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부작 삼국지 제27화 - 세 번 천하를 돌아봄이여 84부작 삼국지 연의편



몸이 아직 높이 오르기도 전에 물러남을 생각하니
공을 이루었다면 응당 떠날 때 이 말을 기억하리
그러하되 어찌하랴, 선주의 은의 무거우니
가을바람 부는 오장원의 별로 질 뿐이네




이고초려가 성립되는가 싶더니 밖으로 나온 사람은 제갈량이 아닌 그의 아우 제갈균이었다
잔뜩 기대했다가 이번에도 제갈량이 어딘가로 놀러나갔다는 말에 다리에 힘이 풀리는 유비
거세게 몰아치는 눈보라를 뚫고 여기까지 왔건만 이번에도 제갈량은 만날 수 없는 것인가




전국유람에 맛들인 형님 대신 유비에게 미안한 마음에 뜨끈한 차라도 한 잔 걸치라 권하는 제갈균
그러나 잔뜩 굳은 관우와 장비의 얼굴 표정을 보니 도저히 차를 마실 분위기가 아니다
차 대신 제갈량에게 남길 글을 쓰게 해달라 청하는 유비




제갈량을 향한 자신의 마음과 백성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모아 정성껏 편지를 남기는 유비
어렸을 적 노식 휘하에서 만났던 첫사랑에게 쓰던 편지도 이처럼 절실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글을 남기고 발걸음을 돌리는데 멀리서 한 사람이 다가오고 있다, 제갈량인가
이제야 겨우 만났다는 기쁨에 원츄까지 날려줬건만 이번에도 역시나 꽝이다
최주평, 석광원, 맹공위, 제갈균에 이어 황승언을 또 다시 제갈량으로 착각하는 유비




겨울이 지나 점까지 쳐서 다시 제갈량을 찾아가겠다는 유비에게 관우가 정색을 하고 나선다
유비를 생각해서라도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려 했으나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도가 지나쳤다
뒤에서 유비를 쳐다보고 있는 장비의 표정이 가히 예술이다




유비가 두 번이나 찾아갔건만 찾아오기는커녕 답신조차 없으니 화가 날 만도 하다
그러나 주나라 문왕이 한낱 낚시꾼 백수이던 강자아를 찾은 일을 들으며 웃어넘기는 유비
사람을 얻는 일은 오직 정성으로 가능한 일이다, 그리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큰 형님의 세력이 작으니 조조 놈에게 가려고 일부러 없는 척하는 건지도 모르지, 망할 자식
관우마저 결국 유비의 뜻을 꺾지 못하자, 이를 못마땅히 바라보고 있던 장비가 결국 폭발했다
어디서 챙겨왔는지 갑자기 밧줄까지 불쑥 꺼내들었다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장비의 난동에 잘 달래보려던 유비마저 덩달아 폭발했다
그러고보면 다른 군웅들은 열댓명은 데리고 있는 모사 하나 없는 유비가 비정상인 것이다
화도 안 내던 사람이 내면 무섭다고- 움찔하여 결국은 꼬리를 내리고 얌전히 따라가기로 하는 장비




융중 제갈량의 집으로 가는 도중 제갈균에게서 오늘은 형님이 있다는 말을 전해들은 유비
설마 제갈균도 저번에 만난 그 아해처럼 제갈량이 없는데 있다고 뻥을 치는 것은 아니겠지
자신의 할 말만 하고는 사라져버리는 제갈균에게 퉁퉁대는 장비와는 달리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다




저번에 유비를 가지고 놀던 그 아해가 맞는 것인지 다른 아해로 바꾼 것인지 구별이 안 간다
아무튼 제갈량에게 무슨 말이라도 들었는지 오늘은 공손한 태도로 유비를 맞이하는 아해




어제 저녁에 들어왔다더니 여지껏 집 구석에서 퍼질러 자고 있는 모양이다
전형적인 청년 백수의 삶을 보여주는 제갈량에게 그럼 그렇지- 하고 생각하는 관우와 장비
유비는 관우와 장비에게 밖에 있으라 하고 홀로 아해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가는데




