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부작 삼국지 제33화 - 계략과 계략


대장부 세상에 삶이여 공명을 세워야하리
공명을 세움이여 평생에 위안되도다
평생의 위안됨이여 이제 나는 취하리로다
내 취함이여 미친듯이 노래 부르도다






주유의 계획대로라면 이미 목이 날아갔을 유비가 무사히 살아 돌아가자
주유가 마음을 바꾼 것이라 생각하고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노숙






그런 노숙의 말을 듣고 있자니 한없이 착잡하기만 한 주유
유비라는 후환을 끊을 절호의 기회를, 다 차려놓은 밥상을 뒤엎다니
아무튼 방금 전 관우의 눈빛은 지금 다시 생각해도 다리가 다 후들거린다






유비와 공명의 위험성에 대해 그동안 그토록 입 아프게 떠들어 댔건만
불행히도 머릿속이 꽃밭으로 가득한 노숙으로서는 해리와 몬스터를 읽는 기분이다






공명의 말발에 우롱당하고 관우의 그윽한 눈빛에 쫄고
안 그래도 성질나서 폭발할 지경인 마당에 조조가 보낸 사신까지 도착했다
극구 반대하는 노숙의 말을 씹어버리고 단칼에 목을 쳐 되돌려보내는 주유






그리고 다음날 마침내 벌어지는 양군의 접전
배위가 평지와 다를 바 없는 오군과는 달리 조조군은 중심 잡기도 힘들다
제대로 서는 건 둘째치고 엎어져 토하고, 쓰러져 있는 자들이 더 많은 조조군






노를 젓는다기보다는 흐르는 강물 따라 떠내려오다보니 어느새 오군이 코앞에 있다
갑작스럽게 맞부딪친 것도 당황스러운데 오군의 선봉장은 사납기로 유명한 감녕
채 싸워보기도 전에 채훈이 감녕의 화살에 맞아 떨어지고 시작부터 난장판이다






제대로 서는 것조차 힘든 군사들임에 하물며 병장기를 쥐고 싸우라니
오군의 칼에 맞아 죽는 이보다 지들끼리 강물에 빠져 죽는 군사들이 더 많다
뒤를 이어 좌우의 장흠, 주태까지 몰려드니 그야말로 전초전에 참패를 맞는 조조군






아군의 참패 소식이 전해지자 급해진 건 수군도독을 맡고 있는 채모와 장윤이다
어차피 수전에 익숙하지 못한 조조군이 수전에서 패하는 건 당연지사라 여겨온 터라
이미 한참 전부터 생각해뒀던 북방군 훈련법을 변명이라고 늘어놓고 있는 채모






침울한 조조군과 달리 승전을 거둔 오나라 진영은 그야말로 잔치 분위기다
이론상으로야 조조군의 약점을 강의 받았지만 전력상 차이에 내심 불안을 느껴온 오군으로선
직접 교전을 벌여 배에 달하는 조조군을 괴멸시켰으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으리라






한창 술이 돌 무렵 조조군 수채를 바라보고 있던 주유가 정탐 준비에 나선다
수채를 철통 같이 둘러싼 거대한 전함들 속에서 조조군이 뭘하는지 궁금해진 것이다
대장이 직접 정탐이라니, 위험하다며 만류하는 장수들을 뿌리치고 배에 오르는 주유






북과 징을 울려대며 조조군 수채 가까이 접근하는 주유
다행히도 경계근무를 서는 군사들은 투철한 신고 정신이 부족한 녀석들이다
덕분에 여유롭게 이리저리 조조군의 수채를 감상할 수 있게 된 주유와 감녕






능력이라고는 누이에게 빌붙어 권력이나 탐하는 것뿐이라 생각했건만
목숨이 걸린 탓인지 형주에서 살면서 주워들은 수군 훈련법을 총동원한 모양이다
살고자 한 일이 오히려 목숨을 앞당기게 되었지만 아무튼 내심 감탄중인 주유






한편 주유가 왔다갔다는 보고에 조조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전초전에서는 그야말로 개작살이 나더니 이젠 직접 아군의 진영까지 훔쳐보다니
은근히 깔봐온 주유에게 당하고 있자니 치솟는 분노에 뒤통수가 다 땡기는 조승상






