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장부 세상에 삶이여 공명을 세워야하리 공명을 세움이여 평생에 위안되도다 평생의 위안됨이여 이제 나는 취하리로다 내 취함이여 미친듯이 노래 부르도다 ![]() 주유의 계획대로라면 이미 목이 날아갔을 유비가 무사히 살아 돌아가자 주유가 마음을 바꾼 것이라 생각하고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노숙 ![]() 그런 노숙의 말을 듣고 있자니 한없이 착잡하기만 한 주유 유비라는 후환을 끊을 절호의 기회를, 다 차려놓은 밥상을 뒤엎다니 아무튼 방금 전 관우의 눈빛은 지금 다시 생각해도 다리가 다 후들거린다 ![]() 유비와 공명의 위험성에 대해 그동안 그토록 입 아프게 떠들어 댔건만 불행히도 머릿속이 꽃밭으로 가득한 노숙으로서는 해리와 몬스터를 읽는 기분이다 ![]() 공명의 말발에 우롱당하고 관우의 그윽한 눈빛에 쫄고 안 그래도 성질나서 폭발할 지경인 마당에 조조가 보낸 사신까지 도착했다 극구 반대하는 노숙의 말을 씹어버리고 단칼에 목을 쳐 되돌려보내는 주유 ![]() 그리고 다음날 마침내 벌어지는 양군의 접전 배위가 평지와 다를 바 없는 오군과는 달리 조조군은 중심 잡기도 힘들다 제대로 서는 건 둘째치고 엎어져 토하고, 쓰러져 있는 자들이 더 많은 조조군 ![]() 노를 젓는다기보다는 흐르는 강물 따라 떠내려오다보니 어느새 오군이 코앞에 있다 갑작스럽게 맞부딪친 것도 당황스러운데 오군의 선봉장은 사납기로 유명한 감녕 채 싸워보기도 전에 채훈이 감녕의 화살에 맞아 떨어지고 시작부터 난장판이다 ![]() 제대로 서는 것조차 힘든 군사들임에 하물며 병장기를 쥐고 싸우라니 오군의 칼에 맞아 죽는 이보다 지들끼리 강물에 빠져 죽는 군사들이 더 많다 뒤를 이어 좌우의 장흠, 주태까지 몰려드니 그야말로 전초전에 참패를 맞는 조조군 ![]() 아군의 참패 소식이 전해지자 급해진 건 수군도독을 맡고 있는 채모와 장윤이다 어차피 수전에 익숙하지 못한 조조군이 수전에서 패하는 건 당연지사라 여겨온 터라 이미 한참 전부터 생각해뒀던 북방군 훈련법을 변명이라고 늘어놓고 있는 채모 ![]() 침울한 조조군과 달리 승전을 거둔 오나라 진영은 그야말로 잔치 분위기다 이론상으로야 조조군의 약점을 강의 받았지만 전력상 차이에 내심 불안을 느껴온 오군으로선 직접 교전을 벌여 배에 달하는 조조군을 괴멸시켰으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으리라 ![]() 한창 술이 돌 무렵 조조군 수채를 바라보고 있던 주유가 정탐 준비에 나선다 수채를 철통 같이 둘러싼 거대한 전함들 속에서 조조군이 뭘하는지 궁금해진 것이다 대장이 직접 정탐이라니, 위험하다며 만류하는 장수들을 뿌리치고 배에 오르는 주유 ![]() 북과 징을 울려대며 조조군 수채 가까이 접근하는 주유 다행히도 경계근무를 서는 군사들은 투철한 신고 정신이 부족한 녀석들이다 덕분에 여유롭게 이리저리 조조군의 수채를 감상할 수 있게 된 주유와 감녕 ![]() 능력이라고는 누이에게 빌붙어 권력이나 탐하는 것뿐이라 생각했건만 목숨이 걸린 탓인지 형주에서 살면서 주워들은 수군 훈련법을 총동원한 모양이다 살고자 한 일이 오히려 목숨을 앞당기게 되었지만 아무튼 내심 감탄중인 주유 ![]() 한편 주유가 왔다갔다는 보고에 조조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전초전에서는 그야말로 개작살이 나더니 이젠 직접 아군의 진영까지 훔쳐보다니 은근히 깔봐온 주유에게 당하고 있자니 치솟는 분노에 뒤통수가 다 땡기는 조승상 ![]() 수군도독을 맡고 있으니 뭐라고 위로의 말이라도 해야되는 게 아닌가 싶지만 확실히 형주에서 갖은 모략을 펼쳐온 장본인답게 세상 사는 이치에 통달한 채모 ![]()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는 조조의 앞에 간질간질하게 생긴 장간이라는 남자가 나선다 별 믿음은 안 가지만 하는 말을 들어보니 주유와는 어린 시절부터 일촌 사이였으니 전쟁을 벌일 것도 없이 자신만 나서면 까짓 거 일도 아니라며 호언장담을 늘어놓고 있다 ![]() 조조의 환송을 받으며 야심차게 강동으로 출발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도착하기도 전에 군사들에게 붙잡혀 주유 앞에 끌려오는 신세가 되버렸다 멀뚱한 주유에게 반갑다 친구야를 외치는 장간 ![]() 누구냐 너. 