시간은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고 이제 그만 나올 법도 한 유비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지금처럼 피시방이나 게임방에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앞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는 두 남자
그럼 유비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장비의 시점으로 살짝 훔쳐보도록 하자




이게 어찌된 노릇인가. 한창 얘기중인 줄 알았던 유비와 제갈량은 아까 그대로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라 제갈량은 여전히 엎어져 자고 있고 유비는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제갈량을 깨우려는 아해를 말리고 오히려 그가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유비




아무리 세력이 작은 큰 형님이라지만, 사람을 업신여겨도 정도가 있는 것이다
장비가 이렇게 화를 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참을 씩씩대다가 자신을 말리는 관우의 손도 뿌리치고 집안으로 뛰쳐들어가는 장비
분위기를 보아하니 뜯어말리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집에 불을 싸지를 태세다
관우와 장비의 이종격투기에 시끄러워지자 조용히 나와서 눈빛으로 장비를 제압하는 유비




종일 밖에서 기다리는 것도 지루한 마당에 장비까지 뜯어말리느라 피곤해 죽을 지경이다
영리하게도 물을 쳐다보는 것처럼 보이는 위치에 앉아 잠깐 졸고 있는 관우




이 사람은 거의 해탈의 경지에 올랐다




그렇게 두어 시간이 더 흘렀을 남짓, 드디어 제갈량이 시를 읊으며 몸을 일으킨다
급히 문가에서 내려가 마치 선보러 나온 사람마냥 제갈량을 만난 준비에 들뜬 유비




마침내 삼국지의 또 한명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제갈량 공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삼고초려라는 말을 만들어내며 유비와 제갈량이 첫 대면을 이루게 되니
이때 유비의 나이 마흔 일곱, 제갈량의 나이 스물 일곱이었다




.................




.................




지금까지 함께 살아 오면서 좀 때려주고 싶던 적이 한 두번은 아니었겠지만
정말이지 오늘처럼 두들겨 패주고 싶은 날이 있었던가 싶은 관우와 장비




유비와 함께 안으로 들어온 제갈량은 유비의 띄워주기 말에도 넘어가지 않고
서서와 사마휘가 사람을 잘못 본 것이라며 자신은 평범한 농사꾼이라 주장하는데
이미 세 번이나 찾아오며 제갈량에게 목숨을 건 유비는 도무지 떨어질 줄을 모른다




물고 늘어지는 유비에게 못 이겨 결국은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되버린 제갈량
좋은 세상은 만들고 싶은데 재주가 없어 이 모양 이 꼴이니 제발 좀 도와주십시오
유비의 간곡한 소망을 들은 제갈량은 긴 한숨과 함께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천하를 논하기 시작한다




먼저 형주를 바탕으로 하여 익주를 얻은 뒤에 손권과 동맹을 맺어 때를 엿보다가
형주군으로 완성, 낙양을 향하게 하고 익주군으로 하여 진천으로 진군하면 대업을 이룰 수 있다
이른바 제갈량이 주장했던 천하삼분지계가 바로 이것이다




한실부흥의 대의를 내세우고 거병한지도 어느덧 수십년이 지나 몸은 어느새 쉰을 바라보고 있지만
대의를 이루기는커녕 자신의 몸 하나 머물만한 근거지 하나 없이 그저 객장으로 떠돌고 있는 나날
유비는 마치 뚫어펑 맞은 막힌 변기마냥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자신의 앞길이 보이는듯 하다




제갈량의 말에 놀라 한동안 입을 열지 못하던 유비의 얼굴이 갑자기 흐려진다
공교롭게도 제갈량이 말한 형주와 익주의 주인이 같은 한실종친인 유표와 유장이던 것이다
그런 유비의 마음을 꿰뚫기라도 했다는듯이 무료로 그들의 사주팔자를 봐주는 제갈량




