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중간한 악역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영웅삼국지

여포, 자는 봉선. 출신지로 알려진 북방의 오원군(五原郡)은 지금의 고비 사막 정도 될까. 삼국지연의를 읽어보면 여포는 영걸의 이미지가 덜하다. 준마 적토를 타고 누구든 두려워하는 무용을 지녔지만 천하를 노리는 야망도 없고 지략은 계획성도 떨어지며 성격은 지나치게 직설적이다.

조조와의 최후의 결전 상황에서 지금 성을 나가 공격하면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할 때에 "당신이 성과 처자를 버려두고 고립무원의 군대를 이끌고 나가있는 동안 갑자기 이변이라도 벌어진다면 어떻게 제가 장군의 아내로 있을 수 있겠습니까" 라는 아내 엄씨의 말을 듣고 출진을 주저하는 정신적 취약함도 있다(아내의 이 말은 정사 위서 여포전의 배송지 주에도 있다).
제멋대로 전제 정치를 펼친 동탁을 죽이고, 한창 뻗어나가던 조조에게서 연주(兗州)를 빼앗고, 겨우 1국을 손에 넣은 유비에게서 서주를 빼앗은 호걸이, 왜 어중간한 악역으로 그려지고 있는 걸까.
여포는 2명의 양부를 죽였다. 보살펴준 정원과 잠시 부자의 연을 맺었던 동탁 두 사람을 자신의 손으로 죽였다. 그런 남자가 연의의 세계에서 활개를 치며 활약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그런 여포에게 나는 마음이 끌려버렸다. 잠시만 내 여포옹호론에 귀를 기울여주셨으면 한다.

여포는 극도의 마더 콤플렉스였던 것이다. 어린 시절에 아버지를 잃고 친구라곤 말 뿐이던 소년은 어머니를 너무도 사랑했다. 십대에 전사가 된 여포에게 어머니는 검을 주며 강해져서 반드시 살아 돌아오라고 말했다. 공을 세워서 어머니의 좋아하는 얼굴이 보고 싶고, 전쟁에서 죽으면 안된다. 이 두가지 생각을 품고 성장한 여포는 곧 뛰어난 운동 능력과 이기기 위한 직관력을 지닌 훌륭한 군인이 되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는 비슷한 연상의 아내를 얻었고 이번에는 아내가 어머니 대신이 된다. 수도로 상경한 여포에게 아버지 역의 정원은 아내를 불러오기엔 아직 이르다며 더 배워야만 하는 것이 있다는 말을 한다. 그것이 여포로서는 참기 어려웠다. 정원을 죽이고 아내를 불러들이자, 다음 아버지 동탁은 여포의 아내가 늙은 것을 불쌍히 여겨 젊은 궁중의 여자를 주고자 한다. 그것은 아내를 슬프게 만들 뿐이었다.
아버지의 사랑을 모르는 여포는, 두 양부의 기분이나 마음씀씀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죽인다. 그저 잔인한 것이 아니라 사랑을 위해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 뿐이다. 전장에 있어도 아내의 말을 듣는 듯한 모습이 원래 여포에겐 있다. 그것은 정사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던가. 여포는 가정이나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 그것이 가끔 사람들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예전에 아프리카 모로코의 오지를 여행한 적이 있다. 온통 사막으로 나무나 풀도 찾아보기 힘든 토지인데 그곳에 토와레그족이라는 부족이 살고 있었다. 사하라의 전사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이다. 혹독한 환경 속에서 멀리서도 눈에 띄는 선명한 색깔의 옷을 입은 남자나 여자들이 살고 있다.
싫어하는 것은 싫고, 갖고 싶은 것은 갖고 싶다는 감정이 솔직하게 언어나 행동으로 표현되어, 그것이 신선하게 느껴져서 마음이 편했다. 필요한 것은 필요할 때 말하고, 해야할 일은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이것은 사막 민족의 특성인지도 모른다.
고비 사막 근처에서 태어난 여포는 그런 감정에 솔직한 인간으로 출발시키자. 어머니(아내)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 싸우고 반드시 이긴다. 이건 어떤 의미에서는 남자의 본성이 아닌가. 강하기에 이겨서 반드시 살아돌아올 수 있다는 이유로 부하도 모여든다.
이런 남자에겐 모략도 지략도 필요없다. 죽을 때까지 계속 싸워나가면 된다. 이것으로 내 나름의 여포가 쓰였다고 생각했다. 가장 사랑하는 아내의 이름도 바꿨다. 역사에 있는 엄씨가 아닌 요(瑶)라는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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