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권의 말년 - 손권의 남자, 여일 (2)
























「반태상(반준)은 항상 당신에게 이를 갈고 있었습니다. 다만 길이 멀어 기회가 없었을 뿐입니다.
오늘 그가 고공을 대신한다면, 아마도 다음날에는 곧장 당신을 공격할 것입니다」오서 반준전

그는 형주가 함락당한 후에 오나라로 귀순한, 이제 오나라에 없어서는 안 될 중신이 된 반준이었다.
먼저 번 승상 고옹을 손봐주려던 여일이, 고옹에게서 손을 떼게 만든 이가 있었는데 그 역시 반준이었으니
황문시랑 사굉의, 고옹이 승상에서 잘리면 다음 승상은 널 갈아마실 날만 고대하는 반준이라는 협박성 멘트에
겁을 집어먹은 여일이 스스로 알아서 고옹에 대한 작업을 중단했던 것이다.
아무튼, 본의 아니게 고옹을 구한 반준은 손권과 담판을 짓기 위해 건업으로 올라온다.

「그는 건업에 도착하자 태자 손등이 이미 여러 차례 말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
반준은 신하들에게 요청하여 연회를 이용해 칼로 여일을 죽이고 자신이 죄를 뒤집어씀으로써 국가를 위해 환란을 제거하려고 했다.
여일은 은밀히 이 소식을 들어 알았으므로 질병을 칭하고 가지 않았다」오서 반준전

그러나 이미 손권은 아들 말도 안 들을 정도로 맛이 간 상태란 말을 들은 반준, 계획을 급수정하여 연회를 개최한다.
여일을 불러 자신이 직접 죽임으로써 나라를 위해 스스로 죄를 짊어지겠다는 충신스러운 계획을 세워놓은 뒤였다.
그러나 반준의 이런 계획에도 불구하고 여일은 또 어떻게 주워들었는지 병가를 내고 연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덕분에 목숨은 건졌지만 이후 반준은 손권을 만날 때마다 여일을 까는데 전력을 다해 여일 주살에 한 몫 한다.


























「손권은 크게 깨닫고 이렇게 말했다.
"주거도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썼는데, 하물며 하급 관리와 백성들이야!"」오서 주거전

손권이 제정신을 차리게 된 것은 보즐의 상소와 더불어 몇 달에 걸쳐 결국 무죄 판결이 난 주거 사건이었다.
왕수란 공인이 돈을 받은 것을 주거가 한 짓이라 생각한 여일은 그의 부하를 불러 신나게 매타작을 해 죽였고
자신 때문에 벌어진 부하의 억울한 죽음에 뭐라 말도 못하고 그저 장례를 치뤄주는 것밖에 할 수 없없던 주거를,
여일은 주거가 자신을 위해 사실을 숨기고 부하가 죽자 그를 위해 후히 장례를 치룬 것이라 손권에게 무고한 사건이었다.
여일의 말발에 넘어간 손권에 의해 여러 차례 문책을 당했지만 자신의 무죄를 밝힐 길이 없던 주거로서는 죄를 기다릴 뿐이었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나 전군리 유조에 의해 진상이 밝혀졌고 손권은 그제서야 공손연 따라 날아갔던 개념을 되찾게 된다.

「후에 여일의 간악한 진상이 드러나 정위에 구속되었다.
고옹은 가서 죄상을 심의했고, 여일은 죄인의 신분으로 고옹을 보았다.
고옹은 화사한 안책으로 그 사안에 대해 질문을 했으며, 옥을 나오며 여일에게 말했다.
"그대의 마음속에는 말하고 싶은 것이 없소?"
여일은 머리를 조아릴 뿐 말하지 않았다」오서 고옹전

「당초, 여일의 사악한 죄가 발각되었을 때, 담당 관리들이 그 죄상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사형에 처할 것을 상주했다.
어떤 이는 당연히 화형시켜 찢어 죽이는 형벌을 더하여 사악한 자들에게 보여야만 한다고 주장했다」오서 감택전

개념을 되찾은 손권에 의해 여일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위에서 고옹을 잘근잘근 즈려밟던 그의 처지 역시 바뀌었고
심지어 그를 어떻게 죽여야 잘 죽였다고 소문이 날 것인지로 토론이 벌어질 정도였다.
어쨌든, 이리하여 손권의 위세를 빌려 오나라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갔던 여일은 죽임을 당했다.


























