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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년합비신성에서 대패하고 돌아온 제갈각은 애석하게도 일의 뒤처리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숙부 제갈량의 북벌을 보며 쾌감을 느꼈다는 놈이 그가 스스로의 벼슬을 깎아가며 신상필벌에 철저했던 것까지는 몰랐는지, 잘못을 뉘우치며 빌어도 시원찮을 판에 돌아오자마자 오히려 자신이 밖에 있던 동안 일어난 인사행정을 모조리 뒤엎고 궐의 숙위까지 자신의 측근들로 갈아치우더니만 이번에는 청주와 서주를 치겠다며 다시 군대를 정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개념을 합비신성에 놔두고 온 이따위 처신 덕분에 손홍을 넘겨주고 제갈각에게 굽신거리며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손준에게 마침내 그 때가 왔다. 연회에 초청된 제갈각은 혹시 독이라도 탔을까 싶어 직접 술까지 공수했지만 결국 손준이 휘두른 칼에 맞아 석자강 강바닥에 처박히는 어이없는 최후를 맞이했고, 그의 아들 제갈송과 제갈건은 이 소식을 듣자마자 어머니를 모시고 위나라로 도망갔으나 손준이 보낸 유승에게 죽임을 당했으며(장남 제갈작은 이미 후계자 다툼 당시 제갈각에게 독살당했다), 외숙 장진과 주은은 삼족이 멸족당하고, 제갈각의 동생 공안독 제갈융은 역시 손준의 명을 받은 시관과 손일, 전희(전종의 일가) 등에게 포위당한 채 약을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한 억울하게 폐태자 되어 쫓겨났던 손화까지 제갈각이 생전에 내뱉었던 말과 소문들이 원인이 되어 죽음을 맞았고, 그의 비 장씨마저 남편의 뒤를 따르겠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으니, 하마터면 오리알 신세가 될 뻔한 손화의 아들 손호 등은 하희에 의해 길러지게 되는데 여기서 나온 하희가 손화의 시첩이라는 정사와는 달리 자치통감에서는 손권의 시첩이라는 다른 인물로 적고 있다. 한편 손준은 이런 공로로 승상겸 대장군으로 승진했다.
빼놓고 가자니 섭섭해서 덧붙이자면 손권의 아들 중 하나인 손분도 이 사건으로 다시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본래 손분은 손권이 죽을 무렵 제왕으로 임명되어 무창에 살고 있었는데, 이런 요충지에 손분이나 손휴들이 머무는 것을 달가워 하지 않았던 제갈각이 그에게 예장으로 옮겨갈 것을 명했다(손휴는 단양으로 옮겼다). 이에 손분은 어찌 했을까. 노발대발 날뛰며 명을 무시하는 것은 당연지사고 오히려 깽판을 부리며 제갈각을 향해 몸소 자신의 분노를 마음껏 표출시켰다. 그럼 제갈각은 어찌 했을까. 제갈각은 편지를 한 통 써서 손분에게로 보냈다. 편지 내용은 꽤 긴데 짧게 요약하면 이러하다. '너도 손패 꼴 나고 싶니?' 손분은 편지를 보자마자 급히 남창으로 이사를 갔고, 이때가 손권이 세상을 떠났을 무렵, 그러니까 제갈각의 주가를 단방에 상승시킨 동흥 전투를 앞둔 시점이었다. 