수군도독을 맡고 있으니 뭐라고 위로의 말이라도 해야되는 게 아닌가 싶지만
확실히 형주에서 갖은 모략을 펼쳐온 장본인답게 세상 사는 이치에 통달한 채모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는 조조의 앞에 간질간질하게 생긴 장간이라는 남자가 나선다
별 믿음은 안 가지만 하는 말을 들어보니 주유와는 어린 시절부터 일촌 사이였으니
전쟁을 벌일 것도 없이 자신만 나서면 까짓 거 일도 아니라며 호언장담을 늘어놓고 있다






조조의 환송을 받으며 야심차게 강동으로 출발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도착하기도 전에 군사들에게 붙잡혀 주유 앞에 끌려오는 신세가 되버렸다
멀뚱한 주유에게 반갑다 친구야를 외치는 장간






누구냐 너. 친구라고 말은 하는데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친했는지 어쨌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아무튼 장간의 목적을 꿰고 있는 주유
마침 자신의 계책에 써먹을 녀석 하나가 필요하던 참인데 오히려 잘왔다 싶다






주유의 빈정거림에 내심 들킨 건 아닌지 가슴이 다 철렁한 장간
벌렁벌렁 뛰는 가슴을 억누르며 어색한 웃음과 함께 국어책 대사를 읊고 있다






식은땀을 흘리는 장간에게 속아넘어간 척 환영식까지 열어주는 주유
멋지게 주유를 속여 넘겼다고 생각하니 절로 입꼬리가 귀까지 찢어진다
기세를 몰아 주유를 설득해 공을 세울 생각을 하니 그야말로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이미 모두들 주유에게서 사신 방문시 대처요령 강의를 받은 상태다
여유로운 웃음을 흘리며 주유의 계책에 맞장구 쳐주는 여범과 정병






주유에게서 강의 받은 사신 방문시 대처요령을 살펴보면 뭐 단순하다
조조측 사람이 와서 연회가 열리거든 계속 그냥 맞장구나 치면서 술이나 마셔라
뭐, 이게 전부다






각자 간단한 통성명이 끝나고 마침내 환영회가 시작되었다
술기운에 어떻게 주유를 꼬드겨볼까 싶었는데 태사자를 불러 검을 맡기는 주유
친구의 환영식이니 국사를 들먹이는 자는 단칼에 베어버리겠단다






뒤통수에 살기를 내뿜는 태사자 덕분에 꿀먹은 벙어리가 된 장간과는 달리
완전히 꼭지 풀린 주유가 갑자기 장간 손을 잡고 진영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자신의 목적을 아는듯(알지만) 말을 내뱉는 주유를 보며 식은땀만 흘리는 장간
조조 앞에서는 주유를 설득하는 일 같은 건 일도 아니라며 큰소리를 치고 왔는데
표정은 제쳐놓고 이리도 의지가 굳건하니 설득이고 나발이고 다 틀렸다






한참을 더 장간을 붙잡고 진영을 돌다가 돌아와서는 다시 퍼마시더니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에 칼춤까지 춰가며 동오의 승리를 자신하는 주유
이건 설득한다고 괜히 자칫 말 꺼냈다가는 목이 날아가게 생겼다






군영회가 끝나고 술냄새를 팍팍 풍기면서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는 주유
설득이고 뭐고 다 틀렸으니 정체가 들통나기 전에 서둘러 빠져나가야할 터
그런데 옆에 찰싹 달라 붙더니 도무지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






어렸을 때 뭘 불태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오랜만에 자고 가란다
이에 어설프게 웃으며 좋은 말로 떼어내고 떠나려 하는데
이미 주유의 암바에 걸려 빠져나가기가 불가능한 상태






결국 옥신각신 끝에 주유와 한 침상 위에 누워 있다
그 난리를 치고 조조에게 돌아가서 실패했다고 보고할 생각을 하니 미치겠다
숙취에 쓰린 속을 부여잡고 뭐라고 변명을 해야할지 고심중인 장간






잠도 안 오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유의 책상을 은근슬쩍 뒤져보는 장간
문득 바닥에 떨어진 서찰 귀퉁이에서 낯이 익은 이름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아니나 다를까. 채모와 장윤의 배신을 약속한 기밀문서가 아닌가, 겟츄!