천하삼분지계라는 계책은 내줬지만 유비의 꿈에 자신의 인생을 거는 것은 거절하는 제갈량
거듭 거절하는 제갈량의 앞에 유비는 신분도 내던진 채 무릎을 꿇고 눈물을 쏟는다
이렇게 되면 당황하는 것은 오히려 제갈량 쪽이다




항우가 천하를 얻을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모셨던 범증
제갈량은 지금 그를 생각하며 속으로 씁쓸한 웃음을 짓고 있다




결국 유비의 이런 정성에 감동한 제갈량은 유비를 모시기로 결심하고
훗날 돌아올 것을 생각해 제갈균에게 집을 맡긴 뒤에 유비와 함께 신야로 향한다




신야로 돌아온 유비는 제갈량을 스승 대하듯 대하며 가르침을 구하고
제갈량 또한 조조에 대비하여 새로 신병들을 모집, 그들의 훈련에 들어가니
얼마 지나지않아 총알받이에 불과하던 신병들은 기존의 유비군에 못지않은 강군으로 거듭나게 된다




한편 손권과 마찰을 빚어가며 남정 준비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던 조조
유비가 제갈량이라는 자를 얻어 점차 세력을 불려가고 있다는 소식이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의논이라 할 것도 없이 유비의 세력이 더 커지기 전에 그 싹을 자르기로 결정하는데




유비와의 싸움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제갈량은 누구인가- 하는 이야기로 옮겨가고
스물 일곱의 아무런 경력도 없는 신입사원이라는 순욱의 말에 콧방귀를 날려주는 하후돈




그런 하후돈에게 냉소를 띄며 제갈량을 얕보지 말라 덧붙이는 서서
제갈량이 누구이며 어떤 자인지를 묻는 조조에게 간단한 제갈량의 프로필을 일러주니
조조는 그런 천하의 기재가 유비에게 갔음을 또 다시 아쉬워하고




그런 조조에게 웃으며 자신이 가서 유비와 제갈량의 목을 가져오겠다 자원하는 하후돈
이에 조조는 정예군 10만과 이전, 우금 등으로 하여금 하후돈을 돕게 하니
절반의 절반도 되지 않는 병력을 지닌 유비와 제갈량은 이를 어찌 막을 것인가




덧글

  • 마징곰 2005/07/31 01:47 # 답글

    드디어 삿대질의 대왕이자 유쾌한 웃음의 소유자가 등장했군요 ^^
  • 메르츠키엘 2005/07/31 01:49 # 답글

    제갈건담 제 1출진의 막이 오르는 것인가요[?]
  • Streetdj 2005/07/31 09:21 # 삭제 답글

    하하 저분의 미소는 그저 보기만 해도 즐거울뿐..
  • 이블엔젤 2005/07/31 14:06 # 삭제 답글

    저 조조의 면류관 착용은;;;

    면류관은 황제만이 착용하는게 아니었던가;;;
  • DJ_d 2005/07/31 22:48 # 삭제 답글

    '어찌 막을 것인가'에서 갑자기...
    'Using the lazer~'가 생각나 웃겨 죽는 줄 알았습니다(...)
  • 이름없는괴물 2005/08/01 09:36 # 삭제 답글

    눈에서 빔~!!!
  • Cuchulainn 2005/08/01 12:20 # 삭제 답글

    불쌍한 백성 운운해서 하는 이야깁니다만...

    당시 조조만큼 민생문제 척결에 공을 세운 사람이 있었던가요?
    [...]

    적어도 조조는 언제나 먹을 것이 있는, 또한 노략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사회를 구축해줬습니다만;;;

    *유비의 "저 불쌍한 백성은..." 이야기가 솔직히 좀 가증스럽습니다 oTL*
  • 이재범 2005/08/02 19:02 # 삭제 답글

    하기사 당시의 먹고사니즘의 재일 해결자는 조조였습니다. 맹덕신서도 상당한 저서지요. 그나저나 하우돈.. 아니 원양. 조조군의 뒷치닥거리 전문가분이 이번만큼은 오버했다는 느낌입니다.
  • 뇌세척 2005/08/03 01:14 # 답글

