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부작 삼국지 제32화 - 오주, 마침내 결전의 탁자를 베다 84부작 삼국지 연의편


전쟁이냐 항복이냐
마침내 오국의 행보를 결정할 주유가 회의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싸우느냐 마느냐로 매일 같이 시끄럽던 회의장이 마치 아무도 없는듯 고요하기만 하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조조가 보내온 서찰을 읽어내려가는 주유



아무것도 모르는 척 중신들의 의견을 청하자 항복파의 장소가 먼저 나섰다
어젯밤 주유를 방문하여 그가 자신과 같은 의견이라는 것까지 확인하고 왔으니
그렇지 않아도 달변인 말발이 그야말로 구렁이 담넘듯 청산유수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바라던 것과는 정반대의 매서운 꾸짖음
주유의 말만 철썩 같이 믿고 있던 항복파 중신들의 얼굴은 굳어지고
갑작스런 주유의 뒤치기에 당황하여 입만 뻐끔뻐끔 할 말을 잃어버린 장소



좌중이 숨을 죽인 가운데 나지막히 주유에게 이길 수 있는 계책을 묻는 손권
주유를 부른 까닭은 싸울 것인지 항복할 것인지의 의견 따위를 묻는 게 아니라
항복파의 주장을 꺾고 나라 모두의 뜻을 모을 계기를 마련하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손권의 물음에 이어지는 주유의 냉철한 분석과 백전백승의 전략
지난 밤 공명의 농간에 놀아나는 바람에 약간의 추태를 부리기는 했지만
애초부터 싸울 생각이었던 터라 조조군의 약점 같은 것은 훤히 꿰고 있다



적은 백만 그에 비해 아군은 그 절반의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극심한 열세
밀려드는 적을 막아낼 수 있을지조차 모르는 이 싸움에서
지금 이 남자는 필승을, 조조의 목을 노리고 있다



이길 수 있다. 지금까지 처음으로 조조를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든 손권
오랜 망설임을 단번에 떨쳐버릴 정도로 확고한 주유의 말에 그간의 자신을 베어내듯
결전의 의지를,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검에 담아 조조와의 결전을 다짐한다



손권의 승인도 받았으니 으쓱으쓱 가벼운 발걸음으로 공명을 찾아온 주유와 노숙
그런데 공명은 보지도 못한 손권을 마치 방금까지 만나고 온듯한 말을 늘어놓고 있다
설마 싶으면서도 이 능글능글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뭔가 좀 껄쩍지근해진 주유



설마하는 생각에 와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걱정에 잠도 못 이루고 있는 손권
아까는 주유의 충언과 박력에 휩쓸려 탁자까지 후려치며 결전의 의지를 다졌지만
막상 맞부딪쳐 싸울 생각을 하니 양쪽 군세의 확연한 차이에 다시 고민에 빠진 것이다



손권을 설득하고 돌아오는 길목에서 갑자기 공명의 척살을 내뱉는 주유
자신조차 모르는 손권의 마음속을 꿰뚫어보는 공명에게서 위협을 느낀 것이다
급한대로 공명의 형 제갈근을 시켜 설득해봄이 어떻겠냐며 주유를 꼬드기는 노숙



그런데 설득하라고 보낸 제갈근이 오히려 공명의 말빨에 밀려 설득당하고 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끝이라며 마치 홈쇼핑 관계자 같은 말을 늘어놓고 있는 공명



다음날 부도독 정보가 서 있어야할 자리에 웬 젊은이가 하나 서 있다
자신보다 나이도 경력도 한참 떨어지는 주유가 대도독이 된 것에 삐친 정보가
몸이 불편하다며 뻥을 치고 자기 대신 아들 정자를 내보낸 것이다



나라의 존망이 걸린 위급한 상황에서 이게 무슨 어린애 같은 짓인가 싶기도 하지만
자신과 같은 애송이가 손견 시절부터 오를 대표해온 사람들 위에 선 것이 아닌가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닌지라 울컥하는 마음을 다잡고 정자를 위로하는 주유



주유의 인품에 잔뜩 감명 받아 돌아온 정자의 말에 뒤늦게 후회하는 정보
바로 정자를 데리고 주유의 막사를 찾아가 진심으로 자신의 죄를 뉘우치니
주유 또한 자신을 인정해준 정보에게 감사해하며 서로의 갈등해소에 성공한다



