는 방식은 그런 게 아니었다. 피곤해져서 자고 있으면 갑자기 봉으로 두들겨 맞았고, 고집을 부려 잠들지 않고 있으면 왕진도 자지 않았다. 무기는 봉뿐만 아니라 창, 검, 활에 이르렀다. 때로는 맨손으로 몽둥이나 검을 상대해야 했다.
이러다 죽을 게 분명했다. 이렇게 죽을 정도로 하는 무술이란 게 뭔가. 그건 대부분 기절하기 직전에 든 생각으로, 다음 순간 얼굴에 물이 끼얹어지며 일어나,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몇 번이고 반복하다 보니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살아있는 것인지 죽어있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그걸 빠져나갔다(抜ける). 이제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의 절망을 계속 버텨내면 그 앞으로 넓은 무언가가 있었다. 어느 정도 격하게 움직여도 고통스럽지 않다. 생각한 대로 몸이 움직인다. 왕진은 그것을 사역(死域)이라고 말했다. 이미 죽어있으니 고통스러울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사역에선 움직임을 멈추지 않으면 죽는다. 2각에 움직임을 멈추면 보통 상태인 채지만 4각을 넘어서면 반드시 죽는다.
사역을 어떻게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지도 무술 수행의 큰 요소라고 했다. 사역에 들어서 있는 자신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큰 고통 없이 사역의 단계에 들어설 수 있게 됐다.

"인간의 몸에 한계는 있다, 사진. 허나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한계보다 훨씬 더 전에 있지. 몸뿐이지만 넌 그걸 터득했다. 마음으로도 같은 것을 터득하고자 하는 것은 너 스스로가 할 일이다."

두 달이 지나갈 무렵 왕진의 말은 이해하는 게 아니라 마음에 스며들 듯이 알게 되는 거란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수행은 석 달이 넘어 넉 달째에 들어서고 있었다.
말위에서의 창과 검. 말을 어떻게 익숙하게 타는지가 먼저였다. 아버지가 사주신 좋은 말이었지만 어떻게 해봐도 왕진의 말과 똑같이 움직일 수가 없었다.
사진은 연습이 끝나고 말을 보살핀 후에 그대로 마구간에서 잠을 잤다. 왕진처럼 말을 다루지 못하는 것은 마음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잠들 때까지 말에게 이런저런 말을 걸었다. 끊임없이 몸 어딘가로 전해지는, 말의 귀 움직임 하나조차 놓치지 않았다. 말에게 하는 얘기는 처음에는 그날 훈련에 대한 것뿐이었지만 점차 소년 시절의 이야기와 희미하게 밖에 남지 않은 어머니의 기억도 중얼거리게 됐다.
그리고 어느 날, 말이 생각대로 움직였다. 말위에서 창을 쓰고 있을 때였다. 고삐로 신호를 보내는 것도, 발로 배를 차는 것도 아니라, 사진이 이렇게 움직이고 싶다고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훌륭하구나, 사진."

왕진에게서 처음 들어보는 칭찬이었다. 그날 밤, 마구간에서 말의 목을 안고 있자 눈물이 넘쳐흘렀다. 말도 오래토록 사진의 어깨에 코를 비볐다.
소화산(少華山)의 도적 십수 명이 사가촌으로 들어왔다는 보고가 들어온 것은 그해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사예는 젊은이들을 모으려 했지만 다들 무서워하며 나오지 않았다.

"도련님이 요즘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시니 도적들도 사가촌을 찔러볼까 싶었던 거겠죠. 젊은이들도 역시 도련님이 계시지 않으면 무서운 거예요."

보고하러 온 자가 그리 말하고는 울기 시작했다.
사진은 땅바닥에 정좌해있었다. 이제부터 연습이 시작되려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저택 밖의 상황을 보고 돌아온 왕진이 소리쳐 사진을 불러들였다.

"도적들은 모두 말을 타고 있다. 너도 말을 타거라."
"도적 토벌에 저도 데려가시는 겁니까?"
"데려가는 게 아니야. 너 혼자 가는 거다. 무기는 봉이면 돼. 하나의 도적도 놓치지 말고 때려잡아야 한다. 그 자들을 생포해서 빼앗아간 것들과 교환하는 거다."
"저 혼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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