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부작 삼국지 제43화 - 두 영웅은 돌을 베어 하늘에 묻다

보검이 떨어지자 돌이 쪼개지는데
쇳소리 울리는 곳에 불빛이 번쩍이네
두 나라 일어나는 기상은 모두 하늘 운수라
이로부터 천하는 솥발처럼 셋으로 나뉘었네





유비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며 엉겨붙는 교국로를 때려눕히고 탈출한 손권
간신히 밖으로 빠져나와 문득 맑고 고운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런 화창한 날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정말 미칠 지경이다




하늘을 향해 포효하는 한 가여운 시스콘을 보다못해 위로차 찾아온 여범
과거에 나이차로 차인 일이라도 있었는지 유비와 손공주의 파국을 단언한다
그래, 여범의 말을 듣고보니 그 아이가 유비 같은 늙은이를 좋아할 리가 없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손권을 바라보다 문득 공주의 취향에 불안해지는 여범
스물도 채 안된 처녀가 그럴 리야 없겠지만 혹시라도 취향이 중년이면 어쩌지
과거에 중년에게 새치기당한 일이라도 있었는지 따로 대비책을 하나 꺼내든다




한편 이유는 다르지만 불안하기로는 이쪽의 유비도 손권과 매한가지다
적의 소굴 한복판에 있다는 것보다 내일 있을 선자리가 더 걱정스러운 유비
잠도 못자고 서성대다가 문득 거울 앞에 서서 옛추억에 잠겨 실실대고 있다




혼자 히죽대는 유비를 방해도 못하고 한참 보고만 있다가 곁에 와 앉은 조운
선자리에 나가본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뭐라 위로해야할지 막막한 가운데
어렵게 말문을 열어보지만 그 무엇도 선을 앞둔 재혼남의 고뇌를 막을 순 없다




그렇게 어느덧 날은 밝고 유비를 보기로 한 감로사에 오국태가 도착했다
어째 안 보인다 싶더니 어제부터 이곳에서 아예 눌러 앉아 밤을 샌 교국로
아무튼 정해놓은 시간보다 먼저 왔으니 유비가 오려면 조금은 시간이 걸릴 터




오국태와 교국로를 방에 모셔두고 밖으로 나와 만전을 기하는 손권과 여범
이번 일에는 32화에서 유비 암살을 시도하다가 관우 님이 보고 계셔에 실패하고
춤만 추다 나온 덕분에 자객계의 전설이 된 강동춤바람 암살팀이 다시 투입되었다




점검차 여범이 암살팀 대장 가화와 감로사로 사라졌을 무렵 유비가 도착했다
멀찍이서 뭐 씹은 얼굴로 유비 쪽을 노려보고 있는 한 남자를 바로 찝어내는 손건
긴장한 다른 이들과는 달리 이런 일에 너무 익숙한 나머지 표정에 여유가 가득하다




나이도 먹을대로 먹은 놈이 감히 누굴 넘봐...




나보다 나이도 어린놈이 건방지게 벌써부터 염색은...




손권과의 훈훈한 첫만남을 끝내고 오국태의 면접장으로 들어선 유비
로비스트 손건에게서 받은 것도 있겠다 적극적으로 유비를 띄워주는 교국로
뭔가 동오의 근간을 흔드는 발언이 하나 나온 듯하지만 일단 넘어가기로 하자




교국로의 지원사격을 떠나 이미 표정부터 뿅가죽네를 외치고 있는 오국태
여기서는 이뤄질 수 없는 오국태의 야망은 따로 번외편 마이파더를 참조하자
아무튼 야망도 이뤘겠다 유비의 걱정이 허무할만치 간단히 사위에 낙점되었다




예상은 했지만 현실로 다가온 오국태의 결정에 정신이 멍해진 손권
가화와 강동 춤바람 암살팀은 새카맣게 잊은 채 술에 띄워 저너머로 보내버리고
애꿎은 술병만 비우고 있자니 곁에서 보다못해 견디셔를 한병 건네오는 여범




그래, 이왕 이리된 거 아주 가는데까지 가보자!
술이 덜 깨 아직 게슴츠레한 눈으로 막 술잔을 던지려는 찰나




아까만 해도 없었는데 어느새 유비 뒤에서 조운이 손권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다
당황한 나머지 손에 든 술잔을 던지지도 못하고 허공에 휘두르고 있는 손권을 보며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심각해지는 아들내미 술주정 행각에 한숨을 내쉬는 오국태