친구라고 말은 하는데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친했는지 어쨌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아무튼 장간의 목적을 꿰고 있는 주유 마침 자신의 계책에 써먹을 녀석 하나가 필요하던 참인데 오히려 잘왔다 싶다 ![]() 주유의 빈정거림에 내심 들킨 건 아닌지 가슴이 다 철렁한 장간 벌렁벌렁 뛰는 가슴을 억누르며 어색한 웃음과 함께 국어책 대사를 읊고 있다 ![]() 식은땀을 흘리는 장간에게 속아넘어간 척 환영식까지 열어주는 주유 멋지게 주유를 속여 넘겼다고 생각하니 절로 입꼬리가 귀까지 찢어진다 기세를 몰아 주유를 설득해 공을 세울 생각을 하니 그야말로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 이미 모두들 주유에게서 사신 방문시 대처요령 강의를 받은 상태다 여유로운 웃음을 흘리며 주유의 계책에 맞장구 쳐주는 여범과 정병 ![]() 주유에게서 강의 받은 사신 방문시 대처요령을 살펴보면 뭐 단순하다 조조측 사람이 와서 연회가 열리거든 계속 그냥 맞장구나 치면서 술이나 마셔라 뭐, 이게 전부다 ![]() 각자 간단한 통성명이 끝나고 마침내 환영회가 시작되었다 술기운에 어떻게 주유를 꼬드겨볼까 싶었는데 태사자를 불러 검을 맡기는 주유 친구의 환영식이니 국사를 들먹이는 자는 단칼에 베어버리겠단다 ![]() 뒤통수에 살기를 내뿜는 태사자 덕분에 꿀먹은 벙어리가 된 장간과는 달리 완전히 꼭지 풀린 주유가 갑자기 장간 손을 잡고 진영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 자신의 목적을 아는듯(알지만) 말을 내뱉는 주유를 보며 식은땀만 흘리는 장간 조조 앞에서는 주유를 설득하는 일 같은 건 일도 아니라며 큰소리를 치고 왔는데 표정은 제쳐놓고 이리도 의지가 굳건하니 설득이고 나발이고 다 틀렸다 ![]() 한참을 더 장간을 붙잡고 진영을 돌다가 돌아와서는 다시 퍼마시더니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에 칼춤까지 춰가며 동오의 승리를 자신하는 주유 이건 설득한다고 괜히 자칫 말 꺼냈다가는 목이 날아가게 생겼다 ![]() 군영회가 끝나고 술냄새를 팍팍 풍기면서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는 주유 설득이고 뭐고 다 틀렸으니 정체가 들통나기 전에 서둘러 빠져나가야할 터 그런데 옆에 찰싹 달라 붙더니 도무지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 ![]() 어렸을 때 뭘 불태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오랜만에 자고 가란다 이에 어설프게 웃으며 좋은 말로 떼어내고 떠나려 하는데 이미 주유의 암바에 걸려 빠져나가기가 불가능한 상태 ![]() 결국 옥신각신 끝에 주유와 한 침상 위에 누워 있다 그 난리를 치고 조조에게 돌아가서 실패했다고 보고할 생각을 하니 미치겠다 숙취에 쓰린 속을 부여잡고 뭐라고 변명을 해야할지 고심중인 장간 ![]() 잠도 안 오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유의 책상을 은근슬쩍 뒤져보는 장간 문득 바닥에 떨어진 서찰 귀퉁이에서 낯이 익은 이름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아니나 다를까. 채모와 장윤의 배신을 약속한 기밀문서가 아닌가, 겟츄! ![]() 갑자기 밖에서 나는 인기척에 서둘러 잠든 척을 하는 장간 그리고 장간 못지않게 연기력을 발휘해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척하는 주랑 채모에게서 사람이 왔다는 말에 장간,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다 ![]() 다시 주유가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짐을 챙겨서 몰래 강남을 떠나려는 장간 그래도 딴에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조용한 목소리로 이별을 고한다 실눈을 뜬 채로 조용히 장간을 배웅하는 주유 ![]() 이런 S급 기밀문서를 빼냈으니 이제 걸리기 전에 서둘러 튀는 일만 남았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공들을 재촉해 강남을 떠나는 장간. 눈 튀어나오겠다 ![]() 사공들을 닥달해 금새 조조군 진영으로 돌아온 장간 주유 설득이 실패했다는 말에 실망하는 조조에게 슬쩍 서찰을 내밀고는 갓 제대한 병장의 모험담마냥 온갖 뻥을 뒤섞어 자신의 공을 추켜세우기 바쁘다 ![]() 장간이 가져온 서찰에 앞뒤 가릴 것 없이 채모와 장윤을 불러들이는 조조 그리고는 다짜고짜 돌격명령을 내리니 상황을 모르는 두 사람의 대답은 여전하다 조조의 일그러지는 표정과 뭔가 살벌한 분위기에 뭔가 좀 이상하다 싶은 채모 ![]() 끌려나가는 동안에도 대체 뭐가 어찌 돌아가는 것인지 영문을 모르는 두 사람 자신들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아마 목이 떨어지는 순간까지도 몰랐을 것이다 결국 주인을 팔아먹은 댓가를 호되게 치르고 퇴장하는 채모와 장윤 ![]() 뒤늦게서야 아차 싶어 급히 둘을 불러들인 조조였으나 돌아온 건 두 개의 목 뿐 그동안은 자신이 방심한 탓에 주유에게 당해왔다 스스로 위안삼아 왔지만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또 당하고나니 주유의 재략에 소름이 돋는다 ![]() ...조조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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