    다음편은 공명의 레이져에 산화하는 조조군 패잔병 이야기(...)
  • 메르츠키엘 2005/08/04 01:38 # 답글

    제갈공명 런치드 디텍티드.
  • 이재범 2005/08/04 16:11 # 삭제 답글

    그러고 보니 재갈량이 하늘을 향해 삿대질을 하는군요! 음... 왜 재갈량이 오장원의 별이 되었는지 알겠습니다.
  • 뇌세척 2005/08/05 16:46 # 답글

    마징곰 님의 말씀대로 삿대질의 대왕이지요(...)
  • 조조 2005/08/11 21:39 # 삭제 답글

    개인적으로 조조 배우가 별로 마음에 안 든다는..
  • 네인 2005/08/12 16:53 # 삭제 답글

    라디오 삼국지 들으니까 기분이 좋습니다 ( 문천식 - 조조 )
    어째 공명이 일어날때 시를 중얼거리는 장면 [..]
    왠지 모르게 술주정으로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 뇌세척 2005/08/13 21:15 # 답글

    라디오 삼국지도 이 부분부터 더욱 재밌었지요.
    공명을 맡으셨던 이인성 씨(맞던가요)의 연기에 얼마나 웃었던지...
  • 네인 2005/08/18 18:32 # 삭제 답글

    프루나는 헛점이 많더군요. 라디오 삼국지 즐겁게 듣는데 .
    ( 관우의 눈물 5 , 칠종칠금 5 ) 가 없던 [..... ]

    장비역활 맡으신분도 상당히 웃기셨습니다.
    혼자서 효과음을 다 내시니 원 , 라디오 삼국지가 몇 종률까요.

    예전에 뇌세척님 박스에서 받은거 기억나는데 .
    EBS 였던가 .
  • 뇌세척 2005/08/20 00:27 # 답글

    흐릿하게 몇 편 빠진 부분이 있었던 것 같은 기억도 나네요...
    라디오 삼국지로 제가 아는 거라곤 배철수 씨의 만화열전에서 했던 것과
    말씀하신 EBS에서 했던 것이 전부입니다. 혹시 또 있을런지 모르겠네요...
  • 지나가는 사람 2005/08/24 13:34 # 삭제 답글

    근데 해탈의 경지에 올랐다는 말이 뭔 의민지 알수가 없네요 어떻게 되길래...??
  • 나그네 2007/11/30 02:13 # 삭제 답글

    지나가는 사람//아무래도... 눈뜨고 자는 형태.. 이거 아닐까 싶습니다만...(뭐.. 표정도 탈속한 표정이었습니다...)
  • 지나가는 사람2 2008/04/18 00:28 # 삭제 답글

    조조가 서주의 백성들 4만명을 사적인 감정으로 몰살시켰다는건 생각지도 못하시는군요. 거기다 저 상황을 실제로 생각해보면 10만 대군이 무력으로 정벌하러 오는거나
    다름없습니다. 하후돈이 군대를 이끌고 신야로 가기전, 조조는 실제로 남정을 준비하고 있었죠. 10만대군이 직접 우리 동네에 쳐들어온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무섭겠습니까? 조조가 정치를 잘한것은 사실입니다만 일단 저 당시 사람들은 '한' 이란 자신의 나라에 깊은 충성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조조는 정치를 잘했다는것은 일단 제쳐두더라도, 한의 권위를 무시한 체 거의 자신의 나라를 만들고 있었죠. 과거의 서주 사건도 있고 황제를 기만했으며 무력으로 남정을 하려는 생각을 가졌다라는 것은자연히 조조가 거의 독재자에 가까운 역적이라고 말해주는것이 되겠지요. 삼국지연의의 주인공을 유비로 만든것은 결국 그때 당시와 이후의 여러 '민중'이라는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조조가 나라의 기초를 다지고 문화를 정비했으며 모든것을 잘한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의 상황과 생각으로 그때 당시를 판단해선 안됩니다.
    결국 사마씨 일족에게 뒷치기 당해 조씨는 얼마안가 나라를 빼앗겼다. 라는 것이 결국 조조의 문제점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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