다시 이야기를 손분으로 돌려보면, 제갈각에게 쫓겨나다시피 온 손분은 놀러다니며 사냥질에 매진했는데 대통령 형이 와서 저러고 있으니 그곳 관리들만 죽을맛이었다. 그렇게 관리들을 들볶으며 하루하루 뭐 싸는 기계마냥 세월을 보내던 차에 마침내 그 제갈각이 죽임을 당한 것이다. 손분은 무슨 생각을 한 것인지 무호라는 곳으로(건업의 남쪽 부근) 가서 머물며 건업의 돌아가는 꼴을 살피고자 했다. 그도 황제의 자리를 노리고 있던 것일까. 그는 이를 만류하는 사람들까지 죽이는데 결국 이런 죄로 인해 폐출되어 장안현으로 쫓겨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침내 평민으로까지 추락한 손분의 운명은 마침내 손호 시절인 270년에 그 파국을 맞게 되는데, 이왕 꺼냈으니 그의 최후까지 얘기해보자. 손분이 최후를 맞은 270년은 손호가 총애하던 좌부인 왕씨가 죽어 몇 달 동안 방구석 폐인 생활에 찌들어 있을 때인데, 이렇게 오래 밖에 나오질 않으니 손호가 죽었다더라 하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발 더 나가서 손권의 아들인 손분과 손책의 손자 손봉 중에 하나가 즉위해야 한다는 소문까지 돌게 된 것이다. 거기에 손분의 어머니 중희의 묘가 예장에 있었는데, 예장태수 장준이란 양반이 이 소문을 듣고 손분에게 이쁨을 받고 싶었는지 그녀의 묘를 청소하는 등 설레발을 치기 시작했다. 결국 이 일이 손호 귀에 들어갔고 설레발 태수 장준은 사지가 찢겨죽는 거열형을 당해 삼족이 멸족당했고, 손분은 자신은 물론이고 그의 다섯 아들까지 모조리 죽임을 당했다. 덤으로 손책의 손자 손봉 또한 처형자 명단에서 빠져나가지 못했다. 여기서 잠깐 손권의 아들들 팔자에 대해 정리해보자. 첫째 손등은 요절, 둘째 손려도 요절, 셋째 손화는 억울하게 사사당했고, 넷째 손패는 자결했다. 여기에 다섯째 손분은 이렇게 죽임을 당했고 여섯째 손휴는 그나마 황제에 올랐으며, 막내 손량은 손권 덕분에 뭣도 모르고 황제에 올랐다가 16세 어린 나이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얼마 전 당태종의 아들 형제들도 그랬지만(그의 아들 14명 가운데 10명이 넘게 제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죽었고, 당태종 본인 또한 형과 아우를 죽였다), 왕실의 형제들이란 이러고 살다 죽을 수밖에 없는 팔자들인지도 모르겠다.
254년손권의 장남으로 만인의 기대를 받았으나 애석하게도 요절의 팔자로 인해 일찍 세상을 등진 손등을 기억하시는지. 그에게는 아들이 셋 있었는데 장남이었던 손번마저 오나라의 단명 유전자를 물려받아 요절해버렸기에 차남인 손영이 대신 오후로 봉해지게 되었는데(다른 아들 손희도 누가 요절의 팔자 아니랄까봐 요절했다) 이 해 가을, 그 손영이 손준을 죽이고자 일을 꾸몄으나 아쉽게도 발각되어 자결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여기에는 손영이 주도했다는 정사의 기록과, 전사마 환려라는 사람이 억울하게 죽은 손화의 추모 분위기를 이용하여 손영을 추대하려다 발각되어 결국 아무것도 모르던 손영을 비롯한 모두가 죽임을 당했다는 오력의 기록이 남아 있다.
