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수호전 1권 천강의 별(3) 북방수호전

수호전 1권 서광(曙光)의 장

천강(天罡)의 별

다음날 아침, 출근하자 바로 금군부로 호출이 왔다. 이번에 새로 부임한 대장 고구의 방이다. 예전에는 건달이었다는 소문도 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지금 황제의 눈에 든 모양이다. 왕진은 고구에 대해 잘 모르지만 부임하던 때 잘난 척 떠들던 금군대장치고 제대로 된 자는 없었다.

"훈련이란 명목으로 병사들을 혹사시키고 있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인가?"

방에는 부관 넷이 고구의 양옆을 지키고 서있었다. 그외에 안면이 있는 장군도 다섯 명 있다.

"혹사라 하심은 무슨 뜻이신지요. 병사들을 엄히 훈련시키는 것은 제 임무입니다."
"뇌물을 바치지 않은 놈들을 골라 죽을 만큼 훈련시키고 있는 게 아닌가."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뇌물이라고 하셨습니까?"

왕진의 전신에 도는 살기 탓에 고구는 겁내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그걸 얼버무리려는 듯 책상을 한번 내리치더니 손가락을 들이밀었다.

"어제 훈련에서 외성을 나간 놈들 중에 뇌물을 바친 놈이 없다는 건가?"
"없습니다. 그보다 저는 뇌물 따위 받은 적 없습니다. 이건 사나이에 대한 모욕입니다, 고 대장."
"허어, 사나이라. 동관 원수가 듣는다면 좋아하겠군."
"동관 원수와 제가 무슨 상관입니까?"

온몸에 분노가 가득 찼지만 왕진은 자신을 잃지 않았다. 여기서 자신을 잃으면 지는 것이다.

"동 원수는 됐어. 그보다 그 상신서는 대체 뭔가. 금군 병사에게 무술 시험을 보게 하라니. 그걸로 뇌물을 더 받아먹으려 한다는 소문이 있던데."
"제 상신서 어디에 잘못이 있습니까?"
"잘못은 없어."

고구가 히죽 웃었다. 그 입가에 야비함이 떠올랐다.

"거기에 문제는 없지만, 시험을 보게 하자는 너라는 인간에게 문제가 있지. 네 마음에 따라 금군의 병사가 될 수 있을지 어떨지가 결정된다니 그야말로 부정(不正)의 온상이 아닌가."
"그 상신서를 그렇게밖에 받아들이지 못하십니까? 사람을 잘못 보셔도 한참 잘못 보셨습니다. 그렇다면 무술사범이란 대체 뭡니까?"
"무술사범은 무술사범이야. 병사들에게 무술을 가르치는 것이 임무이지, 병사들을 금군으로 삼을지 말지를 결정할 입장이 아니란 말이다."
"그러나 요사이 금군의 수준은 눈을 가리고 싶어질 정도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건 네가 임무를 제대로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지. 그밖에 무슨 이유가 있단 말이냐. 자신의 태만은 제쳐놓고 권한만 얻으려 들다니 착각도 유분수지."
"저는 금군을 위해 생각했을 뿐입니다. 매일 병사들을 단련시키며 특별히 약한 자들은 벌판에 데리고 나가 훈련시키고 있습니다. 거기에 어디가 태만하다는 말씀입니까. 아무리 고 대장이라 하셔도 해도 좋을 말과 안될 말이 있습니다."
"웃기는군. 나를 비난하겠다면 내 묻지. 남방(南方)의 장군들이 보낸 사자와 자주 만나는 것도 임무인가?"
"그건."
"남방의 장군 여섯 정도가 숙청당했지. 헌데 너는 그 장군들의 사자와 만나고 있었어. 그런 네가 금군의 수준이 어떻고 떠들 자격이 있나?

고구는 또한번 히죽 웃었다.

"직접 가담하지 않았다고는 해도, 너에겐 반란의 혐의도 있다. 홍주(洪州)의 관승(関勝)이 반란을 일으키려다가 실패했다고 의심받고 있지. 너는 그런 관승의 사자와도 만나고 있었어."

확실히 홍주의 사자를 만났다. 그리고 상신서에 찬성한다는 뜻도 들었다. 지방의 장군이 찬성해준다면 군 전체를 생각할 때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상신서가 곡해되고 있다. 그것만은 잘 알 것 같았다. 변명이 받아들여지겠는가. 변명의 방법이 있겠는가. 왕진은 그것을 생각했다.

"뭐 좋아. 네가 반란에 가담하려 했다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 우선 상신서를 철회해. 그리하면 내가 어떻게든 해주지. 네가 무술사범으로서 뛰어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사흘 간 생각할 시간을 주지. 임무에 힘쓰며 생각해보는 게 좋을 거야."

변명을 해보려는 왕진을 고구는 손을 들어 막았다.

"임무로 돌아가라고, 왕 사범."

왕진은 손을 움켜쥔 채로 입술을 깨물었다. 물러나는 수밖에 없다.

사범실로 돌아오자 대부분의 대리사범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왕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징이 울리자 대리사범은 하나 둘, 교장 쪽으로 사라졌다.

"상신서 때문에 고 대장에게 한소리 들으셨습니까, 왕 사범?"
"그렇다네. 사흘이란 시간을 받았지."
"꺼림칙하군요. 상신서야 묵살하면 그만이고, 그러지 않아도 그만두라고 말하면 될 것을. 사흘이란 시간이 무슨 의미인지 저는 걱정입니다."

임충은 바로 교장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밖에도 걱정스런 얼굴을 한 채로 남은 자가 네명 정도 있다.

"이건 내 문제야. 다들 훈련에 영향을 줘선 아니될 것이네."

왕진은 오늘도 평원에서 훈련을 예정하고 있었다. 그것을 바꿀 생각은 없었다.
오늘은 보병 장교 50명으로 어제보다는 다소 강단있어 보이는 자들이 모인 듯했다. 신조문에서 외성을 출발했다. 훈련에 기마가 있는 경우에는 걷는 길이 다르다. 도중에 길을 벗어나 절벽에 가까이 올라가보기도 한다. 사실 이런 훈련은 부대의 대장의 임무지만, 체력을 붙이기 위해서 무술 훈련에 추가했다. 훈련을 시작하자 고구의 말도, 그밖의 다른 말도, 왕진은 모두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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