갑자기 밖에서 나는 인기척에 서둘러 잠든 척을 하는 장간
그리고 장간 못지않게 연기력을 발휘해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척하는 주랑
채모에게서 사람이 왔다는 말에 장간,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다






다시 주유가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짐을 챙겨서 몰래 강남을 떠나려는 장간
그래도 딴에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조용한 목소리로 이별을 고한다
실눈을 뜬 채로 조용히 장간을 배웅하는 주유






이런 S급 기밀문서를 빼냈으니 이제 걸리기 전에 서둘러 튀는 일만 남았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공들을 재촉해 강남을 떠나는 장간. 눈 튀어나오겠다






사공들을 닥달해 금새 조조군 진영으로 돌아온 장간
주유 설득이 실패했다는 말에 실망하는 조조에게 슬쩍 서찰을 내밀고는
갓 제대한 병장의 모험담마냥 온갖 뻥을 뒤섞어 자신의 공을 추켜세우기 바쁘다






장간이 가져온 서찰에 앞뒤 가릴 것 없이 채모와 장윤을 불러들이는 조조
그리고는 다짜고짜 돌격명령을 내리니 상황을 모르는 두 사람의 대답은 여전하다
조조의 일그러지는 표정과 뭔가 살벌한 분위기에 뭔가 좀 이상하다 싶은 채모






끌려나가는 동안에도 대체 뭐가 어찌 돌아가는 것인지 영문을 모르는 두 사람
자신들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아마 목이 떨어지는 순간까지도 몰랐을 것이다
결국 주인을 팔아먹은 댓가를 호되게 치르고 퇴장하는 채모와 장윤






뒤늦게서야 아차 싶어 급히 둘을 불러들인 조조였으나 돌아온 건 두 개의 목 뿐
그동안은 자신이 방심한 탓에 주유에게 당해왔다 스스로 위안삼아 왔지만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또 당하고나니 주유의 재략에 소름이 돋는다






...조조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by 뇌세척 | 2007/01/06 00:59 |  -제2부 적벽대전-  | 트랙백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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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망콘콘 at 2007/01/06 01:16
마지막 장간표정이 굳 -ㅂ-乃
Commented by kirhina at 2007/01/06 01:56
"조조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 굿!! ^-^b
Commented by Dia쿨라 at 2007/01/06 03:49
빨리나와 그저 기쁠따름 -ㅂ-b 제길공명에게 받던 스트레스를 날려보내는 공근의 무대군요 -3-~
Commented by 이준님 at 2007/01/06 05:42
1. 채모는 은근히 찌질이+동네 양아치 건달 필이군요

2. 공명만큼이나 주유도 썩소의 대가

ps: 근데 은근히 일본 무사필의 갑옷이군요
Commented by kybkk at 2007/01/06 11:47
(나와 있지는 않지만) 연의에서 장간의 최후는 아마 무사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_-;
Commented by 라티 at 2007/01/06 13:42
근데 주유보다 장간이 더 잘생겼다!!!
대체 미주랑의 모습은 어디에......
Commented by ss at 2007/01/06 15:31
저...이 드라마 어디서 구하세요?
Commented by 뇌세척 at 2007/01/07 20:43
뭐, 원래 저렇게 생긴 건지 뭔진 잘 모르겠지만
드라마 제작시에 일본에서 자금을 대서 그렇다는 말도 있고 하더군요.

이후에도 한 번 더 당할 굴욕을 생각하면
장간은 그냥 적벽에서 전사한 것으로 처리되는 편이 본인에게 행복할 듯;

미주랑은...우리의 기억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쉴 것입니다(...).
Commented by DJ_d at 2007/01/07 22:52
갑자기 뇌세척님 버전 smi파일 모음을 업로드하면 정말 불티날 것 같은데(....)
Commented by 막강하로 at 2007/01/08 15:34
현실에서 장간은 사신으로 가서 주유하고 만난적 있습니다
근데 그것이 적벽대전 끝난뒤죠 그리고 그 둘의 우정은 짤라지지 않았습니다

현실은 제갈량이 대활약한게 아니라 주유가 대활약했죠

역시 엄마친구아들이다
Commented by 뇌세척 at 2007/01/10 00:43
저 자막으로 보다간 다들 이미지가 망가질 듯(...)
Commented by 행인 1 at 2007/01/16 16:52
조조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원츄입니다 그려ㅠㅠㅠㅠㅠ
Commented by ZECK-LE at 2007/01/23 20:37
과연... 이번에는 주유님이 보고계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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