여전히 허공에 대고 술잔을 휘두르고 있는 손권에게 오국태가 몇 마디 내뱉고 있자니
갑자기 유비가 앞으로 뛰어나와서는 눈물을 짜내며 영문 모를 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자객들이 있다는 말에 놀라는 오국태와 급격한 소화불량 증세를 드러내는 손권과 여범




오국태 자신이 나선 이 자리에 감히 군사를 숨겨둘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술잔을 휘두르던 자세 그대로 얼어버린 손권을 노려보며 조용히 불타오르는 오국태
단전부터 우러나오는 그윽한 꾸짖음에 저도 모르게 어색한 미소와 함께 손권은 발을 빼고




표정부터 살려주세요를 외치는 손권에게서 여범에게로 시선을 옮기는 오국태
앞으로의 승진과 오국태의 처벌 수준을 가늠해보느라 복잡하게 앉아 있던 판국에
지 혼자 살겠다고 손권이 그 모양으로 꼬리를 말았으니 여범이라고 다를 게 없다




원흉이라 할 만한 두 놈이 사이좋게 발뺌을 하고 있으니 더욱 더 열이 뻗친 오국태
한참 동안 둘을 노려보다가 문득 탁자에 놓여있던 술잔을 들어 바닥에 후려갈기니
어찌된 일인지 갑자기 밖에서 큰 함성소리와 함께 한 무리의 군사들이 몰려오고 있다




그러고보니 술잔 던지는 게 신호였는데...




오늘이야말로 강동 최고 암살팀의 명예를 되찾으리라 벼르고 기세 좋게 들어왔건만
유비의 목을 치며 외치려고 몇일 간 외운 대사도 단박에 까먹을만큼 분위기가 영 묘하다
상황 파악 못하고 암살팀과 함께 어리둥절하게 서 있자니 떨어지는 오국태의 불호령




그제야 칼을 내던지고 엎드려 빌어보지만 오국태의 분노는 꺼질 줄 모르고
일을 시킨 손권과 여범은 모른 척하고 있으니 이대로라면 혼자 죽게 생겼다
에라이 모르겠다, 미친 척하고 위에서 시킨대로 한 것뿐이라 물고 늘어지는 가화




그러나 결국 죽어나는 건 아랫사람인지라 애처로이 끌려나가는 가화
그런데 이를 가만히 보고 있던 유비가 나서 가화의 목숨을 구명하고 있다
가화는 이번 기회에 아예 주인을 유비로 갈아타는 게 좋지 않은가 싶은 오국태




손권도 보기좋게 눌러줬겠다 술도 깨고 바람도 쐴겸 정원을 거닐던 유비
문득 커다란 돌 앞에 서더니 칼을 뽑아들고는 죄없는 돌을 향해 이러고 있다
안 쪼개지면 앞으로 어쩌나 싶은 조운의 걱정과는 달리 깨끗하게 쪼개지는 돌




안 쪼개지면 배를 잡고 웃어주려 했건만 아쉬운대로 다가와 묻는 손권
이에 표정 하나 안 바뀌고 너랑 잘되거든 돌이 쪼개지리라 빌었다 답하는 유비
방금도 눈 뜨고 네놈에게 당했는데 내가 그런 말을 믿겠냐, 웃기지마라




입으로 내뱉는 것과는 달리 속으로 자신의 염원을 빌어 돌을 내리치는 손권
쪼개진 것도 억울한데 두번씩 칼을 맞은 돌은 어설픈 편집과 함께 다시 또 쪼개지니
이후 이 바위는 낚시바위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중국에서 많은 사람들을 낚고 있다




돌이 아니라 스티로폼이든 뭐시기든 각자의 염원대로 돌은 쪼개졌으니
비록 각자 빈 것이야 달랐지만 로또라도 당첨된 듯이 흡족해진 두 남자
한참을 웃다가 애마부인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화면 저너머로 사라진다