255년이 해에는 손의와 장이, 임순 등이 마침 촉에서 온 사신을 회견할 때 손준을 죽이려는 일이 있었다. 그러나 이 또한 미리 발각되어 손의가 자결하고 임순 등이 처형당하는 것으로 끝이 났는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으니 손권이 살아 있을 적 그를 마인드컨트롤 하여 후계자 다툼 당시 손화와 그 어머니 왕부인을 괴롭히던 손노반을 기억하시는지. 손노반에게는 손노육이라는 친동생이 있었는데 그녀는 언니가 야심차게 추진중이던 손화 쫓아내고 손패 태자 만들기 계획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했고, 이후 손노육이 손화 측에서 어떤 행동을 했다던가 하는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지만, 어쨌거나 이 일로 인해 자매의 사이는 크게 벌어졌다. 그리고 후계자 다툼 때 손노반 떨거지 중 하나인 손홍이 손노육의 남편 주거를 죽음으로 몰아넣음으로서, 동생 손노육을 주유의 아들 주순에게 시집 갔다가 그가 요절하는 바람에 전종에게 개가했던 자신과 마찬가지 신세로 만든 전적이 있었다(이후 손노육은 유찬에게 개가했다). 그것으로 한이 풀렸겠거니 싶었으나 대체 이 자매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싶을 만큼 손노반의 한은 지독하고 집요했다. 다름아닌 이 손의의 손준 척살 모의 사건에 자신의 동생 손노육이 연루되었다 손준에게 모함하여 결국 그녀의 목숨마저 앗아간 것인데(손노반은 손준과 사통하는 사이였다), 게다가 이후 손노반은 그녀의 두 아들마저 죽음으로 몰아넣는 짓을 저지르게 된다(그녀의 친아들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형제 다툼도 모자라 자매 다툼까지 벌어지니 이 집안은 참(...). 덧붙이면 그녀에게 하나 있던 딸은 손휴의 아내가 되어 훗날 황후에까지 올랐으나 손호의 핍박을 받던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손의에 대해서는 별다른 기록이 없지만, 손교의 여러 아들 가운데 한 명인 듯하다.
256년제갈각도 강속에 처박았겠다(이후 장균의 청이 받아들여져 건져내 장사지냈다), 자신의 목을 노리던 놈들도 쓸어버렸겠다. 이제부터 내 세상이다 싶던 손준에게도 그분이 찾아오고야 말았으니, 바로 오나라 사람들 몸속에 흐르고 있는 요절의 유전자(...). 제갈각에게 두들겨 맞는 꿈을 꾸다 결국 눈을 감으니 손준의 나이 38세였다. 손준의 유언에 따라 권력은 사촌동생 손침에게로 이어졌는데 이것에 태클을 걸고 나선 이가 손권의 남은 탁고대신 등윤과 여거였다. 위나라 공습 다녀오던 참이던 여거는 돌아가 등윤과 함께 손침을 쫓아내고자 했으나 이를 알아챈 손침이 손헌과 유찬 등으로 하여 그를 치게 했고 이를 모르는 등윤은 등윤대로 손침의 역모를 고하고 여거의 군대를 기다리다가 결국 죽임을 당하고 일족 또한 멸족되는 신세가 되었으며 여거 또한 위나라로 투항할 것을 권유하는 사람들에게 모반하는 신하가 될 수는 없다는 말을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것으로 손권이 자신의 뒷일을 부탁했던 다섯 명의 대신들은 그로부터 5년이 지나기도 전에 손준, 하나를 제외하면(손준도 제갈각 꿈에 시달리다 죽었다니 같은 라인으로 껴줘도 될 듯하지만) 모두 제 수명을 채우지 못한 채 칼에 맞아 저세상 손권의 뒤를 따른 셈이 되었다.
등윤과 여거를 제거하고 기세 좋게 대장군에 오른 손침에게 한 달만에 또 다시 역모의 소식이 들려왔다. 주모자는 다름아닌 여거를 제거하는데 동원되었다가 방금까지도 자신의 옆에서 굽신대던 사촌 형 손헌이었다. 손헌은 손준이 제갈각을 썰어버릴 때부터 가담했던 양반이라 손준의 신임을 받으며 귀한 대접을 받고 있었는데 손침은 어째 손준보다 영 대우가 못하더라는 이유 같지도 않은 이유를 들더니만 왕돈이란 자와 음모를 꾸민 것이다. 손준도 그렇고 손침 같은 듣보잡들이 정권을 잡으니 알 수 없는 용기가 치솟았는지 어쨌는지, 결국 일은 발각되어 왕돈은 바로 손침에게 썰렸고, 손헌은 약을 먹고 죽게 했다.
덤) 손준부터 손침이 죽는 부분까지 다룰 예정입니다. 틀린 부분은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 by 뇌세척 | 2009/10/30 16:49 | 유희 | 트랙백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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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럴 시기가 아니오 by 뇌세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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