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원결의는 필요치 않다(1) 영웅삼국지

삼국지의 영걸들 / 기타가타 겐조
1장 "사내와 사내의 만남"

"도원결의"는 필요치 않다.

"이간계"라는 말이 있다. 사람과 사람, 나라와 나라의 사이를 틀어지게 하는 계략으로, 삼국지에서도 절세미녀 초선을 이용해 동탁과 그 휘하의 맹장 여포를 표적으로 삼았던 왕윤을 필두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촉을 세운 삼국지의 주인공 중 하나인 유비와 그의 의형제가 된 호걸 관우와 장비 사이에 많은 이간계가 있었을 거라 생각되지만 그들은 평생 변하지 않았다. "삼국지연의"라는 이야기가 넓은 지지를 받아온 것도 상당 부분 이 세 사람의 사귐을 읽는 것의 즐거움에서 온 것은 아닐까. 그런데 연의에서 세 명의 첫 만남은 다음처럼 그려진다. 황건의 난이 일어났을 때, 고향 유주(幽州) 탁현에서 돗자리장수로 살아가던 유비는 황건 토벌을 위한 의용군 모집에 한숨을 쉰다. 그러자 왜 한숨질이냐고 묻는 사내가 있었으니 바로 장비다. "나는 한왕조의 혈통을 잇는 사람으로, 나라와 백성을 위해 의용군으로 참가하고 싶지만 자금도 힘도 부족해서 그렇소"라고 유비가 말하자, 장비가 그를 주막으로 권하여 함께 동참하겠다며 술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주막에서 두 사람은 홀로 의용군에 참가하려는 한 사내와 마주치는데 그것이 관우로, 그들은 금세 의기투합한다. 마침내 다음날, 장비의 집 뒤편에 있는 만개한 복숭아 나무 아래서 세 사람은 "성은 다르고, 태어난 날도 다르나, 죽는 것은 같은 날이다"라고 의형제를 맺게 되니(연의 제1회) 이것이 "도원의 맹세" 또는 "도원결의"로서 알려진 장면이다.

"도원의 맹세"는 이야기의 시작으로서는 확실히 재미있지만 그건 민화나 전설을 들었을 때와 같은 재미로, 사내들의 만남으로 생각해보면 내게는 그다지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한의 황제와 같은 유씨이고, 중산정왕(기원전 1세기 사람으로 전한 황제의 아들)의 후예라고 들었다고는 해도 만나자마자 "생사를 함께 하고 죽을 때는 함께 한다"까지는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도원의 맹세는 연의의 오리지널로 "정사삼국지"에서는 쓰여있지 않다. 세 사람의 진짜 만남은 어떤 것이었을까.


"왜 한숨질이오?" 라는 질문을 보니까 오랜만에 84부작 삼국지의 장비가 생각나네요. 생각해보면 그때가 다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인데 벌써 미염공과 호랑이수염 같은 생김새를 지니고 있죠. 20대의 유관장을 생각해보면 삼국지가 또 새롭게 보이는 것도 같습니다. 뭐, 당시 나이의 기준과 지금은 확연히 다르긴 하지만요.

덧글

  • 최강조운 2018/03/04 00:47 # 답글

    그런데 돌이켜보면 고전소설로서 세 영웅이 운명적으로 우연히 만나고 인연임을 직감하여 결의형제를 맺는다는 것이 오히려 강렬한 것 같기도 합니다. 어린시절 삼국지를 볼때는 도원결의가 당연했다가, 약간 머리 좀 굵어졌을 때는, '이게 뭐야! 개연성이라고는 하나도 없잖아!' 이랬다가, 다시 또 읽고보면 '이것이 세 영웅의 운명이고, 이것이 세 영웅의 인연이다!' 라고 감탄하고 보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영걸전 오프닝이야말로 오리지널 도원결의 장면을 참 잘표현한 것 같습니다.
  • 뇌세척 2018/03/05 23:52 #

    저도 이쪽이 더 "남자다잉!" 하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해요. 당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었을 의협과 혈기가 넘쳤을 유관장을 생각해보면 이쪽이 더 나이에 맞는 듯한 느낌도 들고요. "그래, 함 해보자!"
    영걸전 오프닝은 다시봐도 정말.. 처음에 짚신과 돗자리를 매고 등장하는 유비님의 포스가 가히 유패왕이란 별명이 아깝지 않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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