몇일 후 진영을 순시하는 도중에 관도 전투 이야기를 꺼내는 주유
그렇게 한참을 떠들더니 뜬금없이 공명에게 취철산이라는 곳을 급습해달란다
뭐하는 곳인고 하니 주유의 말에 따르면 조조가 군량을 쌓아둔 곳인 모양이다



권유형 어조로 말은 꺼냈지만 거의 반강제에 가깝게 말을 늘어놓는 주유
적군의, 그것도 다름아닌 조조군의 군량고 습격이 어찌 쉬운 일이겠느냐마는
그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싱글싱글 웃으며 선뜻 가겠다 대답해버리는 공명



갑작스런 주유의 말에 의아해하는 노숙에게 자신의 속셈을 털어놓는 주유
정보와의 갈등도 해결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저 놈을 제거하는 일 뿐
뭐 만일 그렇게 죽는다고 해도 욕은 먹을 것 같다만



아무튼 주유의 말을 듣고 한참을 고심하던 노숙이 공명을 찾아왔다
그런데 걱정스러워 찾아온 사람에게 저런 표정으로 저런 말을 늘어놓고 있다



공명의 어디 좀 망가진 인간성을 하루 이틀 겪어온 노숙도 아니지만
이번만은 발끈하여 따지고 들자 동네에서 들었다며 웬 동요 하나를 불러주는 공명
그러고는 애들 노래가 그렇다며 자신은 은근슬쩍 빠져나가니 환장할 노릇이다



주유에게 말하지 말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왠지 입도 간질간질하고
공명이 불러준 동요를 박자까지 살려 그대로 주유에게 죄다 털어놔버린 노숙
그리고 바로 발끈하여 직접 취철산을 습격하겠다 스스로 나서는 주유



주유의 말에 의기양양하여 공명을 찾아왔건만 즈려밟히고 있다
경계가 삼엄할 군량고에 자신을 보내는 주유의 목적을 모를 공명도 아니고
그제서야 적당히 말을 순화시켜 주유에게 까불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는 공명



공명의 말을 전해들은 주유는 그야말로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다
어떻게 죽여보려고 자기 딴에는 머리를 쓴다고 썼는데 모조리 간파당하고
오히려 공명은 그런 자신을 가지고 놀고 있으니 하긴 성질날 만도 하다



한창 저주를 퍼붓고 있는데 위로금 전달이라는 명목으로 미축이 찾아왔다
미축이 왔다는 말을 듣는 순간 주유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하나의 계책
공명과 돌아가겠다는 미축의 말을 가볍게 씹고 오히려 이곳으로 유비를 청한다



공명을 죽이려다 실패하더니 이번에는 유비로 목표를 바꾸었다
유비를 죽이겠다는 말에 놀라 방방 뛰는 노숙은 내버려두고 혼자 낄낄대는 주유
어쩌다가 표정이 이 모양으로 찍혀 나왔는지 미안스러울 정도다



좋은 말로 하면 초청이요, 그냥 보면 단순히 난 바쁘니 니가 와라 식이다
손권도 아닌 그 수하가 그렇게 나오니 관우와 장비들의 표정이 좋을 리가 없다
오만상을 찌푸린 형제들과는 달리 동맹을 위해 관우만을 데리고 주유를 찾아가는 유비



모든 준비를 끝마친 주유의 진영에 마침내 유비가 도착했다
유비의 일행 수가 적다는 보고를 받고는 쾌재를 부르는 주유
공명은 못 죽였다만 그 주인을 죽이면 제깟 게 뭐 어쩌겠는가 싶기도 하다



한편 주유의 계책도 가벼이 뭉개줬겠다, 강동 5일장이나 돌며 노닐던 공명
그런데 갑자기 선착장도 북적이고 군사들의 움직임도 그렇고 분위기가 묘하게 이상하다
만만한 노숙을 불러 다그쳐보니 어째 표정부터 심상치가 않다



어느 정도 술이 돌고 슬슬 술잔을 던질 준비에 나서는 주유
그런데 아까부터 별 이유없이 등골이 서늘하고 오금이 저려오는 것이
뭔가 찝찝하다 싶어 유비 쪽으로 향하고 있던 고개를 살짝 들어보니



관우 님이 보고 계셔



......................