한편 일이 잘 풀리는 줄 알고 여유 부리고 있다가 뒤통수 맞은 주유
너무 충격을 받은 나머지 앞뒤 상황 가릴 것도 없이 대책마련에 급급하지만
이미 이리 된 거 여범이 했던 것처럼 유비를 죽여서라도 막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그러나 불행히도 유비는 이미 불안하다 떼를 써서 오국태 집으로 들어가버린 상태
거기에 교국로를 구워 삶아 따로 밖에 있더 조운과 그 수하 군사들까지 끌어들이니
이번 역시 집밖에서 망만 보다가 아무것도 못하고 털레털레 퇴근하는 춤바람 암살팀




유비를 죽인다면 형주를 손에 넣기가 조금 귀찮아지겠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냐
암살팀으로부터의 성공 소식을 기다리며 여유로이 간만의 여가생활에 열중하는 주유
그러나 불행히도 가져오는 것마다 나쁜소식,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는 노숙이 급히 찾아왔다




이번만큼은 공명도 없으니 나를 방해할 자가 없으리라 여겼건만 이게 어찌된 일인가
유비를 암살하려던 계획은 시작도 전에 실패했고 아예 혼인 날짜만 앞당겨지고 말았다
멱살을 쥐고 흔들어대는 노숙의 얼굴이 점점 흐릿해지며 결국 거품을 뿜으며 쓰러지는 주유




손권은 폐인이 되가고 여범은 오래전 그녀 집앞을 서성이고 가화는 완전군장에 연병장을 돌고
교국로는 형주병들 강동관광투어 따라다니느라 여념없고 조운과 손건은 고스톱에 목숨 걸고
그렇게 평화로운 듯 살벌한 하루하루가 지나 어느새 유비와 손가댁 처녀 혼사날이 밝았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유비 장가보내기에 성공한 두 남자
마치 자신의 아들을 장가보내는 듯한 기분에 뿌듯해하는 조운과
유비가 장가가는 것을 보는 것만도 벌써 몇 번째인지 되새겨보는 손건




감부인이 죽었다고 엎어져서 질질 짜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이러고 있다
뭐 어쨌든 가히 유체이탈 수준의 손권과 오국태를 비롯한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평생의 사랑을 맹세함으로서 마침내 부부의 연을 맺게 된 유비와 손부인




자기보다 서른은 족히 더 많은 유비와 껴안고 하하호호 사라지는 공주의 뒤통수를 보며
오래 전의 그 누군가를 떠올리고는 착잡하게 진정한 사랑의 힘이라는 것을 통감하는 여범
너 자꾸 그러다 사랑과 전쟁 나온다...




한편 아리따운 공주의 미모에 벌어지는 입가를 주체 못하고 함께 신방에 도착한 유비
그런데 신방 문이 열리자마자 갑자기 안에서 무장한 시녀들이 쏟아져 나온다
얼어붙은 유비를 보며 손공주의 기괴한 취미생활을 하나하나 늘어놓는 시녀




성별이 모호해 보이는 시녀도 몇 있었지만 아무튼 시녀들을 모조리 내보내고
이제야 겨우 조용히 신방에서 손부인과의 다정하고 오붓한 시간을 맞게 된 유비
더는 미성년자 관람불가를 떠나 닭살이 돋아서 못 봐주겠으니 여기서 넘어가기로 하자




한편 야심차게 준비한 계책이 멋드러지게 박살나 우울증에 빠져있던 차에
여동생을 빼앗기고 방구석폐인이 되버린 손권을 보다못한 여범이 찾아왔다
일의 전말을 듣고 있자니 절로 떠오르는 공명의 미소에 가슴이 시려오는 주유




이것으로 공명 그놈에게 손도 제대로 못 쓰고 당한 것만 벌써 몇 번째인가
피를 토하든 뭘 하든 그래도 금방 일어나 썩소를 짓는 대범함을 보여 온 주유였지만
이번만큼은 타격이 컸는지 이전처럼 쉽사리 침울함을 떨처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 난 주공근...포기를 모르는 남자지
뭔가 불꽃남자가 되어 뭐라도 던져야 할 것 같은 기분으로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하는 주유
그리고는 금새 유비의 성격을 고려한 날카로운 계책을 하나 짜내기에 이른다




여동생을 빼앗긴 것도 분한데 그 여동생이 유비와 친하다는 말에 살 의욕을 잃었던 손권
주유가 적어보낸 계책을 꼼꼼하게 읽어보고는 단번에 호랑이 기운을 되찾고 일어섰다
그래, 이 계책이라면 분명 내 여동생을...아니, 유비 그 촌놈도 끝이다...




