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수호전 1권 천강의 별(9) 終 북방수호전

수호전 1권 서광(曙光)의 장
천강(天罡)의 별

"이건 무술 수행입니다, 사예 님. 솔직히 말씀드려 본인이 수행하고자 하는 생각이 없다면 얼마를 가르치든 쓸데없는 일입니다."
"그런 거라면."

사예의 얼굴에 기쁜듯한 미소가 떠올랐다.

"녀석은 배울 수 있는 건 모두 배우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학문도 포함해서요. 그것만큼은 저도 키우는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아들놈이 그 정도로 때려눕혀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니 반드시 수행해서 고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그렇게 어깨를 떨 정도로 우는 것은 제 어미가 죽었을 때 이후 처음이니까요."

왕진은 팔짱을 꼈다. 금군의 물러터진 병사보다 훨씬 가르쳐보고 싶은 상대가 있다. 하지만 견뎌낼 수 있을까.
그날 사예의 아들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어머니는 정오가 조금 지났을 무렵 일어나셔서 저녁 식사로 죽을 조금 드셨다.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은 거니, 진아."
"여긴 개봉부에서 멀어요, 어머니. 행선지도 모르면서 우리를 찾기란 넓은 초원에서 한 포기 풀을 찾는 것이나 다름없을 겁니다."
“그러니. 이 저택에 폐를 끼치는 게 아닌지 모르겠지만 잠시라도 쉬어가겠다니 내겐 다행한 일이구나."

어머니가 처음 내뱉는 약한 소리에 가슴이 메는 것을 애써 감추며 좀 더 주무시길 권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방을 나왔더니 정원에 젊은이가 앉아있었다.

"어제는 손님께 무례를 범했습니다."
"이쪽이야말로 도련님께 쓸데없는 말을 했네."
"아뇨. 그 이후로 부끄러워서 방을 나오지 못했습니다. 제 자신이 강하다고 생각했던 걸 떠올리면 지금도 얼굴이 붉어져요. 열 살 때부터 스승도 몇 사람 얻었지만 때로는 그 스승조차 쓰러뜨렸을 정도로 저보다 강한 사람은 이 삼사년간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무술에서 누가 가장 강한가 하는 것은 무의미한 걸세. 세상 사람 모두와 싸울 수는 없으니까."

고개를 숙이고 엎드린 젊은이가 땅바닥에 이마를 문질렀다.

"저를 제자로 삼아주십시오, 왕진 님. 저는 더 강해지고 싶습니다."
"강해져서 어쩔 셈인가?"
"강해지고 싶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겁니까?"
"자넨 충분히 강하네. 다만 더 강해진다고 해도 세상에는 그보다 더 강한 인간이 있기 마련이지.“
"저에겐 훌륭한 스승님이 없었습니다. 아버지가 고용한 스승은 그저 강하다, 강하다 칭찬만 했을 뿐, 지금 생각해보면 무엇 하나 가르쳐준 게 없었어요. 가르칠 가치도 없었던 거라고, 어젯밤 절실히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충분히 알 수 있었는가."
"좀 더 알고 싶습니다."

엎드려있던 젊은이가 얼굴을 들어 한결 같은 눈으로 왕진을 바라봤다. 금군 사범을 하는 동안 이런 눈을 만나본 적은 없었다. 이 젊은이 정도로 비범한 것을 지닌 병사를 가르칠 기회도 더는 없다. 잘만 단련시키면 임충을 능가할지도 모른다. 임충은 제자는 아닌, 말하자면 동료였다.

"왕진 님, 아들 녀석의 소원을 들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어디선가 듣고 있었는지 사예가 나오며 말했다.
무술가로서의 인생은 개봉부를 떠날 때 버렸다. 그럴 생각이었지만 어제 이 젊은이가 봉을 쓰는 것을 보고 무의식에 끼어들고 말았다. 아직 어딘가에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것이 자신의 재주를 다른 누군가에게 전하지 않았다는 것에서 왔다는 것을, 왕진은 막연히 깨닫고 있었다. 전하고 싶어도 전할 만한 정도의 병사가 없었던 것이다. 임충은 창술에 있어서는 이미 독자적인 경지에 이르렀다.
이 젊은이라면, 하는 생각은 있다. 동시에 지금 내 자신의 상태도 머릿속에 떠올랐다.

"나와 같은 진(進)이라는 이름이구려, 도련님."
"예."

자신이 이 세상에 있었던 증거. 그것은 오래토록 추구한 무술을 다른 이에게 전하여 남기는 게 아닌가. 그로써 처음으로 내 자신이 무술과 살아온 의미가 있지 않을까.

"고통스러울 거야, 사진(史進). 나와 만나지 않는 편이 좋았다고 생각하게 될 지도 모르지."
"가르쳐주시는 겁니까?"
"가르치는 것은 어느 정도까지네. 거기부턴 거의 나와의 대련이 될 거야. 버틸 수 있겠나?"
"할 수 있습니다."

이 젊은이에게 자신이 살아온 증거를 전한다. 왕진은 마음을 정했다.

"사예 님. 무술은 그저 강해지기 위한 것만은 아닙니다. 아드님이 고통스러워하는 걸 지켜보실 수 있겠습니까?"
"비록 죽는다 해도 후회는 남기지 않겠지요. 이대로는 머지않아 어디선가 죽을 목숨입니다."
"알겠습니다. 받아들이죠."

사예의 눈이 빛났다.
그에 호응하듯이 왕진의 마음에도 무언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덧글

  • 최강조운 2018/07/09 21:59 # 답글

    어린 시절 수호전을 읽다가 한참 진행 되고 나서, '잠깐 왕진이랑 구문룡은 어디있지?' 하면서 다시 앞부분을 훑어봤던 기억이 생각납니다. 이럴거면 간지나게 만들지나 말던가. ㅋㅋㅋ

    아 며칠전에 구글링했는데 중국에서 진삼국무쌍을 영화화 한다고 하더군요. 잘 아마추어들이 짜집기해서 만든 것 같기도 한데, 대륙이니 무한한 가능성이 존재하죠. ㅋ
  • 뇌세척 2018/07/12 00:37 #

    저도 왕진은 언제 다시 나올까 생각하며 책 읽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여기선 굴곡없이 사라지던 원작과 달리 나름 왕진의 심정을 조명해준 것 같아서 좋았어요.

    무쌍 영화는 방금 예고편을 봤는데 이렇게 대놓고 나가니까 나름 기대되는데요? ㅎㅎ
    익숙한 배우도 몇 보이고. 진삼 음악을 이렇게 들으니까 정말 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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