한편 식은땀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유비를 구해낼 방도를 찾던 공명의 눈에
주유와 눈싸움(일방적으로 갈아뭉개고 있는) 중인 관우의 모습이 들어온다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노숙을 데리고 연회장을 떠나는 공명



한편 정작 초조해지고 있는 건 강동 춤바람 암살팀
주유가 술잔을 던지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도무지 던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긴장을 해서 그런지 배는 살살 아파오고 다리는 점점 꼬이고 환장한다



눈빛에 눌려 한참 동안 술만 홀짝이다가 유비에게서 관우의 정체를 듣게된 주유
사수관의 화웅부터 오관참장에 안량과 문추까지 그야말로 살아 있는 전설이 아니던가
관우의 이름을 들으니 술잔을 던지지 않은 자신이 대견스러워 견디기 힘들 정도다



아니, 저 양반이......



연회가 끝나고 돌아가려는데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공명이다
방금 주유가 유비를 죽이려던 일을 설명해주니 고개를 끄덕이는 관우와는 달리
여전히 하하호호 혼자 못 알아듣고 있는 유비



잠시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 유비를 돌려보내는 공명
그리고는 날짜를 정해 조운을 이쪽에 보내달라는 알 수 없는 말만 덧붙이니
이 인간이 군사인지 점쟁이인지 서서히 구별이 안 가는 유비와 관우인 것이었다

덧글

  • 파즈군 2006/12/19 03:57 # 삭제 답글

    관우님이 보고 계셔...ㄷㄷㄷ
  • kirhina 2006/12/19 10:16 # 답글

    .... 관우님이 보고 계셔.... 에서 한참 웃었습니다. 초압박!!
  • Dia쿨라 2006/12/19 11:33 # 답글

    아아...기다렸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ㅠ_ㅠb
    주공근의 알흠다움이 더더욱 돋보이는 32화군요.
  • 호라드림 2006/12/19 15:39 # 삭제 답글

    관우님이 보고 계셔...와 주유 순간 캡쳐의 압박이 정말 최고군요....
  • kybkk 2006/12/19 21:51 # 삭제 답글

    관우 수염이 세갈래네요.(...)
  • 네인 2006/12/20 06:42 # 삭제 답글

    그나저나 탁자베는것이 생각했던것보단 (…), 제갈근 하니까 생각나는데 창천항로의 제갈근은 대체 [..
  • 뇌세척 2006/12/22 00:40 # 답글

    미주랑의 아름다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어떻게 솜씨 좋게 탁자 끝부분만 잘라내는 것으로 나오지요.
    뭐, 탁자 말고 장롱베기 같은 것도 좋을 텐데요.
  • 황란 2007/01/01 16:33 # 답글

    관우님이 보고계시는구나(....)

    링크신고도 합니다(...)
  • paro1923 2007/01/13 05:33 # 삭제 답글

    탁자를 통째로 베면 당장은 호기로워 보일지 몰라도 이후 쓸 수 없으니
    어디 치워놓을 수 밖에 없고, 그러면 결의도 어느 새엔가 잊어버리게 되지만,
    모서리만 베어다 계속 전시를 해 두면 언제나 그것을 보며 계속 결의를 다짐하게
    된다는 의미로 한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맞을려나... 선무당 점치기...;;;)

    아무튼, 번외편 보러 들르다가 연의편에서도 그 센스 때문에 웃었습니다.
    다음 편들이 기대되네요...
  • 뇌세척 2007/01/14 00:43 # 답글

    paro1923 님 해석이 멋지네요.
    장롱베기 같은 걸 생각하고 있던 저 같은 건(...)
  • 행인 1 2007/01/16 16:44 # 삭제 답글

    관우님이 보고계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ZECK-LE 2007/01/23 20:27 # 답글

    오오, 드디어 다시 하시는군요! 기다렸습니다. 저 공명의 사기꾼 인생을.....

    그나저나 이번화에서 공명의 얼굴이 무척 많이 망가지는군요.
  • 뇌세척 2007/01/24 01:36 # 답글

    그분의 망가짐은 당분간 앞으로도 영원할 것입니다(...).
  • 무뇌공룡 2007/11/15 19:21 # 삭제 답글

    뇌세척님. 이 글에서 제갈량의 멋진 표정을 좀 가져다가 사용하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 뇌세척 2007/11/16 00:38 # 답글

    무뇌공룡 님#
    출처만 남겨주세요.
  • 엔하 2010/06/24 15:20 # 삭제 답글

    크고 알흠다훈 관사마의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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