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원결의는 필요치 않다(2) 영웅삼국지

삼국지의 영걸들 / 기타가타 겐조
1장 "사내와 사내의 만남"

"도원결의"는 필요치 않다.

먼저 정사를 보자. 정사에 의하면 세 사람 각자의 나이는 관우가 유비와는 거의 같은 나이이거나 조금 적고(1~2세 정도), 장비는 그 관우보다 적다(3~4세 정도). 황건의 난이 일어나고 의용군 모집이 이뤄진 것은 184년, 유비가 161년생이니까 당시 유비는 23세로 아직 젊었고 장비들은 18살 정도의 소년이라 할 만한 나이다. 또한 유주에서 태어난 유비는 15세에 어머니의 주선으로 유학까지 다녀왔으나 황건 토벌 의용군에 참가하게 되는 20대 중반까지 관직에도 오르지 못했다. 아마 자랑할 만한 건 혈통을 나타내는 유씨 성 정도로, 매일 우울하게 어머니가 짠 돗자리를 팔고 있었을 것이다. 장비는 유비와 같은 출신이라는 것뿐 전력은 확실치 않고, 관우는 사정이 있어 다른 지방에서 피해와있던 참이었다.

다시 말해 세 사람은, 다른 이들보다 조금 넓은 세상을 보고 왔거나(유비), 힘에 제법 자신 있을 뿐(관우와 장비), 아직 아무것도 없는 이름 없는 젊은 협용(俠勇)이 아니었을까. 유비가 돗자리를 팔며 살아가던 것은 매관매직과 부패가 만연한 벼슬길에 굳이 나가려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거기서 나는 유관장 세 명이 의용군 모집 전에 만났고, 유비의 휘하에서 말을 옮기는 일을 함께 하며(영웅삼국지 1권 참조) '유비가 자신들보다 힘은 약하지만 신뢰할 수 있고 존경할 만한 자' 란 생각을 갖게 되어, 의용군에 참가하려 할 때 의형제가 되는 만남을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나의 삼국지에 "도원의 맹세"는 없다. 사내들이 만나면 먼저 서로의 기량을 재는 것. 인연이나 유대가 이어지는 것은 그 위에서 서로를 인정하는 것이 있을 때로 그것은 지금이나 옛날이나 아마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협용이라 불릴 만한 사내들일수록 더욱 그랬을 거라고 생각한다.

덧글

  • blus 2018/03/14 22:51 # 답글

    후에 전설의 용사급이 되는 세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서로를 어찌 알아봤을지는 참 흥미로운 상상거리죠.
    다소 극적이나 그만큼이나 화려한 나관중의 도원결의가 당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삼국지의 오프닝으로서 그려지는 걸보면 나관중의 문학적 상상력은 정말이지 감탄만 나옵니다. 창천항로에서의 협객 유관장의 만남씬도 굉장히 인상깊었죠.
    글을 읽고 나니 영웅삼국지에서 기타가카 겐조선생은 이를 어찌 그렸을지가 굉장히 궁금해지네요.ㅎㅎ
  • 뇌세척 2018/03/20 23:54 #

    그야말로 정의를 위해 악을 쳐부수러 가는(...) 주인공들 다운 등장이라 좋아해요. ㅎㅎ
    창천항로라 하시니 막바지에 관우의 꿈속에서 나오던 삼형제 모습이 떠오르네요.
    절로 관우의 미소를 따라짓게 만드는 장면이라 기억에 남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