「이후에 여일의 간사한 죄악이 발각되어 참살당하게 되었는데, 손권은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자책했으며 곧 중서랑 원례를 시켜
여러 대장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도록 하고, 이 기회에 그 당시의 정사에 있어서 고쳐야만 할 점에 관해 질문했다」오서 오주전

이주 정벌과 공손연 사건 그리고 이번에 터진 여일 사건까지, 지금껏 이런저런 일들로 망신은 당할 대로 당했지만 그나마 제정신을 되찾은
손권의 이 같은 뒤처리는 예전의 명민했던 시절의 그를 떠올리게 했다. 여일을 주살하고,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자책했으며, 대신들에게도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런데 문제는 대신들의 반응이었다.

「원례가 돌아와 보고한 것에는 자유(제갈근), 자산(보즐), 의봉(주연), 정공(여대)과 함께 서로 만나보고
아울러 그 당시 정사에 있어서 응당 앞뒤로 해야만 되는 일에 관해 질문했더니
각자 민사를 관장하지 않았으므로 자신들의 의견을 진술할 수 없다면서
모두 백언(육손)과 승명(반준)에게 미루었다고 했다」오서 오주전

손권의 오랜 중신이라 할 수 있는 제갈근과 보즐, 주연과 여대가 모두 대답을 회피한 것이다.
중신들이 자신을 믿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열받은 손권은 다시 조서를 내려 그들을 질책했다.

「내가 여러분의 의견을 함부로 거절하고 경솔하여 스스로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여러분들은 의심했던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무슨 까닭으로 이 지경에 이른 것이겠는가?
...여러분들이 의견을 전부 말하고 직접적으로 간언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여러분들에게 바라는 것이다」오서 오주전

죽어라 떠들 때는 들은 척도 않더니만 이 양반이 이제 와서 왜 이래?
자신을 제환공으로, 중신들을 관자로 비하며 간언하지 않는 중신들을 꾸짖고는
누구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냐는 둥의 미안한 것인지 싸우자는 것인지 모를 조서를 끝으로
여일 사건은 이렇게 손권과 중신들에게 많은 생각을 남긴 채 마무리 되는 듯 보였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손권은 말년 노망의 결정판, 결정체, 완전체라 할 수 있는
나관중에게 감사해야 할, 연의에서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던, 오나라 멸망의 시작이라고까지
표현되는 최악의 사태를 일으키게 된다.
by 뇌세척 | 2009/07/01 00:55 | 유희 | 트랙백 | 핑백(1) | 덧글(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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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권의 말년 1부 - 공손연 낚시 사건 (1) 손권의 말년 1부 - 공손연 낚시 사건 (2) 손권의 말년 2부 - 손권의 남자, 여일 (1) 손권의 말년 2부 - 손권의 남자, 여일 (2) 손권의 말년 3부 - 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 (1) 손권의 말년 3부 - 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 (2) 손권의 말년 3부 - 누가 후계자를 죽 ... more

Commented by 청빛 at 2009/07/01 01:03
제정신을 차린게 차린게 아니었군요.

이제 다음은 드디어 손권의 노망의 정점인 후계자 문제가...
Commented by 뇌세척 at 2009/07/01 14:42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 남아서 그런지 즐겁습니다(...)
Commented by 첸에이키 at 2009/07/01 08:08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임시방편일 뿐이었군요...-ㅅ-
Commented by 뇌세척 at 2009/07/01 14:43
저때부터라도 다시 예전 모습을 되찾았으면 좋았을 텐데요.
Commented by 소시민 at 2009/07/01 09:43
원례가 돌아와 보고한 것에는 자유(제갈근), 자산(보즐), 의봉(주연), 정공(여대)과 함께 서로 만나보고

- 그러고 보니 손권의 중신들은 꽤 오랫동안 손권과 함께 했군요.

제갈량, 방통, 법정 같은 이들도 오래살았다면 촉의 운명은...;;;
Commented by 뇌세척 at 2009/07/01 14:45
손가와 오나라 대대로 내려지는 요절의 저주를 받은 사람들이 너무 일찍 간 걸 생각하면 그래도 아쉬움은 남더군요.
오나라의 최악이었던 것은 손권의 '이 양반이 죽지 않아'였을까요.
Commented by paro1923 at 2009/07/01 10:30
손제리가 어디 갑니까...
조비가 얼마나 못났으면, 조조가 저런 손제리를 보고 "아들은 저런 아들을 둬야 해"라고 했을지... (;;;)
Commented by 뇌세척 at 2009/07/01 14:46
그래도 당시에는 손권도 한창 날릴 때였으니까요.
그래도 조비는 까야합니다(...)
Commented by 오십분의일 at 2009/07/01 12:22

말년의 손권을 보면. 백호나 주작과 같은 초자연적인 동물들의 출현과 사면령이 잇따르고 백성들을 위무하라는 기사가 넘치는데...