손권의 승인을 받고는 오랜만에 미소를 짓는 주유
그래, 이제 내겐 공명 밖에 보이지 않아



by 뇌세척 | 2008/01/11 02:11 |  -제2부 적벽대전-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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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평생츄리닝 at 2008/01/11 03:21
재밌게 보고 갑니다 ~
Commented by LackSuiVan at 2008/01/11 03:28
주유의 썩소가 빛나는 43화였지요
Commented by 하민 at 2008/01/11 09:40
오늘도 미치고 갑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죽겠어요ㅠㅜ 춤바람 암살팀의 미션 클리어는 언제가 될지....................
Commented by 프랑스혁명군 at 2008/01/11 10:04
손상향도 그렇고,
유비의 부인이 되었던 미부인·감부인의 생이 짧았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미부인은 장판파 난리때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조조의 대군으로부터 탈출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조자룡에게
아두(유선)를(을) 맡기고 우물에 뛰어들어 죽었고,
감부인은 유비가 손상향을 만나기 전에 병들어 죽었고,
손상향은 유비가 백제성에서 숨진 소식을 듣고, 강물에 뛰어들어 자살을 했다는 일화가 있다고 합니다.
뭐 여기서 유비를 비꼬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유비의 부인들이었던 여인들이 일찍 생을 마감했다는 공통점을
열거했을 뿐입니다.;;

아차.. 오랜만의 업뎃!! 항상 잘 보고 갑니다.^^
Commented by 푸른화염 at 2008/01/11 10:29
성지순례차 보고 갑니다. 오래간만의 업뎃이군요.

늘 촌철살인의 해설에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Dia쿨라 at 2008/01/11 13:18
언제나 느끼지만 표정 캡쳐들이 절륜하십니다. =ㅂ=b
Commented by 깽히 at 2008/01/11 20:55
ㅈ됐구나... 손권.
Commented by paro1923 at 2008/01/11 21:45
1. 뭐어, 정사에서의 손씨 부인과의 혼인 이벤트는
말 그대로 '정략결혼'답게 훗날 깨끗하게 찢어지고는 '그 후 얘기는 상상에...'라서... (...)
2. 대교와 유비라... 그럼, 손책과 구멍동서? (야)
3. 그러고 보니, 조운은 이미 맞선 이벤트를 무산시킨 전적이... (조범 이벤트... 만약, 형수가 아니라 여동생이었다면?!)
4. 가화, 눈물이 폭포수 크리... (이래서, 매사에 쫄따구만 뺑이치는 법...)

5. "그래, 이제 내겐 공명밖에 보이지 않아"...
...드디어, '공명X공근 커플링'플래그 꽂히는 겁니까? (어이어이)
Commented by 시취진오 at 2008/01/12 21:56
취향이 중년이었어....
Commented by 오즈의환술사 at 2008/01/14 22:24
취향이 중년... 불쌍한건 손권... 웃긴건 해설... 으흐흐흐흐흐...
Commented by ZECK-LE at 2008/01/28 18:23
주유의 썩소. 좀 가지고 가도 괜찮을지... 매우 맘에 듭니다.

차라리 오국태와 유비가 결혼하면 그야말로 따봉인데...
Commented by 뇌세척 at 2008/01/29 13:41
ZECK-LE 님#
네, 괜찮습니다.
오국태의 야망이 번외편으로 그친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Commented by 라크리마 at 2008/02/02 18:10
늘 재미있게 보고있습니다.

저번편에 이어서 중매왕 교국로의 활약이 돋보이는군요..

전편에선 작은사위의 미인계 계책인데 옹호는 커녕 까기 바쁘고..

이번편에는 큰사위마저 우롱(?!)하는...

아무래도 두 딸을 손책과 주유에게 준걸 심히 후회하시는 모양입니다...
Commented by 빙하시대 at 2009/12/10 14:24
제갈량이 '하츠네 미쿠'의 <World is mine>을 연주할지도. 세계 제일의 손상향 공주님~<<(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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