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의 유랑을 버텨낸 유대감(2) 영웅삼국지

삼국지의 영걸들 / 기타가타 겐조
1장 "사내들의 만남"

24년의 유랑을 버텨낸 유대감

유비가 자신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난 사람이었기에 관우와 장비 모두 그를 저버리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관우와 장비는 두 사람 모두 "혼자 만명의 적을 상대할 수 있다"는 만인지적이라 일컬어질 정도의 사내들이었다. 싸움도 전투에서도 패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을 것이다. 또한 "촉서 선주전"에서 유비는 신분이 낮은 병사에게도 같은 자리에서 대우할 만큼 은애로운 사람이었다. 관우, 장비와도 버금가는 무장 조운에 대해서도 이별할 적에 손을 잡고 놓지 않거나, 같은 침상에 누워 비밀스런 얘기를 주고받거나 한 듯하다. 결국 유비는 좋게 말하면 솔직하고 마음이 다정하여 사람들의 호감이 가는 사람이고, 나쁘게 말하면 "사기꾼"인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굳세고 자부심이 강하다고 평가된 관우와 정이 없다고까지 할 정도로 사람에게 엄했던 장비. 그 두 사람이 유비의 어느 한쪽 면만으로 평생을 속아넘어갔으리라고 난 생각하지 않았다. 이건 내 가설이지만, 두 사람은 유비에게 약하고 한심한 부분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유비와 함께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유비가 조조에게 급습당해 처자를 내팽개치고 도망치자 장비들은 자신의 몸을 던져 그를 지켜냈다. "유비에겐 힘과 정에 휩쓸리지 않을 결단력이 없다. 그건 내가 대신해줘야만... 내가 없으면 이 사람은 끝이다." 남자든 여자든간에 그런 기분이 사람을 깊게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 유비와 관우, 장비는 세 명이 한 명, 안되는 부분을 서로 보완하는 관계였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그래서 나는 황건의 난 이후 임명된 관직을 내버리게 된 원인이 된 사건도 "정사"에서는 유비가 무례한 감찰관에게 화가 나서 두들겨팼다고 나온 것을 장비가 떠맡았다는 내용으로 바꾸었다. 유비의 안되는, 옳지않은 부분은 장비가, 그리고 관우가 대신한다. 극단적으로 말해 세 사람이 하나의 인격 같은 거니까 도중에 헤어지거나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던 것이다.

유비에게는 때때로 욱하는 기질이 있었다. 그 근원이 무엇인지 유비 자신도 몰랐다. (중략) 정신을 차리고보면 어느새 관우가 등뒤에서 자신을 붙들고 장비가 대신하여 폭거를 도맡는 경우가 많았다. 유비는 덕망이 높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관우는 늘 말했다. 장비 또한 그렇게 믿고 있었다. 유비는 어느 땐가 그런 자신의 결함을 장비에게 사과한 적이 있었다. 그때 장비는 말했다. 큰형님께 결점 하나쯤 없으시다면 저희는 어떻게 하란 말씀입니까. 그러면서 한바탕 웃어댄 일이 있었다.
-북방삼국지 1권 중에서-

책에선 유비도 그렇지만 공명에게도 결점 같은 게 있습니다. 읽은지가 오래되서 정확한지 모르겠는데 사람에 대한 막연한 혐오감이죠. 그게 위연 한정이었는지 가물가물하네요. 암튼 그런 결점을 관우나 장비는 공명 같은 인간에게도 결점이 있다니 오히려 인간다워서 좋다는 식으로 언급하는 장면이 있던 것 같은데. 예전에는 잘 몰랐지만 이제 조금씩 알 것도 같습니다.

덧글

  • 칼스 2018/04/07 10:41 # 삭제 답글

    이렇듯 인간에 대한 탐구가 선행되었기에 그런 작품이 나올 수 있었던 거군요. 겐죠 할부지 삼국지가 연의와도 정사와도 다른데 저는 소설류 중에선 가장 정사에 가깝다고 느낀 이유가 여기에 있었나봅니당.
  • 뇌세척 2018/04/08 23:54 #

    그러니까요. 사실 책을 보면서 이 정도면 우리와 크게 차이가 없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예전이랑 달리 요샌 정사나 뭐 이런저런 자료도 인터넷이나 책으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칼스님 말씀대로 인간이었구나 싶더라고요. 그동안 헛짓거리 했구나 싶었어요.
  • 2018/04/08 19:54 # 답글

    역시 너무나도 인간이기에.. 인간적인 삼국지.. 기타가타 겐조의 영웅삼국지ㅠㅜ
    짤방이 참 좋네요 ㅇ~ㅇ
  • 뇌세척 2018/04/08 23:55 #

    완전한 인간 같은 건 역시 없는 거겠죠.
    저도 저 장면은 좋아합니다. 게임은 뭐 제쳐두고요(...)
  • 최강조운 2018/04/09 12:49 # 답글

    저는 영웅삼국지에서 공명의 약점은 가정 전투 이후에 조운과 술 한잔 할 때, 조운이 언급했던 말이라고 생각되더군요.

    뭐 대충... '승상께서는 천재이기 때문에, 오히려 보통 사람들을 평가할 때 관대함이 있다. 이 정도 하겠지, 이 만큼은 하겠지. 그것이 가정의 원인이 아닌가 싶다.' 라고 말했던것 같은데..

    작중에서, 마속, 이엄, 위연 공명이 사람 대하면서 참 꼬였던 인물이 저 3명 정도가 아니었나 싶군요. 그나마 위연은 마지막 사단이 안나왔죠.
  • 뇌세척 2018/04/10 20:27 #

    우리 주변에도 그런 분들이 있죠. 덕분에 우린 자괴감에 빠지고 촉의 사람들은 과로사에 빠지고(...)
    위연의 시점으로도 한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공명의 시점에서 주로 나와서 아쉬웠어요.
  • 최강조운 2018/04/09 12:53 # 답글

    뭐 따지고 보면 작중 공인 공명의 약점은 천명이라서. ㅋㅋㅋ
  • 뇌세척 2018/04/10 20:38 #

    하늘이 그를 막고자 마속과 이엄을 내려보내신 거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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