얼핏 보기엔 손권이 그 와중에도 민심을 염두해 두었다고 볼 수 있지만 동시에 오나라 정치가 그 만큼 개판이었음을 증명하죠.

특히 옆동네에서 제갈량이 집궐했을 때 촉이 내린 사면령 횟수와 비교하면 더더욱(...)



Commented by 뇌세척 at 2009/07/01 15:03
말씀을 듣고보니 문득 유선과 손호의 대사면 대행진을 비교해보고 싶어지는군요(...)
Commented by 기린아(麒麟牙) at 2009/07/01 13:12
그래도 저때는 친구들이라도 살아있었으니까 저렇게 다시 돌아왔지....(신하이상의 친구 제갈근, 어려서부터 절친인 주연....) 저둘이라도 안살아있었더라면 그대로 밀고갔었을것이야.... 다시 돌아오지 못했었더라면 한술 더 떠서 여기서 오나라는 거의 끝이였겠죠....

결국 저 둘 사망하고, 최고로 영민하고 성격도 최고고, 주위에도 엄친아들(승상 손자부터(고옹 손자 고담),진무 아들(진표...진무도 성품이 훌륭해서 의탁하는 식객들이 더 많았지만, 아들에 들어서서 그 성격이 더 발전....온화하고 훌륭한성격으로 발전...다만 일찍 사망)아친아(아빠친구아들)인 차기 대장군 제갈각에, 오나라 최고 중신(장소)의 막내아들(장휴 숙사)까지 화려했죠 낄낄)까지 모여있었던 엘리트 아들까지 잃자 완전히 돌아버립니다.....

그래도 반준도 상당한 성공케이스네요 ㅋㅋㅋ
일개 형주의 그것도 왕의 신하도 아닌 형주 관우(장수)의 부장인 내정담당에서 오나라의 한 축을 책임지는 중신까지(승상후보)...역시 사람은...음.....

그리고 고옹이군요 ㅋㅋㅋ 조사하려해도 먼지도 안나왔을 것이야 ㅋㅋㅋ역시 청렴의 최고봉.....
고옹 원탄....말이 되게 없는걸로 유명했었죠. 자신의 의견에 이것이 아니다 싶으면 입을 다물고 있었는데, 손권이 그걸 깨달으면 즉시 의견을 수정했을 정도.....(입다문게 더 무서운사람......)

그다음 워낙 포커페이스라,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고(특히 미소는 있었지만 노여움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합니다.)굉장히 차분한 사람이였죠. 여일에게도 이성을 유지할수 있었던 사람이라면 얼마나 그가 온후한 사람인지 알게 될 겁니다....

Commented by 뇌세척 at 2009/07/01 15:14
제가 저 끝부분을 잘 이해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제갈근과 주연 등은 손권을 믿지 않는 모습이 나오지요.
실제로 여일 사건 때 제정신을 차린 것도 대신들의 상소들도 있었겠지만, 주거 사건이 결정타였던 것 같고요.
이후 벌어지는 후계 다툼에 관해서는 여러 의견들이 있던데 이쪽은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최강조운 at 2009/07/01 13:28
노망 손권.............
Commented by 뇌세척 at 2009/07/01 15:14
이것은 예고편에 지나지 않았다!(...)
무슨 3부작 영화 같군요.
Commented by 玄兒 at 2009/07/01 15:33
...... 그냥... 정신줄 놓고 다니면 저렇게 되는거임...
Commented by 뇌세척 at 2009/07/02 01:06
845 그대는 하늘 나라로(...)
Commented by asianote at 2009/07/01 21:19
손제리 3대 삽질
1. 공손연 낚시 사건
2. 여일 광폭 사건
3. 노왕파와 태자파의 다툼
그러나 손제리의 시호는 무려 대제!!!
Commented by 뇌세척 at 2009/07/02 01:08
만민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자잘한 삽질들 또한 남겨두셨으니
과연 그분은 대제이심에 분명하셨습니다.
Commented by 나의피나의칼 at 2009/07/05 21:26
뭐 정사는 아니지만 산해경을 봐도 오나라 손제리때 일어난 괴담들이 책의 절반을 차지하지요 ㅋㅋ 진짜 까도 까도 끝이 없는 손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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