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수호전 1권 천강의 별(8) 북방수호전

수호전 1권 서광(曙光)의 장
천강(天罡)의 별

젊은이가 양손으로 바치듯이 봉을 잡았다. 마주 보고 서자 좋은 기합이 느껴졌다. 이 정도의 기합을 낼 수 있는 사람은 금군의 병사들 중에서도 별로 없다. 하지만 자세가 빤히 들여다보인다. 한 손에 봉을 쥔 채로 왕진은 한 걸음 내디뎠다. 젊은이가 봉을 한 바퀴 휘둘렀다. 한 걸음 더 나아간 순간 무시무시한 공격이 왔다. 힘이 실린 공격에 피부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공격을 피해서 서로 위치가 바뀌었다. 두 번째, 세 번째 공격도 피했다. 젊은이의 눈에서 뭔가가 빛났다.
젊은이의 머리 위에서 두세 번 회전한 봉이 다시 내리꽂혔다. 확실히 비범한 것을 가지고 있다. 내리친 봉을 피하고 처음으로 왕진은 봉을 낮게 잡았다. 그리고 다음 공격의 낌새를 보인 순간 젊은이에게 달려들어 스치듯 지나가자 젊은이의 손에서 봉이 떨어졌다. 왕진의 봉 끝은 젊은이의 미간을 겨냥하고 있다.
젊은이의 전신에 땀이 맺혀있다. 몇 개의 용이 동시에 땀을 흘리는 것처럼 보였다.

"봉을 줍게."

그렇게 말한 왕진은 봉을 버리고 바닥에 있던 장작을 주워들었다. 대략 2자(44cm) 정도의 길이다. 왕진은 그걸 거꾸로 쥐더니 젊은이 쪽으로 내밀었다. 봉을 쥔 젊은이의 전신에서 다시 패기가 흘렀다.
젊은이는 왕진의 장작을 때려서 떨어뜨리려는 것처럼 빠르게 봉을 휘둘렀다. 왕진은 자세도 바꾸지 않고선 그것을 모조리 피했다. 젊은이가 처음으로 입을 벌린 채 어깨로 숨을 내쉬었다. 내쉬는 숨이 끝나는 순간, 왕진은 다시 젊은이에게로 달려들었다.
젊은이가 무릎을 꿇었다. 장작으로 배 한가운데를 찔린 것이다. 제대로 숨을 쉬지 못했다. 웅크린 젊은이의 상체가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왕진은 장작으로 옆구리를 가볍게 쳤다. 그제서야 젊은이가 숨을 내쉬었다.

"다시 한번 봉을 주워도 좋네, 도련님(御子息殿)."

장작을 버리고 왕진이 말했다. 젊은이가 일어서더니 봉을 잡았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하고 있다.

"내가 맨손인 것은 신경 쓸 필요 없네. 어느 쪽에서든 덤벼보게."

젊은이가 핏발 선 눈을 크게 떴다. 처넣는다. 왕진도 파고들었다. 젊은이의 몸이 공중을 돌며 땅에 처박혔다. 벌떡 일어선 젊은이를 다시 한 번 집어던졌다. 그렇게 십수 번 땅에 내리꽂히자 젊은이는 두 손을 땅에 짚고 움직이지 못했다. 부풀어 오른 어깨 근육이 희미하게 떨리고 있다. 용 문신은 등에도 옆구리에도 있다.

"내가 한 말을 인정해주시겠소, 도련님. 손에서 무기를 떼서는 안 되네. 몸의 일부니까."

갑자기 일어선 젊은이는 집을 향해 뛰어들어 갔다.

"무례를 범했습니다."
"아니오, 장진 님. 이쪽으로."

사예가 왕진의 손을 이끌어 집안으로 들어갔다. 마주앉자 깊이 머리를 숙였다.

"아무것도 모르고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이름 있는 분이셨군요. 아들놈을 그 정도로 완패시키신 분은 선생뿐이십니다. 녀석이 원하는 대로 거금을 주고 스승도 몇 사람 얻어주었었죠. 녀석도 열심히 수행하여 제법 실력이 올라서는 지금은 천하에 겨룰 자가 없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 들어 잘못 키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해요. 선생, 부디 내 아들의 스승을 맡아주시지 않겠습니까. 사례라면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먼저, 사예 님께 사죄의 말부터 드려야 합니다. 장진이라고 이름을 댔습니다만 사실 저는 왕진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까지 개봉부에서 금군의 무술사범을 하고 있었지만 사정이 있어 지금은 도망자입니다. 스스로에게 부끄러울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할 순 있지만요."
"어쩐지, 알겠습니다. 어머님을 지키기 위한 여행이기도 했던 것 같군요.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무리한 여행을 하진 않았을 테지요."
"어머니를 지키기 위함이라고 말은 해도 모든 것은 제 어리석음 때문입니다."

왕진을 바라보던 사예의 눈이 가늘어졌다. 얼굴의 주름이 희미하게 움직였다.

"부탁 드리겠습니다, 왕 선생, 제 아들놈에게 무술이 무엇인지, 가르쳐줄 스승이 되어주실 수 없겠습니까?"
"아드님의 재주에 위험한 점이 있었기 때문에 친절히 대해주신 것에 대한 답례랄 것까지도 없이 그저 입에 올렸을 뿐입니다. 원망 받더라도 가르쳐주는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길게 가르치게 된다면 얘기가 다릅니다. 저는 개봉부의 금군으로부터 쫓기고 있는지도 모르니까요. 제가 있는 만큼 이 저택에 폐를 끼치게 될 겁니다."
"금군의 추격대가 온다면 뒷산으로 도망가면 됩니다. 사가촌의 마을 사람들은 모두 가족 같은 거니까요. 어머님에게 있어서도 원기가 회복되실 때까지는 여기서 지내시는 편이 좋을 겝니다."

솔직히 고마운 얘기이긴 하다. 오늘 아침 어머니의 상태를 보면 닷새나 엿새 후에 다시 여행을 떠난다고 해도 오래 지나지 않아 다시 안 좋아지시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

"고마우신 말씀입니다. 또 아드님께선 확실히 비범한 것을 지니고 있기도 하고요."
"부탁 드립니다, 선생. 늦게 얻은 아이라서 어미의 사랑도 제대로 모르고, 제게 남아있는 날도 얼마 되지 않을 겝니다. 저것이 그저 무뢰배(乱暴者)로 살아간다면 저는 걱정이 되어 죽을 때에도 죽을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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